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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점코치 모니카 Sep 02. 2023

'책임' 강점의 빛과 그림자 1.

외부책임 VS 내부책임


'책임'이라는 강점이 있습니다.


갤럽강점검사 보고서에 나오는 34개의 생소한 재능 단어들 중에 '책임'은 그나마 익숙한 단어이죠.

책임 강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실함', '책임감'을 뜻하기도 하고요.

갤럽 강점에서 '책임' 강점은 그 이상의 의미도 있는데요. 자세히 살펴볼게요.

강점코칭 시 '책임' 강점을 디브리핑 할 때 제가 쓰는 사진입니다.


상대방과 악수를 하고 있는데

악수한 두 손이 체인과 자물쇠로 둘둘 감겨있습니다.


강점검사 결과 '책임' 강점이 top 10 안에 자리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사진을 보고 '아'라는 탄식을 뱉기도 하고 그냥 웃기도 합니다. 기쁨의 웃음이라기보다는 씁쓸한 비소에 가깝습니다.


사진의 맥락을 단번에 이해한다는 것이죠.


'책임' 강점을 상위에 가진 사람은 외부책임과 내부책임이 충돌할 때 본능적으로 외부책임을 선택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의 경우 부모님이 원하는 바(외부책임)와 내가 원하는 바(내부책임)가 충돌하면 부모님이 시키는 대로 따릅니다.

싱글의 경우 회사 일과 개인적인 일(취미, 모임 등) 이 겹치면 회사 일을 선택합니다. 회사 일과 여친/남친과의 약속이 겹칠 때도 회사 일을 선택합니다.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었을 경우 회사 일과 가정의 일이 겹치면 본능적으로 회사 일을 선택합니다.

더 좁게 들어가 나 자신과 가족의 이익이 겹칠 경우 나 자신의 욕구를 접고 가족이 원하는 대로 따릅니다.


누가 시키거나 강요해서도 아니고 타고나기를 외부의 책임에 oriented 되어 있는 것이죠.

외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데 지나친 죄책감을 느끼는 성향으로 누가 봐도 약속을 지키지 못할 상황 하에서도 꾸역꾸역 그 약속을 끝내는 지켜내고 맙니다. 최악의 경우 기한을 넘겨서라도 그 약속을 종래에는 지켜내죠.


사소하게는 '책임' 강점을 가진 사람은 어디 가서 밥이나 차도 편하게 못 얻어먹습니다. "오늘은 내가 쏜다~!"라는 친구의 말이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얻어먹으면 반드시 다시 돌려주어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받은 것은 반드시 돌려줍니다.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계속 그것이 마음에 남아 "아 내가 저 친구한테 밥을 사야 할 차례인데......"라는 부채의식에 시달립니다.


하여 '책임' 강점을 가진 사람은 어느 조직에서나 환영받습니다. 묵묵하고 성실하게 맡은 바 일을 잘하니 항상 다른 사람들보다 업무량도 많고 열심히 일 잘한다는 평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임 강점을 악용하는 나쁜 보스를 만나면 악용당할 수 있음을 항상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책임' 강점을 가진 사람은 위임을 잘 못 합니다. 나에게 온 일은 상대가 나를 믿어서 준 일이라고 생각하기에 반드시 내가 직접 처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서 이기도 하고요.


다른 사람에게 그 일을 넘겨주었을 경우 나만큼 그 사람이 잘 해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직접' 해치워야 직성이 풀리는 '내가내가 병' 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지은 병명 입니다. ㅋ)


타고난 성실함과 책임감이 워낙 높기에 일과 태도에 대한 높은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혼자서만 그 기준을 지키면 상관없는데 부하나 동료에게서도 그 정도의 기준을 기대하다 보면 갈등이 생기기도 합니다.


'책임' 강점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은 절대 나만큼 매사에 진심이지 않다는 것을 인지해야 하고 그게 당연하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강점코치 모니카의 갤럽 스트렝스파인터 강점검사 결과

강점코치 모니카의 강점 Top10 순위입니다.

책임이 무려 4위.

Top 5 안에 있습니다.


'책임' 강점과 관련해서 강점코칭 시 항상 언급드리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작년 말에 있었던 일인데요.


각종 기업과 기관에서 외부강의 및 행사가 가장 많은 시기는 연말입니다. 해가 바뀌기 전 당해 예산을 모두 소진해야 되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프리랜서 강사들도 연말에 가장 바쁩니다. 1,2월 보릿고개를 앞두고 바짝 벌어야 하는 시기인 거죠.


작년 12월 마지막 주 일주일 내내 외부강의가 잡혀있었어요. 강의 시간이 일정하지 않다 보니 아이들 하원 전에 퇴근을 할 때도 있고 아이들이 먼저 집에 올 때도 있습니다. 첫 아이가 2학년이 되니 6세 동생과 1-2시간 정도는 잘 놀고 있어서 안심하고 강의 일정을 잡아놓았어요.


그런데 청천벽력 같은 소식!


병설유치원을 다니는 둘째의 방학이 첫째의 방학보다 3일 빠르다는 것이죠. 2학년 첫째는 혼자서도 잘 있지만 6세인 둘째가 혼자서 집에 있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시댁, 친정 모두 이역만리이고 이사 온 지 얼마 안돼서 아는 사람도 없고 아이를 봐줄 곳은 전혀 없었죠.


그러다 든 생각이

"아! 첫째를 결석시켜야겠다.

그럼 둘이 같이 있을 수 있겠네.

첫째 담임 선생님께 뭐라고 말씀드리지.

코로나 걸렸다고 말씀드릴까.

아 진단서를 보내야 될 텐데 그건 안되고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첫째 결석 구실을 상상하다가 아차!

정신을 차립니다.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

애들 잘 키우겠다고 회사에서 나와서 프리랜서로 일하는 건데.

이럴 거면 걍 회사를 다녔지.


첫째 아이의 직업은 초등학생인데 내 일을 하겠다고 첫 아이의 직업적 책임을 해하려 하다니.

이런 불공평은 어디 있나.


외부책임과 내부책임이 충돌하는 상황이 발생하니 내가 또 정신을 못 차리고 본능적으로 외부책임을 지키려고 하는구나.


미쳤구나.


뭣이 중헌디!


정신을 똑바로 차립니다.


바로 전화기를 집어 들고 대표님께 전화를 합니다.


"사정이 이러이러해서 우리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어 강의를 못 가게 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한데 방법이 없습니다. 다른 강사분을 신속히 구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다른 분이 가능한지 알아보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얼마나 마음이 불편했겠습니까?

책임 강점이 4번인 사람이 ㅋ


하지만 동시에 너무 뿌듯한 마음이 올라왔어요.

외부책임과 내부책임이 충돌할 때 내부책임을 택한 것은 이때가 아마 제 인생 최초였을 거예요.


내가 인생에서 우선순위로 정했던 가치.

열쇠 목걸이 매고 하교 후 혼자서 문 따고 들어오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는 생각.

그걸 지켜내려고 출산과 동시에 회사를 나왔는데 또 일을 하기 시작하니 나도 모르게 외부책임으로 쏠리게 되는 내 본능을 역으로 가로질러 내가 정한 인생의 우선순위를 지켜내었다는 뿌듯함이었어요.


강점을 공부한 것에 대해 무한한 감사를 느꼈던 날입니다.


인생사 모든 것이 그러하듯 강점도 빛과 그림자를 갖고 있습니다.

어딜 가나 일복이 터지고 거절을 못해 항상 일이 넘치는, 나를 과로하게 만드는 이 책임 강점이 지긋지긋하다는 분들이 참 많으십니다.


하지만 "쟤는 누구 뒤통수 칠 애는 아니야."라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주변으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면, 소중한 지인들이 힘들 때 든든한 "믿는 구석"으로 나를 떠올려주고 그들의 힘든 점이나 치부도 내 앞에서 나누어 준다면 그걸 가능케 해 준 것은 바로 나의 책임 강점입니다.


때때로 강점이 과발현 되어 내 삶에 먹구름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걱정이 없습니다. 내 강점을 잘 이해하고 있다면 강점이 과발현 될 때도 금방 다시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나만의 강점에 대해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강점검사 보고서를 받고

"뭐야? 이게 무슨 강점이야. 이것들 때문에 내 삶이 힘든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당신은 강점의 그림자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내가 약점이라고 생각한 나의 타고난 성향들을 나만의 강점으로 파전 뒤집듯 휘딱 뒤집어 줄 사고의 전환을 이루어 줄 강점코칭을 만나야 될 때입니다. ㅎ(강점 코칭을 받으신 고객분의 피드백에서 인용 ㅋ)


무려 4번에 랭크되어 있는 '책임' 강점에 대해서 할 말이 더 남았기에 내일도 책임 강점 이야기 계속 이어가 볼게요.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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