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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염창희 대리님 Jun 20. 2022

제주도, 그리고 게스트하우스

EP2. 언제나 "인연"은 "대화"에서 시작된다.

오키나와 여행 초기에 친구에게 수도 없이 전화를 걸었다. 너무 심심해서였다.

혼자서 대체 무엇을 해야하지? 교통 수단에서의 혼자는 너무 심심하기만 했다. 그래서 오키나와의 풍경을 담아 사진도 보내주고, 영상통화도 수시로 했다. 그러더니 친구가 한마디했다.


"야...내가 오키나와에 가있는 것 같다. 혼자 여유롭게 좀 즐기다와..!!" (아 미안...)

미안한 이유는 딱 한가지. 그친구는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었기에....

야! 그러지말고 우리 게스트하우스 가볼래?

친구는 회사일이 밀려 대충 대답했지만 솔깃했던지 퇴근 후 나에게 연락이 왔다.

그렇게 오키나와에서 돌아오자마자 친구와 제주도 여행 계획을 세웠다.


오키나와는 아시아의 하와이라고 하더라

오키나와도 너무 아름다웠지만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사람들이 결국 모여 사는 곳이 제주도라는 속설이 있다.

그만큼 제주도는 아름다웠다. 에메랄드빛 바다, 우거진 숲, 그리고 오름들이 나를 감싸 안아주었다.

우도1-1 올레길 코스: 검멀레 해변 (오키나와의 만좌모보다 훨씬 더 아름다웠다.)


해가 질 무렵 우리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뒤로 한채 예약한 숙소였던 게스트하우스에 입실하였다.

우리의 국내여행 첫 게스트하우스였다.

오키나와 여행에 머물렀던 숙소에서는 사람 사는 냄새라고나할까? 나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이야기를 주고 받으니 친구에게 하지 못했던 말들, 부모님 걱정될까 하지 못했던 고충들을 쏟아 붓고 이야기 나누다 보니 그 자체가 힐링이었다. 다음날 여행 계획을 같이 짜고, 처음 만난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 나누고, 슬픔에 공감했던 그 따뜻한 기억들을 잊지 못해 국내 여행에서도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했다.

그렇게 따뜻한 기억을 가지고 체크인을 했다. 그 후 나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최악을 경험했다.


좁은 도미토리를 벗어나 나를 반갑게 맞이해주던 로비는 젊은 청춘 남녀의 파티의 장소로 바뀌어있었다.

(물론 이게 나쁘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어색함을 달래줄 맥주 한 캔이 아닌, 부어라 마셔라 수준의 한라산 소주 빈병들... 그리고 널부러진 맥주 피쳐들이 다소 당황스러웠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자리에 착석했다. 그런데 같이온 친구와 멀리 떨어져 앉아야했고, 테이블 위에 놓여진 접시의 색깔이 파랑색과 분홍색이었다.

파랑색 접시가 놓여진 자리에는 남자가 앉아야 했으며, 분홍색 접시가 놓여진 자리에는 여자가 앉아야했다.

즉석만남도 아니고, 순간 여기가 게스트하우스였는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그날 술에 취해 고성방가를 지르며, 다음날 여행은 제대로 할 수나 있을지 걱정될 정도로 몸을 가눌 수가 없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내 곧 달라진 눈빛들.....


물론 국내 게스트하우스가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오키나와를 다녀오고 제주도 게스트하우스를 간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갑자기 생각이 났다.

음.....물론 스트레스 풀며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술 한잔 하는 것도 좋지만 어두운 지하1층에 클럽처럼 꾸며놓은 파티장은 정말이지 나와는 맞지 않았다. (물론 이때는 노는거 좋아했지만.... 그저 소소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날도 필요했다.)

아쉬움이 남아서 그런지 그 뒤로 게스트하우스를 많이 다녔다.

여수, 부산, 전주, 제주, 단양, 가평, 광주 등등 여행을 갈 때 마다 이용했고, 같은 숙소에 여러번 연박을 한적도 있고, 재방문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이용할 때 마다 그날 어떠한 사람들이 모이느냐에 따라 분위기는 천차만별인게 참 신기했다. 한 4일 정도 연박을 했었는데 똑같은 자기소개에 똑같은 술자리 게임에 갑자기 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었다.


내가 여기서 지금 뭐하고 있는거지?


그리고 우리는 확신했다.

컨셉을 잡고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 성공할 것 같았다.

따뜻한 기억을 심어주고, 호스트가 되어 게스트를 맞이하고 배웅하며, 먼저 손을 내밀어주는 그런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나만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해보고 싶었다.

이유는 별거 없었다. 내나이 28살에 확신이 들었고,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는 것에 후회가 없을 것 같았다.

아직 젊기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 같았다.


어머니에게 이 소식을 전했다.

"엄마! 나 제주도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직접 운영해보고 싶어"
솔직히 어머니가 잘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갑자기 왠 제주도며 게스트하우스냐며 뚱단지 같은 소리 하지 말라고 할 줄 알고, 설득을 할 준비도 이미 한 상태에서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어머니의 답변이 놀라웠다.


그래~~ 아들 하고 싶은거 해


아이러니 하게 그렇게 우리는 퇴사를 했다.

생각보다 큰 걱정 없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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