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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한가지 May 26. 2020

공간과 거리를 재창조하다.

박한아 '익선다다' 대표를 만나다.


  ‘익선다다’는 2014년 재개발 무산으로 방치된 익선동 한옥 골목길을 독창적인 콘텐츠로 새롭게 재창조한 ‘공간기획 도시재생 스타트업’으로 유명하다.  익선다다는 기존의 행정기관 주도의 도시재생에서 민간 주도의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으며, 독창적 콘텐츠로 지역사회에 새로운 활기가 된다는 호평이 있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의 원흉’, ‘부동산 투기사업’, ‘패션 도시재생’이라는 혹평도 존재한다.

 이번 박한아 대표와의 솔직 담백한 만남을 통해 ‘익선다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익선다다가 새롭게 '소제호'로 대전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왕성하게 진행하고 있다. 박한아 대표의 모습.


  직접 ‘익선다다’에 대해 소개해 준다면?     

 

 음...‘익선다다’는 한마디로 낡고 오래된 것들의 재발견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 주변의 재미있고 가치 있지만, 쇠락하는 골목길을 재창조하고 기존의 아파트 재개발과는 다른 새로운 방식의 지역 활성화를 지향하고 있습니다.      


 ‘익선다다’가 재창조한 익선동 한옥 길은 단 몇 년 만에 버려진 골목에서 인기 있는 ‘핫플레이스’로 등극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나?     

 

 2014년에 처음 익선동에서 사업을 시작했을 때, SNS와 젊은 층 사이에서 경리단길과 같은 ‘골목길 열풍’이 시작됐어요. 심리적 만족감을 누릴 수 있고 독특한 문화적 배경이 있는 익선동이 그 유행에 힘입어 주목받을 수 있었죠. 더불어, ‘익선다다’에서 기획한 독특한 골목길 콘텐츠도 익선동의 부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익선동 한옥마을이 도심의 스카이라인과 대비되어 다채로운 공간적 경험을 준다.


 익선동의 골목길 콘텐츠는 어떻게 구상했는가?


 익선동의 경우는 100년 된 한옥촌이란 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어요. 기와나 서까래 등 한옥의 정체성을 그대로 살려 익선동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적 콘텐츠를 보존했고, 상점별로 다양한 콘셉트 디자인을 적용했죠. 저는 그것이 ‘한옥촌’이라는 일률성에서 다양한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해요. 추가적으로는 상하이의 ‘티엔즈팡’ 거리에서도 많은 영감을 얻었습니다.      


소제동은 대전에 유서 깊은 철도 관사촌이다. 원래는 지자체에서 아파트 뉴타운 개발은 추진했었다.


 최근에 진행하는 소제동 도시재생은 원래 기존 주민들의 대부분이 아파트 재개발에 찬성한다고 들었다. 이곳 주민들과 어떤 방식의 협의를 진행했나?

 

 사실 소제동 사업 초기에 개발 예정 구역 해체 요청 등 무리하게 진행한 부분도 있지만, 100년이 넘는 세월을 견딘 철도 관사가 아파트 개발로 사라진다는 것이 정말 안타까웠죠. 아파트와 같은 전면 철거 방식의 재개발이 아닌, 새로운 대안을 주민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주민분들의 설득을 위해 직접 익선동의 사례를 견학하는 등 여러 노력이 있었어요. 기존의 아파트 재개발은 용역업체를 동원한 폭력적 집행과 거주민의 지속적 정주를 보장하지 않죠. 반면에 ‘익선다다’가 추구하는 재개발의 최대 수혜자는 해당 지역의 거주민이라고 생각해요, 지역 거주민에게 소유권이 있기에, 골목길이 부흥할 경우 그 수혜는 곧바로 해당 지역의 거주민에게 돌아가는 구조입니다.      



 소제동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 특별히 신경 쓰신 부분이 있는가?


 소제동의 대표적인 철도 관사촌이 가진 단층의 연립 주택 구조와 넓은 마당 공간이 주는 느낌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어요. 대표적으로 소제동에 ‘풍뉴가’라는 카페가 있는데, 원래 집주인 부부가 가꾸셨던 오래된 대나무 숲을 그대로 살렸어요. 저는 이렇게 내력과 우연이 있는 공간을 좋아해요(웃음). 또, 소제동 곳곳에 역사적 인식 제고를 위한 현판을 달아서 마을 박물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익선다다’가 부동산 수익 발생을 위해 의도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을 일으킨다는 주장이 있다. 이에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선, ‘골목길 열풍’으로 부흥한 경리단길을 비롯해 익선동도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된 것이 맞습니다. 지역 활성화와 더불어 어느 정도의 임대료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치게 비싼 임대료는 분명히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익선다다’는 낡고 가치 있는 지역을 재창조하는 마중물이자, 엄연한 사업체입니다. ‘익선다다’의 골목길 재창조를 행정기관 주도의 포괄적인 도시재생에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해요. ‘익선다다’는 소제동 철도 관사촌의 단 3%만을 매입해 골목길 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고, 대규모의 부동산 차익이 아닌 콘텐츠 제작자로서 적합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소제동 도시재생의 활성화 현황은 어떠한가?


 초기와는 달리 대전 동구청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있습니다. 소제동은 1년 사이에 버려진 재개발 지역에서 연간 60만 명이 방문하며, 대전을 넘어 전국의 명소가 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익선다다’가 소제동 지역의 3%의 마중물로 60만 명이라는 성과를 냈다면, 이제는 대전시가 방향을 잡고 나아가야 할 시점이죠. 소제동이 사람들에게 새롭게 인식되는 전국의 명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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