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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instory Sep 09. 2024

아내를 보호하라, 한국사람으로부터 2

이런 일도 가볍게 넘길 수 있어야 한다

동네에서 길을 걷다 보면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인도 앞까지 야채바구니로 가득 채우고 열심히 채소, 과일 등을 팔고 있는 가게. 여러 아저씨 혹은 아주머니들이 앞에서 "상추 3개 5,000원~"이라며 열심히 호객행위를 하고 있는 그런 가게. 


우리가 사는 곳 바로 앞에도 그런 가게가 있다. 

지하철역 바로 앞이라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곳에 꾀나 규모가 있는 야채가게였다. 

그리고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그곳 앞을 지나가던 나의 아내, 혹시나 장 볼만한 게 있나 잠시 멈추었던 그때 토마토를 팔고 계시는 한 아저씨의 눈에 가던 길 속도를 줄이던 내 아내가 눈에 들어왔다. 


1+1 행사를 하고 있던 토마토였는지, 아저씨는 내 아내를 보며 영어로 원플러스원~ 이라며 호객행위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원플러스원을 두 번 외치고 나선, 갑자기 웃으며 아내에게 쓰리썸~ 쓰리썸~이라고 말하고 옆에 있던 다른 아저씨 (손님이 아닌 함께 팔고 있던 아저씨)와 하하 호호 웃기 시작했다. 내 아내는 그 말을 무시하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아내는 바로 내게 문자를 보내 방금 이런 일이 있었어서 바로 집에 왔다고 했다. 나는 순간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아내에게 괜찮냐고 물어보았고, 다행히 아내는 괜찮다고, 별거 아니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그렇게 사람 많은 길거리에서 쓰리썸을 외치고 서로를 마주 보며 웃었다는 게 도대체가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어떻게 길거리 한복판에서 아저씨가 젊은 여성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저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잘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 쓰리썸은 영어로 3명의 사람이 성관계를 함께 하는 것을 의미한다. 원 플러스 원 행사 판매를 하고 있는 토마토와 쓰리썸은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었을까? 내가 옆에서 함께 걷고 있었다면 쓰리썸이라고 그렇게 크게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내가 없더라도, 한국인 여성에게는 그런 호객행위가 가능했을까? 그리고 이렇게 생각하는 것조차도 혹시 내가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공공장소에서의 명백한 성추행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나는 아내에게 차분하게 말을 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이거 경찰에 신고해 볼 수도 있는 것 같아"

"에이 뭐야 괜찮아 별것도 아닌데"



그래... 그 사람이 무식한걸...

그래... 별것도 아닌 일이다 이 정도도...


집에서 길 건너 바로 앞이었던 곳이었어서 볼 때마다 기분이 별로였는데 얼마 뒤, 늘 그렇듯 어느 순간 가게는 사라지고 새로운 상점이 인테리어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다. 


이런 일이 생기는 그 순간엔 정말 복잡한 감정이 올라오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일에 하나하나 반응하는 것 자체가 우리의 삶만 더 피곤해진다는 걸 우린 너무도 잘 알고 있다. 그냥 우리의 삶에 집중하면서, 조금은 이런 일이 줄어들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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