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정환 Dec 01. 2022

일을 더 하고 싶다고?

공장 노동자의 현실

생산직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의 근무를 하고 있는 요즘 새벽 6시 30분에 일어나 7시 40분에 도착한 공장에서 오후 8시에 끝나 퇴근 후 씻고 밥을 먹으면 내 개인적인 시간은 하루 2시간 남짓이다.  아무리 돈을 위해서 일을 한다지만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하는 기분이 드려던 찰나 희망의 소식이 전해졌다.


"12월 19일부터 마지막 주까지 잔업은 없습니다."라는 메시지였다.  우리 공장은 원래 오후 5시 30분 퇴근인데 하루 2시간 30분의 잔업이 있어 8시에 끝마치는 것인데 12월 마지막 2주간은 가족들과의 시간을 보내라는 회사의 지시로 잔업이 없어졌다는 말이다. 


이 소식을 들은 나는 겉으로 티는 안 냈지만 속으로 너무 좋아서 벌써 "그때 퇴근하면 뭐하지?"라는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그리고 저녁식사 후 같은 라인을 맡고 계신 이모님에게 "12월 2주 동안은 일찍 끝나서 좋네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나는 당연히 "맞아~ 오래간만에 가족들이랑 저녁도 먹고 쉬어야지~"라는 답변을 들을 줄 알았는데 이모님의 답변은 나의 예상을 빗 나갔다.


"일찍 끝나면 뭐해  그만큼 돈을 안 주잖아" 


응? 돈? 맞다... 우리는 월급을 받는 '월급제'이지만 잔업을 하지 않으면 혹은 아파서 조퇴했을 경우 

그 시간만큼 돈을 받지 못하는 '시간제' 이기도 하다. 2주 동안 10번의 잔업 (약 30시간)을 하지 않으면   그다음 달에 월급 41만 원이 줄어든다. 이모님은 새해 안 그래도 돈 들어갈 곳이 많은데 월급까지 줄어들면 어떻하나며 "할 것도 없는데 일이나 시켜주지"라고 답했다. 


물론 나의 상황과 이모님의 상황이 매우 다르고 이모님과 또 다른 이모님의 상황도 다를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한분께도 물어봤지만 역시나 두 사람의 답은 비슷했다. 정말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집에 가는 퇴근버스에서는 자식들에게 전화하며 " 곧 들어가~ 00이나 먹자~"라며 가족들을 끔찍이 아끼는 분들이 막상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라며 잔업이 없자 돈의 현실 앞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이것이 현실의 노동자의 삶이다. '일이 너무 힘들다, 빨리 퇴근하고 싶다, 출근하기 싫다'라고 아무리 외쳐도 결국 일을 하러 가고 시간을 줄이면 싫어한다.


연장수당 시간당 13000원 내년에는 약 15000원으로 상승한다며 월급이 얼마나 오를지 웃으며 계산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 신기하면서도 안타깝고 안타까우면서도 또 그들의 생각과 삶에 내가 너무 부정적으로 다가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한다. 


그저 나는 하루빨리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작가의 이전글 걸레 빠는 게 행복할 줄이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