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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창희 대리님 Jun 20. 2022

잘다니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EP1. 언제나 "인연"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안녕 '낯선사람'

Hello Stranger

그래, 낯선 사람으로 태어나 누군가에게 익숙한 사람으로 죽는다면 행복한 생이라 하겠다.


어느날 퇴사를 결심했다. 오키나와 여행을 다녀와서였다.

오키나와 여행의 필수코스: 만좌모

나는 20대 후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회사를 다니다보면 가끔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마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이 문득 생긴다. 그럴때 마다 여행은 내게 큰 위로를 주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내가 지내던 공간을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누구나 그렇듯 스트레스를 받는다.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홀로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마음 줄 사람은 많이 없었고, 생각보다 마음을 꺼내 보여주고 싶지 않은 상대에게 마음을 굳이 꺼내어 보기도 했다. 그렇게 밤새 술을 마셨고, 술이 덜 깬 채로 주말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다시 월요일 출근 시간이 다가왔다. 지금은 폐지되었지만 개그콘서트가 끝나갈 무렾 들리는 이태선 밴드의 노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월요병'을 부르는 노래였다.


나는 출근했다.

"연구씨 주말에 뭐했어?" 숙취로 주말을 흘려보낸 나는 팀장님의 관심이 부담스러웠다.

"아 집에서 푹 쉬었어요^^"

"집에서 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여행도 좀 다니고 새로운 사람들도 만나고 그래~~"
"아! 네 알겠습니다.^^"


여행....? 주말에 늦잠자기 바빴던 내게 여행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퇴근 후 하루 하루를 무료하게 집에서 보내는 시간들이 많아졌다. 무료한 일상은 무료함을 더했고, 무기력함마저 내게 찾아왔다.

집에만 있으니 오히려 계속 축 쳐지는 것 같아서 안되곘다싶어 무심코 근처 공원을 걸었다. 아무 생각없이 걸었다. 핸드폰에 이어폰을 연결하여 무작정 걸었다. 걷다보니 노을이 졌다. 뭔가 노을진 이 공원에 어울리는 노래가 있을 것 같아 노래를 이것저것 바꿔보았다. 그렇게 몸에서 약간 땀이 흐를 정도로 1시간쯤 걸었을까? 무기력함은 이내 상쾌함으로 바뀌었다. 퇴근길이 아닌 공원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잠깐의 소소한 행복을 느꼈다.

공원길을 그렇게 걷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정해진 길만 걸어오진 않았을까? 남들이 가는길 을 따라 걷다보니 그 길로 걸어야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일상의 작은 변화를 주기로했다. 출근길은 혹시나 늦으면 안돼니 퇴근길이라도 항상 같은 곳이 아닌 다른길로도 걸어보았다. 버스를 타보았고, 지하철을 이용했고, 가끔은 자전거로 출근하여 퇴근도 해보았다.


그렇게 일상의 작은 변화는 내게 신선함으로 다가왔고, 이 신선함을 바탕으로 여행을 떠나보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나의 첫 혼자 여행 일본의 '오키나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미 여행은 시작되었다.

보다 저렴한 비행기표를 찾으면서, 숙소의 위치, 오키나와의 볼거리, 맛집등을 검색하는 그순간 나의 마음은 이미 오키나와 여행중이었다.

사실 여행을 아예 안가본 것은 아니었다. 패키지로 대학교에서 보내주는 해외여행도 가보았고, 친구들과 즐거운 국내 여행도 해보았다. 너무나 즐거웠지만 내 체력의 부족이었을까...? 정신없이 멋진 풍경을 구경하고, 맛집을 다녀보았지만 여행은 내게 항상 충전이 아닌 방전이 되었었다.

그렇게 홀로 떠나온 오키나와 여행에서 나는 드디어 충전이 되었다.


무엇을 했냐고? 아니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처음엔 걱정했다. 여행 계획이 하나도 없어서...

그래도 어느정도의 동선은 짰다. (나는 일명 '동선충') 동선 꼬이는 건 계획이 없어도 싫어해서..

지나가다가 맛있어 보여서 밥을 먹었고, 편의점에서 맥주 한 캔을 사서 대낮부터 맥주 한모금씩 하면서 돌아다녔다. 너무 취하면 안되기에 딱 한 캔만 마셨다. 소주는 잘 마시는데 맥주는 한 캔만 마셔도 뭔가 알딸딸한 기분이 들어서 여행을 다닐 때 주로 마시는 편이다. 가다가 멈춰서 문득 생각이 들었다.


"와... 하늘이 이렇게 푸르렀나...?"


내가 다니던 회사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회사였는데 신입사원 당시에 출근했던 곳은 지하철에 내리자마자 역사와 회사 건물이 연결되어있어서 사실 집에서 나오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늘을 올려다 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퇴근을 하면 어둑해진 저녁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곳을 걸으며 느꼈다. 내가 회사에 다닐 때 하늘을 세번 이상 올려다 본적이 있었는가...? 사실 그만큼 여유가 없었다.


아니, 하늘을 볼 생각조차 안하며 살았다.


오키나와는 확실히 섬이다 보니 날씨가 정말 다양? 아니 이상했다. 비가 오다가 점차 개더니 이내 맑아졌고, 맑았다가 갑자기 흐려져 소나기가 내리기도 했다. 습하기도 했고, 밤에는 또 선선했다.

날씨에 따라 달라지는 기분 그리고 온도, 습도가 괜스레 설렘으로 다가왔다.

그렇게 해가 지고 어두워지니 오키나와의 밤은 생각보다 할게 없었다. 바다와 우거진 숲과 들판은 너무 아름다웠지만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니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마을길은 조금 무서웠다. 그래서 황급히 숙소를 알아보았다. 혼자다보니 거창한 호텔보다는 1인 여행객이 부담없이 머물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찾았다. 그렇게 예약을 해서 늦은 시간에 체크인했다.


오키나와 게스트하우스

너무 느즈막한 시간이라 까치발을 들고 총총총 들어왔다. 간단히 짐을 풀고 방전된 휴대폰을 충전하는 듯 침대에 누웠다. 5분 동안 적막이 흐르더니 시계바늘 소리가 들렸다. 그렇다. 사실 할게 없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오늘 도미토리에는 나말고 몇명 더 있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방안에는 나 혼자였다. 다들 어디로 가셨을까? 생각하며 좁은 도미토리 문을 열고 나가보았다. 그곳에선 소소하게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뻘쭘했던 나는 그자리에 계속 발만 동동구르며 서있었다.

그러던중 어떤 한 분이 이리로 오세요! 하며 손을 내밀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이렇게 먼저 말을 걸어주고 손을 내밀어주는게 너무 고마운 일이더라) 그런데 테이블에는 과자와 맥주가 놓여져 있었기에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빈손이였어서 조금은 망설였다. 하지만 손을 내밀어준 분께서 눈치를 챈듯 괜찮다며 내가 괜찮으면 와서 앉아서 이야기 나누자고 했다.


소소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새벽이 되었다.

내 손에는 맥주 한 캔이 쥐어져 있었다.

그렇다 맥주 한 캔으로 처음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분명 처음 만난 사람들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했냐고...? 사람 사는 이야기, 여행 온 이야기 , 어디 사는지, 무엇을 하는지, 여행에서 어디가 좋았는지, 뭐가 맛있었는지... 내일은 뭐하는지, 언제 왔는지, 언제 돌아가는지 등의 별에 별 이야기를 다 나누었다.

나는 회사원이라고 소개를 하였다. 마침 취업 준비중인 대학생이 있었고,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 관심을 보였다. (어느정도 친해지고 통성명과 나이를 알고 난 후) 형은 회사 다니니까 어때요? 거기 좋아요? 다닐만 해요? 어떻게 하면 들어가요? 등의 폭풍 질문이 이어졌다.


사실 신입사원일때는 애사심도 나름 있었고, 만족하며 다녔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항상 모든일에는 힘듬이 있다. 무던히 잘 이겨내는 스탈이지만 그래도 가끔은 힘에 겨운 순간도 물론 있었다. 그래서 조금 떨쳐내고자 여행을 왔는데 회사 이야기를 하려 하니 어떻게 말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도....우리 회사에 관심을 가지는 대학생에게 안좋은 이야기 보다는 좋은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고, 회사에 처음 입사하던 순간으로 돌아가 내가 무슨 마음이었는지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그렇게 나를 돌아보았다.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왜냐면 처음 만난 이 친구에게 잘... 말해주고 싶어서


그렇게 나를 돌아보고 객관화하는 과정을 거치고 이 친구에게 잘 말해주었다. 하지만 힘든 부분도 부담스럽지 않은 범위 내에서 말해주었다. 그리고 응원해주었고, 혹시 한국으로 돌아가서 궁금한거 있으면 연락달라며 번호를 넘겨주었다. (연락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게스트하우스에서의 하루가 흘렀고, 나는 혼자 여행이 혹시 이런걸까? 라고 정의를 내렸다.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고, 새로운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렇게 나를 다시 되돌아 보게 되었다.


나를 다시 돌아보는 과정

이게 혼자 여행의 매력이 아닐까?

혼자 여행의 매력이 푹 빠진 나는

게스트하우스 매력에 푹 빠지게 되었다.

혼자 많이 오는 공간이니까

이곳에서 내가 느꼈던 감정들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다녀보기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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