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MD(비주얼머천다이저)가 맞선을 볼 때 챙겨야 할 것

자주하는 질문 매뉴얼 준비

by 까칠한 팀장님





보수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자란 나는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 것도 참 낯설고 힘들었다.

돌이켜 보면 연애를 하는 것에 대한 기준도 남달랐다. 영화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현실과 구분을 못한다는 친구들의 말도 들었다. 그냥 마음 가는대로 하면 좋았을텐데,,,


자유가 넘쳤던 대학 시절에 학과 공부도 재미있었고 친구들이랑 이쁜 카페를 찾아 다니거나 여행 다닌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도하는 것이 좋았고, 우리의 미래를 꿈꾸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지내는 시간들 또한 좋았다. 물론 남사친은 적당히 있었다. (부질없는...)


패션회사를 다녀 보니 노처녀들이 얼마나 많은지, 1990년대 후반 당시에도 꽤 멋진 30대, 40대 노처녀들이 제법 있었다. 27살부터 주변에서 결혼을 하기 시작했고, 28살부터는 출산을 하기 시작했다. 30살을 넘겨 결혼을 하게 되면 정말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친구들의 결혼이 시작되면서 나는 맞선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20대 중후반에 몇 번 만나서 양가 인사를 하고(상견례), 각종 필요한 것들(혼수)을 준비해서 ' 평생을 함께 산다(?) ' 는 것은 아니어도 너무 아니다. 그러나 당시에는 대부분 그랬다.


여고와 여자들로 꽉 찬 전공, 여자들 많은 교회, 여자들 목소리 큰 패션 회사를 다니는 데다 친해지기까지 낯을 가리는 시간이 필요한 나는, 낯선 남자와 단 둘이 커피잔을 앞에 놓고 바라보며 뭔가 이야기하며 상대를 알아가는 상황이 참으로 힘들었다. 상대를 알아간다기 보다는 내가 생각하는 결혼이라는 것에 이 사람의 조건이 충족되는가를 체크한다는 것이 맞다. 나 또한 체크 당하고 있는 것이고 서로 체크하는거지, 뭐... 어떤 사람은 본인이 필요한 것만 체크하고는 간단하게 끝내버린다. 주선하신 분 통해 말씀드리겠다는 ... 이건 면접 보고 통보해줄께. 그런 느낌이랄까. 별의별 경우가 있다. 더불어 처음의 떨림과 다르게 몇 번의 과정을 통해 이 상황이 익숙해지는 것도 웃픈 일이다. 물론 상대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가령, 나는 상대가 마음에 들지 않을수록 최대한 매너를 지키고 내가 계산한다. 처음 만났을 때, 그것도 맞선으로 만나면 남자쪽에서 계산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깟 호텔 커피값 정도는 내가 계산해 버린다. 그래야 거절하기가 쉽다. 마음이 열리는 상대가 있어도 3번 정도 만나면 이미 결혼 이야기가 나온다. 정말 결혼을 전제로 만나는 만남이라는 것은 감정은 필요가 없는 것인가, 한 번 만나고 집에 오면 엄마에게 전화가 쏟아진다. 어땠냐, 무슨 이야기 했냐,,,


맞선을 볼 때마다 입고나갈 옷을 스타일링하는 것과 화장, 차를 가져가야 할 것인가, 장소 등을 신경쓰는 것이 귀찮다는 말을 사촌언니한테 한 적이 있다. 한두 시간을 위해 필요한 시간적, 감정적, 물질적 에너지가 너무 많이 필요하다는 내 의견을 말 한 것이다.


"너는 몇 년 다닐지도 모르는 회사의 면접을 위해서는 며칠 전부터 옷도 사고 미장원에 가서 드라이도 하고, 사전 조사도 하고 준비하면서, 평생 함께 할 사람이 될 수도 있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에는 너무 성의가 없는 거 아냐?"


사촌 언니의 말에 순간, 아차! 싶었다.


"최선을 다하자!"





© lumiera_studio, 출처 Unsplash





" 무슨 일 하세요?"


처음 만남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물어보는 그 것,

'그것 '을 설명하기 위해 어떤 날은 5분, 어떤 날은 10분, 어떤 날은 도저히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는지 그냥 넘어가자라든가 대충 아는 척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에 매뉴얼처럼 답을 만들어 보았다. 대화의 흐름도 끊기지 않고 괜찮았다. 그리고 상대가 이해를 잘 하면 2단계, 3단계를 더 준비해서 이야기 해 주었다. "혹시 '마네킨' 영화 보셨어요? 옷사러 가면 매장에 마네킨들이 있잖아요, 그걸 기획해서 꾸며주는 거예요, 그리고 어느 날, 백화점 가면 어제랑 완전 다른 매장이 들어와 있는 거 본 적 있으세요? 백화점 폐점하고 나면 인테리어 공사해서 다음 날 오픈에 맞춰 새벽에 진열하는 거에요. 그걸 미리 디자인해서 세팅하는 거에요." 그 외에 업무는 무지 많지만 그 정도 선에서 1단계로 쉬운 설명을 하는 것이다.


사실, '그것'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오래 일 할 수 있나, 결혼하고도 일 할 수 있나(당시에는 결혼하면 관둬야 하는 회사도 있었다), 출산을 하고도 일 할 수 있나... 등이었다. VMD일을 잘 알아 듣더라도 출장 이야기가 나오면 기겁을 한다. "다른 지역에서 잔다구요? 혼자 잔다구요? ", 밤을 새거나, 새벽에 일을 하러 나가는 것도 이해못하는 눈치를 가진 사람도 많았다. "그런 일을 왜 해요? 여자가 왜 그런 일을?" 아, 정말 다 여자라구요!! 심지어 패션 회사를 다니는 사람을 만나게 되더라도 "디자이너인 줄 알았어요, VMD면 개인생활도 없고 나중에 결혼하면 힘들겠어요." 이런 말을 듣기도 했다.


결혼을 하려면 직업을 바꿔야 하나,,,



내가 슬럼프일 때 이직을 해야 하나, 직업을 바꿔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다.

하지만 그 경우는 내가 생각하는 나 자신과의 고민이었다.

내가 공무원이나, 교사, 약사였다면 결혼에 거침이 없었을까,,,

크리스천 남자들이라 더 그런가,

내가 이 일을 한다면 얼마나 더 할 수 있을까,


나도 모르는데,,, 나도 궁금하다구요,,,


무엇보다 난 이 일이 넘 좋단 말이지...


오랜 시간 속에 숱한 만남을 거듭하며 유독 그 부분에서 위축되어 가고 있을 무렵,

36살에 만나 1년 반 정도 연애를 하고, 38살에 지금의 남편과 결혼했다.

들쑥날쑥한 업무 시간, 출장, 일의 지속 가능성 따위 1도 신경 쓰지 않았다.

출산과 육아로 3년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다시 일을 시작한지 10년이 다 되어간다.


여전히 나는 내 일을 좋아한다.

처음부터 이럴 줄 알았다면 '오래 일 할 수 있고, 결혼하고도 일 할 수 있고, 출산하고도 일 할 수 있다 '고 자신있게 말했겠지. 그러나 조건이 척척 맞다고 잘 한 결혼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인생은 만들어 가는 것이고 일 또한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 또한 그런 것이다.



가끔 어느 휴일, 호텔 커피숍에서 정장 입은 젊은 남녀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젊은 날의 나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고 요즘 MZ 세대의 맞선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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