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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칠한 팀장님 Jan 06. 2022

갈 데 없으면 따라오세요,,,


대학교 3학년 때였던가,,,

방학 동안 코디네이션 수업을 듣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다. 보통 의류학과에서는 VMD 수업이 1~2과목 정도라서 좀 더 배우고 싶었다. 학원에서 하는 수업의 코디를 배우기 위해 여성복, 캐주얼, 남성복 등의 필요한 옷들은 직접 준비해야했다. 옷 뿐만 아니라 가방, 신발, 액세서리까지 충분히 준비해야 했기에 짐이 꽤 많았다. 겨울 옷일 경우에는 더 많았다. 차를 가져 가기도 하고, 택시를 타기도 하며 짐을 옮기고 학원에 가서 코디 수업을 하고 사진을 찍고 다시 집으로 가져갔다.



쇼핑백 몇 개를 어깨에 매고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탄 어느 날이었다. 머리는 질끈 묶고 화장도 못한 채 졸린 눈을 비비고 있었던 것 같다. 자리가 생겨 급하게 앉으며 짐들을 바닥에 내려 놓고 잠깐 눈을 감았다. 내릴 때쯤 되어 눈을 떴을 때, 옆자리에 앉은 아저씨 한 분이 내게 명함을 내밀었다. 하얀색 명함의 뒤쪽에 전화 번호가 적혀 있었고 아저씨는 내게 말했다.


"갈 데 없으면 따라와요,,,"


뭔 말을 하는지 모른 채 졸린 눈을 비비며 명함을 뒤집어 뒷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 ** 다방"


잠이 확 달아났다. 이건 뭔가? 서면역에서 아저씨가 내리는 것 같았다. 나도 서면에서 내려야했지만 내리지 않았다. 무서웠다.



멍하니 앉아 있다가 내려서 다시 반대편으로 서면역에서 내려 학원으로 갔다. 쇼핑백 안에 '**다방' 명함이 들어 있었고 다리도 떨리고 몸도 떨렸다. 무거운 짐을 들고 학원으로 달려 교실로 들어가자 마자 긴장이라는 긴장은 다 풀렸다. 털썩 앉아 좀 전의 상황을 되새겨 보니 웃음이 나왔다.



내가 가출소녀 같았나 보다. 옷이랑 짐이 든 쇼핑백을 주렁주렁 들고 화장도 안하고 질끈 묶은 머리에 잠을 못자 피곤한 얼굴을 하고 지하철에 기대 앉아 있는 나를 보고 '**다방'에서 숙식제공의 취업의뢰가 들어 오다니,,,






수업 시간에 하는 코디네이션 실기 (출처:핀터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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