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꿈에 나타난 네가 오렌지를 건넸어
그건 아마 무지 달콤했을 거야
너와 함께 걷고 싶은 때가 있었지
네게 줄 수 있었던 게 코코아뿐이었던가
단맛을 좋아하니?
나는 이제 코코아를 줄지 커피를 줄지 고민할 수 있는데
기억해내고 싶은 순간은 언제나 지우고 싶은 날들과 맞물려
영원한 겨울 속에서도 눈은 녹아서 사라져버리지
그렇지만 눈은 또 쌓이는 것이어서
오늘도 눈사람 같은 기억을 가늠하며 근처를 서성이기만 해
난 사실 오렌지를 좋아하지 않지만
한 번만 더 오렌지를 줄 수 있니
오렌지가 아닌 다른 과일이어도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