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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정환 Dec 21. 2022

삶에 의욕이 없다.

어떻게 해야 삶에 의욕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데 반드시 행복한 일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가끔, 아니 어쩌면 행복한 날들보다 더 많은 날들이 불행과 슬픔, 좌절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 크기가 크거나 혹은 작더라도 지속되는 슬픔과 좌절들은 사람들에게  "행복한 날들이 오긴 올까?"라는 작은 희망조차 빼앗아 그들을 그저 죽지 못해 살아가게 만든다. 


얼마 전 내 가족 중 한 명의 삶이 그런 것 같아 보이기 시작했다. 그녀의 나이는 올해 스물일곱, 누가 들으면 "부럽다~""나도 그때로 돌아가고 싶어~" 라며 연신 부러움을 쏟아내겠지만 안타깝게도 당사자의 삶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어렸을 적부터 통통한 채형이었지만 성인이 된 후 가족들의 통제력에서 벗어난 그녀는 급격하게 불어난 살이 불었고 현재는 10분을 채 걷기도 힘들 정도로 몸집이 커졌다. 그래서 그런 걸까? 어딜 가든 사람들의 수근덕 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주변 사람들은 밥을 먹을 때마다 "이제 그만 먹어 그러니까 살이 찌지" 하며 질타했다. 


물론 그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그녀가 살을 빼고 건강한 삶을 살아가게 해 주기 위해 하는 말이다. 나 역시 그랬으니까. 그러나 그 말을 들은 그녀는 운동을 하기보다 사람들과의 만남을 줄이고 점차 마음의 문을 닫기 시작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해 죽을 노릇이긴 했다. 운동이라는 게 어찌 됐든 '내 의지'만 있으면 할 수 있고, 포기만 하지 않으면 다른 것 들에 비해 100% 무조건 성공할 수 있다고 나는 확신하고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에게 "너는 의지가 너무 박약하다.", " 의지와 끈기를 갖고 노력해라"라는 말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의지박약이 아니었다. 운동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삶에 대한 의욕"이 없던 것이다.





 오랜만에 방문한 그녀의 집은 쓰레기장이었고, 아파도 병원에 가지 않으며, 기껏 챙겨준 건강식품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난 채 방치되어 있었다. 아무도 만나지 않고 그저 집-직장만을 오가며 월급은 단 1원도 모으지 않고 다 쓰고 있었다. 심지어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돈을 쓰는데 더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돈들이 모두 

'먹을 것'에 쓰이고 있다는 것이다. 빚을 지며 먹을 것을 사 먹는다. 나에게는 그 모습이 마치 순간의 행복에 기대어 삶을 유지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다.  걱정되는 마음에 그렇게 살면 안 된다라며 몇몇 가지 잔소리를 해줬지만 그녀는 "그냥 이렇게 살다 죽으면 죽는 거지 뭐."라는 마음이었다.


삶의 의욕이 하나도 보이지 않고 죽기는 두려워 그저 살아가고 있는 그녀의 삶이 너무 안타깝다. 

아무리 좋은 말을 해줘도 그녀에겐 그저 잔소리일 뿐이고 그렇다고 타지에 사는 그녀를 강제적으로 집에 들어오게 하거나 내가 그곳에 가서 그녀를 지속적으로 케어해 줄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게다가 자칫 나의 말이 그녀에게 또 다른 우울로 다가갈까 두렵다. 왜 우울증 걸린 사람에게 "힘내 다 잘 될 거야!" 같은 말이 가장 위험하다고 하지 않은가. 


메마른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는 예쁜 민들레처럼 살아가라 말하고 싶지만 "그 민들레는 행복할까?"

라고 되묻는다면 나는 "모르겠다."


고민이 깊어지는 하루다 어떻게 해야 그녀에게 삶에 대한 의욕을 불어넣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작은 슬픔에 울기보다 작은 행복에 웃게 만들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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