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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장님, 서울사람들은 망개떡을 알까요?

망개떡 장수 대신 이야기 장수 납시요

by 감격발전소
계장님, 서울 사람들은 망개떡을 알까요?


농산물 관련 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관계로 사무실에는 농식품이 꽤나 자주 들어온다. 오늘은 경남 의령군에서 온 손님이 두 손 가득 '망개떡'을 들고 오신 게 아닌가.



나는 망개떡이라면 아주 그냥 환장하는데 어린 날의 추억이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나를 사로잡고 있기 때문이다.


"망개 떠~억, 찹쌀 떠~억~"


사각 유리상자 두 개를 긴 막대에 연결해 지게처럼 어깨에 메고 다니며 떡을 파시던 아저씨. 망개떡·찹쌀떡의 '떡'부분에서 유독 발음을 길게 늘어뜨리며 소리를 내던 아저씨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망개떡은 지금이야 개당 천 원 이상의 몸값을 자랑하지만, 나의 초등시절에는 하나당 백 원이었다. 어떻게 몇십여 년 전 가격까지 기억하냐 묻는다면 아쉽고도 아쉬운 군침이 한 방울 서려있기 때문이다.


당시 엄마친구 아들(이하 엄친아)과 건널목에 서서 초록불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마침 망개떡 아저씨가 '망개 떠~억, 찹쌀 떠~억'을 외치며 지나가 시는게 아닌가. 순간 입에 침이 고이며 당장에라도 하나 사 먹으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는데 단돈 백 원밖에 없는 것이다. 혼자 사 먹기에는 왠지 미안한 마음에 엄친아에게 "너 혹시 망개떡 먹을래?"라고 정말 예의상. 예의상 물어봤는데 아니 냉큼 먹겠다는 것 아닌가.


내가 물어봐놓고 그럼 니 돈으로 사 먹으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 눈물을 머금고 망개떡 아저씨께 100원을 건네고 망개떡을 딱 하나 건네어받았고 그 녀석은 엄친아 입속으로 홀랑 들어가 버렸다.


'아... 얼마나 맛있을까, 얼마나 달콤할까...'. 입에서는 연신 군침이 흘렀고 허공을 보며 침만 꼴깍꼴깍 삼켜댔다.


우리 집은 아이가 셋인 관계로 매일같이 먹는 것으로 다투었기에 당시 나는 식탐이 정말 많았는데(물론 지금도 여전히 하지만) 그런 내가 망개떡을 내 손으로 양보했으니 그 시절 망개떡에 맺힌 아쉬움은 지금도 생생하다.



어른이 되어 내 손으로 돈을 벌어 망개떡을 주문해 먹었으나 한번 냉동되었다 온 망개떡은 예의 그 맛이 안 났다. 그런데 오늘!!! 사무실에 지금 막! 의령에서 만들어진 망개떡이 들어온 것이다!!!


째지는 입을 부여잡고 망개떡 상자를 열어보니 캬~ 올리브색 잎을 곱게 입은 망개떡이 보인다!



잎을 살짝 들어 자태를 보니 먹기도 전에 군침이 흐른다.


망개떡의 유래는 멀리 가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야가 백제에 아가씨를 시집보낼 때 이바지 떡으로

신랑집에 망개떡을 보내었다고 한다. 임진왜란, 일제 강점기 때는 산속으로 피신 다닐 때 끼니 대신 떡을 만들었다고 한다. 망개잎에 싸서 흙먼지가 묻지 않게 하거나 오랫동안 보존토록 한 것이 시초이다.


그러고 보니 망개떡은 내가 사는 통영의 명물 '충무김밥'이랑 유래가 비슷한 것도 같다. 충무김밥은 어부들이 오랜 시간 배에서 식사하기 위해 준비했던 도시락에서 시작되었다. 김밥에 반찬을 함께 말면 김이 눅눅해지고 상하기가 쉬워서 밥과 김은 따로 말고 반찬은 별도로 준비하면서 충무김밥이 탄생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엄마한테 충무김밥 한 줄 얻어먹으려고 재미도 없는 엄마의 백화점 쇼핑에 주야장천 따라다녔었다. 그땐 사는 곳이 통영이 아니었던지라 백화점 푸드코트에나 가야 충무김밥을 먹을 수 있었다. 편식을 심하게 했던 나는(아 지금도 편식을 심하게 한다 쿨럭) 충무김밥이 어찌나 맛있던지.


그러고 보니 충무김밥과 망개떡은 내가 '환장하며 좋아하는 정도'까지 닮아있다 허허허.



망개떡을 감싸고 있는 망개 잎은 7~8월에 채취한 것을 배춧잎 절이듯이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쓴다. 초록색도 아니고 노란색도 아닌 딱 올리브색 그 자체인 망개잎을 조심스레 떼어내 입에 물어보았다.


햐~~ 망개잎 향이 코 끝을 찌르며 쫄깃한 떡과 달콤한 팥소가 동시에 느껴진다~ 우물우물 망개떡을 맛있게 먹고 계장님께 물어보았다.


계장님, 서울 사람들은 망개떡을 알까요?


'이 맛있는 망개떡을 서울 사람들은 모르는 걸까요? 혹시 모르면 어떡하죠? 하~ 안되는데.. 다 알아야 하는데..' 하는 마음으로 물어보았는데, 계장님께서는 "서울에 있는 상급부서에 보고하러 갈 때 의령 망개떡을 자주 사갔기 때문에 많이들 알고 있을 것"이라며 마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와 같은 대답을 한다. 킁.



망개떡을 앉은자리에서 세 개나 연달아 먹고 망개 잎을 살포시 마우스 패드 위에 펼쳐보았다.


"앗! 이건 마치 짱구의 엉덩이와 비슷하잖아!!!"


달달한 건 질색이라며 내게 자신의 망개떡을 양보했던 동료에게 급히 손짓을 했다.

"OO님 OO님, 이거 이거 꼭 짱구 엉덩이 같지 않아요?"


동료는 이내 고개를 갸우뚱하며 짱구 만화를 본 지가 너무 오래되어 잘 모르겠다는 메마른 대답을 한다. 평소 달달한 걸 질색하며 늘 심심한 음식만 먹는 사람인지라 저리 건조할 거라며 혼자 고개를 저어 본다.



"망개 떠~억, 찹쌀 떠~억"을 외치던 떡장수 아저씨는 이제 사라졌다. 하지만 망개떡으로 인해 내 안에 떡 장수가 아닌 이야기 장수가 자리 잡았다고 하면 너무 오버이려나 하하하핫.


그나저나 서울 사람들은 정말 망개떡을 아시려나 모르시려나 궁금하다.


이 글을 보는 서울 분들~

"혹시 망개떡을.. 아시나요~~~?"


(이 시각 BGM : "아시나요~~ 얼마나 사랑했는지 그댈 보면 자꾸 눈물이 나서~~" - <조성모의 아시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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