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하여...
평소처럼 하루를 마무리하고, 스스로 괜찮다고 생각하며 방 안에 앉아 있을 때. 텔레비전 소리가 배경처럼 흘러가고, 컵 안의 물은 아직 반쯤 남아 있는데, 이상하리만치 마음이 공허해지는 순간. 불쑥 드리운 외로움이라는 그림자가 창문 너머로 스며들어, 방 안 가득 번져버린다.
사람은 혼자일 때 단단해진다고들 말한다. 혼자 견디는 시간이 강함의 밑거름이 되고, 그 강함이 결국 자신을 사랑하게 만든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태어나는 순간부터 우리는 누군가의 품에서 숨을 쉬었다. 눈을 감고 울음을 터뜨리면 안아주는 손길이 있었고, 넘어졌을 때 손을 잡아 일으켜 주던 사람이 있었다. 그 품과 손길이 그립지 않을 리 없다.
어른이 되어갈수록 자기만의 소신과 주장이 뚜렷해지고, 점점 의견대립이 오갈 때 자신은 혼자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거란 착각에 빠지지만, 젊은 날의 오기 일 뿐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알게 된다.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려는 태도는 강함이 아니라 외로움의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관계 속에서 조금씩 생기는 틈은 쉽게 메워지지 않고, 그 틈을 외면한 채 홀로 버티려 하면 오히려 마음의 벽만 더 두터워진다. 혼자라는 확신이 깊어질수록, 누군가의 사소한 눈빛이나 말 한마디가 간절해지는 아이러니를 마주하게 된다.
아들러는 말했다. “인간의 모든 고민은 결국 인간관계의 고민이다.” 외로움 역시 관계에서 비롯된다.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이 닿지 않는다는 감각, 내가 있어도 없어도 다르지 않으리라는 불안. 그 감각은 밤의 적막보다 훨씬 더 무겁게 다가온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외로움과 함께라는 걸 잘 안다. 외로움을 지우는 방법은 따위는 없다는 걸 잘 안다. 다만 조금씩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 익숙해진다는 건 무뎌진다는 뜻이 아니라, 그 감각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마치 늘 따라붙는 그림자처럼,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지만, 언젠가는 함께 걸어가야 할 동반자로 조금씩 물들어가는 느낌일 것이다.
결국 사람은 익숙해지지 않겠지만, 별 수 없음을...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다르지 않다는 걸 안다.
그 외로움은 어쩌면 누군가의 온기를 바라는 걸 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