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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문 Jul 27. 2022

과연 아무나 갈 수 없다는 독도에 갈 수 있을까

울릉도 백패킹 #2

울릉도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다. 말도 안 되게 밝은 날씨와 뜨거운 햇살 덕분에 늦잠을 잘 수 없었고 일찍 하루를 시작하기로 한다.


오늘은 독도에 들어가는 배를 예약했다. 3대가 덕을 쌓아야 갈 수 있다는 독도. 큰 기대감은 없었지만 울릉도까지 와놓고 독도를 시도해보지 않는 것은 후회 가득일 것 같다는 마음이기에 도전해본다. 그전에 울릉도의 부분들을 더 여행해보기로 한다.


기암

울릉도에는 바다 한가운데 솟아있는 기암들이 자주 보인다. 저 기암들은 외로워 보이기도, 우뚝 서 당당해 보이기도 하다. 스쿠터를 타고 이동하다가 자주 멈춰 서서 구경할 정도로 웅장한 모습이다.


울라

울릉도 오기 전에 검색하다 보면 항상 이 사진이 많이 보인다. '울라'라는 울릉도의 마스코트가 거대하게 서있는 카페를 방문해서 사진을 찍는 것이 여행자들의 필수코스인 듯하다. 나도 커피 한잔할 겸 높은 산 위에 있는 카페로 향했고 생각보다 웅장하고 또 귀여운 울라의 모습에 사진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청춘

이전부터 스쿠터를 타고, 뒤에 배낭을 질끈 묶어서 어디든 떠다니는 여행을 꿈꾼 적이 있다. 발이 닿는 곳으로 나아가고 멈춘 곳에서 텐트를 치며 잠을 청하는 청춘의 모습을 조금은 늦은 나이에 실현한 듯 하지만 더 늦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비록 뜨거운 햇살로 인해 검게 타버린 목덜미만이 남았지만 이리저리 따지지 않고, 여전히 청춘이라는 이름으로 즐길 수 있는 것이 참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갈선생

웬일로 갈매기 선생이 도망가지 않는다. 울릉도에 조금 적응하다 보니 갈매기와도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듯하다. 갈매기와 이리저리 시간을 때우다 보니 어느덧 독도로 출발하는 배의 경적이 울린다.


독도

독도 접안에 성공했다. 이렇게 쉽게 들어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는데.. 여행 동안 참 감사한 일들 투성이다. 독도로 첫발을 밟은 느낌은 사실 별 느낌 없다. 너무 당연하게 우리 땅이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필요 이상으로 감정적이지도, 그렇다고 아무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쩌면 수많은 관광객들의 부산함이 일상처럼 느끼게 한 것 일수도 있겠다. 무튼 우리나라의 최동단을 와보았다는 것은 가히 기록적인 일이다.


독도 소주

술도 마시지 않거늘, 독도에 가보았다는 감동? 에 젖어 독도 소주를 사보았다. 병이 깔끔하고 이뻐서 기념으로 가방에 챙겨 왔다. 


두 번째 박지

어제 현포 해변에 이어서 오늘은 내수전몽돌해변으로 이사를 왔다. 언뜻 보기에는 다리 밑에서 노숙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사실 그것이 아닌 것은 아니다) 나름대로 감성 백패킹이다. 이곳의 장점은 타프가 없어도 비를 피할 수 있다는 점인데, 오늘의 선택이 얼마나 결정적이었는지는 내일 맞이하는 폭우를 경험하며 깨닫게 될 것이다.


오징어회

울릉도에 왔는데 오징어회를 안 먹어 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장님께 영업당해서 배가 터질 만큼의 오징어회를 떠 왔지만, 부족한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둘째 날을 마무리한다.


울릉도의 삼일째는 비가 쏟아졌다. 사실상 어쩔 수 없이 카페를 돌아다닌 것을 제외하고는 폭우 때문에 어디를 갈 수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다리 밑에 비를 피할 수 있게 피칭한 텐트 덕분에 한적하고 비멍을 때릴 수 있게 되었다. 뭐 그래서 삼일째에는 사진도 없고 여행 스토리도 없다는 그런 핑계이긴 하다.. 그래도 밤바다를 넘치도록 구경해서 후회는 없다.


삼일째 밤도 그렇게 저물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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