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백패킹 #2
울릉도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말도 안 되게 밝은 날씨와 뜨거운 햇살 덕분에 늦잠을 잘 수 없었고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다.
오늘은 독도에 들어가는 배를 예약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독도.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울릉도까지 와놓고 독도를 시도해보지 않는 것은 후회 가득일 것 같다는 마음이기에 도전해본다. 그전에 울릉도의 부분들을 더 여행해보기로 한다.
울릉도에는 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기암들이 자주 보인다. 저 기암들은 외로워 보이기도, 우뚝 서 당당해 보이기도 하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다가 자주 멈춰 서서 구경할 정도로 웅장한 모습이다.
울릉도 오기 전에 검색하다 보면 항상 이 사진이 많이 보인다. '울라'라는 울릉도의 마스코트가 거대하게 서있는 카페를 방문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여행자들의 필수코스인 듯하다. 나도 커피 한잔할 겸 높은 산 위에 있는 카페로 향했고 생각보다 웅장하고 또 귀여운 울라의 모습에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부터 스쿠터를 타고, 뒤에 배낭을 질끈 묶어서 어디든 떠다니는 여행을 꿈꾼 적이 있다. 발이 닿는 곳으로 나아가고 멈춘 곳에서 텐트를 치며 잠을 청하는 청춘의 모습을 조금은 늦은 나이에 실현한 듯 하지만 더 늦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록 뜨거운 햇살로 인해 검게 타버린 목덜미만이 남았지만 이리저리 따지지 않고, 여전히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웬일로 갈매기 선생이 도망가지 않는다. 울릉도에 조금 적응하다 보니 갈매기와도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듯하다. 갈매기와 이리저리 시간을 때우다 보니 어느덧 독도로 출발하는 배의 경적이 울린다.
독도 접안에 성공했다. 이렇게 쉽게 들어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여행 동안 참 감사한 일들 투성이다. 독도로 첫발을 밟은 느낌은 사실 별 느낌 없다. 너무 당연하게 우리 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필요 이상으로 감정적이지도, 그렇다고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수많은 관광객들의 부산함이 일상처럼 느끼게 한 것 일수도 있겠다. 무튼 우리나라의 최동단을 와보았다는 것은 가히 기록적인 일이다.
술도 마시지 않거늘, 독도에 가보았다는 감동? 에 젖어 독도 소주를 사보았다. 병이 깔끔하고 이뻐서 기념으로 가방에 챙겨 왔다.
어제 현포 해변에 이어서 오늘은 내수전몽돌해변으로 이사를 왔다. 언뜻 보기에는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 그것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감성 백패킹이다. 이곳의 장점은 타프가 없어도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인데, 오늘의 선택이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는 내일 맞이하는 폭우를 경험하며 깨닫게 될 것이다.
울릉도에 왔는데 오징어회를 안 먹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장님께 영업당해서 배가 터질 만큼의 오징어회를 떠 왔지만, 부족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둘째 날을 마무리한다.
울릉도의 삼일째는 비가 쏟아졌다. 사실상 어쩔 수 없이 카페를 돌아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폭우 때문에 어디를 갈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다리 밑에 비를 피할 수 있게 피칭한 텐트 덕분에 한적하고 비멍을 때릴 수 있게 되었다. 뭐 그래서 삼일째에는 사진도 없고 여행 스토리도 없다는 그런 핑계이긴 하다.. 그래도 밤바다를 넘치도록 구경해서 후회는 없다.
삼일째 밤도 그렇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