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출장이 팀원들 방학(?)

임원 출장은 팀장들 방학인가

by 까칠한 팀장님





패션 관련 부서 중에서도 특히 출장이나 외근이 많은 부서가 VMD(비주얼머천다이징)팀이다.

디자인, 기획업무, 각종 사무 등의 업무와 더불어 매장 현장에서의 업무도 비중이 크다.

급한 건을 의사 결정 해야 할 때 상사의 부재는 애가 타는 경우다. 그런 경우가 아니고는 상사의 부재가 팀원들에게는 루즈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어찌 항상 긴장해서만 일 할 수 있을까.



5년 전, 가끔 특강을 나가던 A대학에서 정규 수업을 맡아 달라는 의뢰가 들어왔다. 주 3시간의 정규수업을 하려면 우선 왕복 움직이는 시간 포함 낮시간 5시간을 따로 떼어 놓아야 하고 16주 동안의 수업 준비가 필요하다. 수업 준비는 따로 시간내어 준비하더라도, 낮시간 5시간이란, 매주 화요일 2시부터 5시까지의 수업이라 점심시간도 없이 움직여 오후 반나절이 소요되었다. 해보지 않은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지만, 회사에 양해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결정하기로 한 날 조심스럽게 상무님께 말씀드렸고 연차는 사용없이 강의해도 되니 업무에만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고마운 말씀을 들었다. 넘넘 감사했다.


화요일 수업이라 주말은 온통 강의 준비만 해야했다. 강의 경력이 많으신 분들은 누적된 자료와 스킬이 있겠지만, 나는 완전 처음부터 시작해야했고 책 한 권을 16주로 나누고 이론과 실기를 함께 해야했다 비주얼을 가르치다 보니 사례를 위해 이미지가 많이 필요했다. 학생들에겐 한 번 쓱-, 지나가는 이미지일 수 있지만, 수업에 딱 들어맞는 이미지 서치에도 시간이 꽤 걸렸다. 주중에는 생각한 내용을 틈틈히 메모했다. 일주일의 고단함을 뒤로 하고, 토요일 오전에 급한 집안일을 끝내고 강의 준비를 하고, 주일 하루는 교회에서 보내고 집에 와서 일주일의 출근 준비와 강의 PPT 마무리를 하며 잠드는 시간은 1시가 넘어서였다. 출장과 외근 시간을 잘 조절 했고 강의 후에는 다시 회사로 복귀하여 업무 마무리를 했다.


1학기를 마치고 학생들이 방학에 들어가자 내게도 방학이 시작되었다. 쉴 수 있는 주말이 꿀맛이었다.




학생들과의 수업은 즐거워




2학기가 시작된 후, 점심 먹고 커피를 마시며 타부서 팀장이 말했다.


"VMD팀 화요일 오후는 방학이라는 소문이 온 회사에 가득해."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정말 아니길 바랬다. 혹시 다른 일을 하더라도 책상 앞에 앉아 있길 바랬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기분 좋은 소식은 아니지 않은가! 사실은 내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던 부분을 들킨 것 같아서 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당시 우리팀은 8명 정도로 외주도 함께 일하고 있던 터라 팀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살핀다는건 물리적으로 힘들기도 하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손이 빠르고 업무 능력이 뛰어난 직원은 본인 일을 빨리 끝내고 커피 한 잔 정도 마실 수 있고, 급한 은행 업무나 병원 다녀 오는 것 정도는 업무 시간이라도 팀장에게 보고하고 다녀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잘 살펴 줄께."

농담반 진담반으로 타서부 팀장이 말했다. 팀원들에게 내가 없을 때 자리 비우는 부분 좀 신경 써 달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화요일 오후가 되고 나는 같은 시간에 스케줄 대로 학교에 갔다.

'S대리, J과장 2시간째 자리 비움', 'J과장 회사에서 좀 떨어진 카페에서 친구 만나고 있음', 'L은 인터넷 쇼핑한다고 정신없음'... 2명의 타부서 팀장에게 실시간 카톡이 계속 들어왔다. 아, 정말, 이 상황 뭐지?


임원들이 해외 출장 갈 때 팀장들 불러서 하신 말씀들이 생각났다.

"일주일 동안 팀관리 잘하고, 나 없을 때 더 잘해라"

아, 관리자라는 것이 이런 '관리'를 하는 것이구나, 다들 성인이고, 직장 생활 경험이 있는데, 어떻게 거기다 대고 "뭐했어? 어디 갔었어?" 이렇게 물으며 일 할 수 있는가! 팀원들에게 몇 번 더 같은 내용으로 당부했다. 2년, 4학기의 강의가 끝나고서야 팀원들의 짧은(?) 방학은 끝났다.


여전히 비슷한 경우로 팀장이 회의 들어갔을 때, 임원 동행으로 시장조사 갔을 때, 지방 또는 해외 출장 갔을 때...등이다. 나는 팀원들이 내 눈치를 본다는 것에 웃음이 난다. 사실 내가 팀원들 눈치를 좀 보는 편이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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