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orgen Jun 30. 2024

출간, 네 번 째.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

우여곡절 끝에 풍속화 책이 출간되었습니다.

원고는 지난 해 연말에 출판사에 넘겼는데 이렇게 늦어졌네요.


책상앞에 앉아 세계 각국 미술관에 걸려있는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며 그림감상 책들이 쏟아져 나왔죠. 포화상태에 이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내 책은 달라'라는 자만과 오만으로 거기에 내 책 한권을 더 얹었었답니다. 2022년에 <삶의 미술관>을 출간했었죠. 세계 명화에 나의 인생을 얹어 함께 보는 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일생을 명화와 함께 보고 생각하는 책이었죠.

출간 후, 서점에 진열된 내 책을 보며 다른 책들과 다를 것도 없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에구, 다 그렇고 그런 것에 내 책이 하나 더 보태졌구나, 이런 생각도 했고요. 그래도 호응도는 높았습니다.


이제 또 한 권의 그림관련 책을 다시 내놓습니다. 유사 책들의 홍수 속에 떠밀려나갈 책일지도 모릅니다. 이 책 역시 삶의 흔적이 묻어있는 책입니다.

브런치에 발행한 풍속화 글들은 인기가 좋아요. 검색에 잘 걸리는 것 같습니다. 김홍도 작품 관련 글을 위시하여 김득신 조영석 신윤복에 이르기까지 각각의 글들이 모두 조회수를 5000넘고, 특히 7000 이상인 글도 있지요(이 조회수가 많은것인지 보통인지 알 수 없지만). 반면에 좋아요나 댓글의 반응은 아주 미미해요.


종이책을 출판한다는 것은 온라인 글 발행과 다른 상황입니다. 많은 미술 분야에서 픙속화 관련 책 시장은 좁고, 수요도 적습니다. 선뜻 나서서 출판하고자 하는 출판사도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정성들여서 썼지요. 나이 탓인지도 모릅니다. 옛날이 왜 그리도 그립고, 사라져가는 모습이 왜 그리도 안타까운지...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누가 들으면 웃긴다고 할 지도 모르지만 저는 일종의 사명감 같은 것도 느꼈답니다. 반 세기 넘게 살아온 내가, 동서양 모두 다 살아본 내가, 이런 책을 써야한다는 생각! 눈부신 그림들 다 제쳐두고 실제 우리 삶이 담겨있는 소박한 그림들에 대해 쓰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황홀한 서양 귀족들의 삶이 아닌, 우아한 조선 선비들의 삶이 아닌, 그냥 보통 사람, 나처럼 보통 사람들의 땀냄새나는 삶의 기록을 쓰고싶었습니다. 그래서 주제가 풍속화입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설명들의 유사 글들이 아닌, 실제 역사 속 이야기를 쓰고싶었습니다. 팔자에 없는 '조선왕조실록'을 뒤져가며 관련 내용을 찾아냈고, 고마워서 큰 절하고싶은 '고전번역원'의 글들도 구석구석 뒤지며 찾아봤습니다. 참 재미있고 즐거운 글쓰기였어요. '출간'이라는 목표보다는 고전 읽는 즐거움에 푹 빠졌던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에서 텀블벅 펀딩 프로젝트를 시행했습니다. 지인들이 기꺼이 참여해주셔서 모금 예산을 넘겼습니다. 모금 예산이 3백만원이었는데 최종적으로 3,856,000원이 모금되었습니다. 제 개인 구좌로 후원금을 이체해준 나의 늙은 친구들도 여럿입니다. 530,000원을 송금받았습니다. 한 친구는 책을 50권 구매하여 고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에게 기증했습니다. 텀블벅 펀딩에 참여해주신 몇몇 브런치 구독자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출판 시장이 참 어려운 것 잘 압니다. 더구나 풍속화 책이 잘 팔린다는 보장도 없고요. 내 자신이 출판비를 부담하여 내 책을 출간하는 것이 싫어서 그냥 출판사에 맡겼습니다. 때문에 지인들께 폐를 끼치게 되었네요. 출판사의 출판비가 크게 출혈되지는 않을 것같아 안심입니다. 자비출판 책은 아니니 다행이지요.

텀블벅 펀딩에 겪은 에피소드로 잠깐 웃고 지나갈까요.

제 친구들은 모두 73~75세입니다. 저는 카톡을 안하지만 친구가 동창회 카톡에 내 책 텀블벅 편딩 링크를 올려놨습니다. 텀블벅에 참여하는 사람은 당연히 적었죠. 그런데 전화가 옵니다.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당연히 안 알려줬죠. 텀블벅 어려우면 나중에 서점에서-온라인 아닌 매장에서 직접 사라고, 그러면 정말 고맙겠다고 했어요. 그런데도 예전에 내 계좌를 알던 친구는 굳이 송금을 했네요. 여러권의 책값을 송금하곤 문자를 보냈더군요. 책은 한 권만, 꼭 한 권만 보내라고.

제 친구들은 먼저 출간한 <삶의 미술관>도 온라인 매장에서가 아니라 서점에서 직접 샀답니다. 저는 내심 온라인에서 사야 판매지수도 올라갈텐데, 하는 마음이었지만...

저는 이미 출국할 비행기 티켓을 구매한 상태라 책을 못 볼 줄 알았는데 다행히 출국 전날 제본된 첫 책을 받았습니다. 걱정입니다. 책이 무거워요. 늙은 내 친구들이, 옛날 이야기가 그리워 이 책을 구입한 노년의 독자들이 책이 무거워서 어떻게 서점에서 들고 오나, 어떻게 손에 들고 읽나 걱정입니다.



책표지부터 휘리릭 넘기며 훑어본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아요. 그림 색이 생각보다 짙게 인쇄됐습니다. 색분해에서 황색이 적게 들어가고 청색이 많이 들어간 느낌의 서양화들이 좀 서운합니다. 이름은 그림책인데 그림들은 우중충합니다. 불만이지만 스스로 마음을 달래기로 했습니다. 이유가 있죠. 책에는 국립중앙박물관 간송미술관에서 원화를  본 조선 풍속화도, 외국 박물관에서 본 원화도 많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책 원고 작업을 하는 동안에는 온라인 이미지를 봐가면서 글을 썼기 때문에 그 화면이 눈에 익숙해진 겁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그림들이 많은 색보정을 한 결과인 건 이미 비밀이 아니지요? 저도 브런치 발행 글중에 들어간 그림들을 좀더 밝고 선명하게 보정하여 올립니다.

예전에 인쇄된 책에서 보다가, 인터넷이 열려 온라인 이미지를 보다가, 실제 박물관에서 원화를 접하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서, 파리 루브르 박물관에서 접했던 원화들이 어찌나 어둡고 컴컴하든지 그동안 책에서 봐왔던 색감과는 아주 달라서 놀랐었습니다. 이번에 출간한 책 속 그림들이 어둡고 충충한 색감이라 기분도 좀 어두운데 어쩌겠어요, 그냥 마음을 달랩니다. 색보정을 함부로 하지 않아 그런 거라고.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이 저의 네 번 째 책입니다.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2022년 가을에 출간한 <삶의 미술관>도 브런치에 올린 글들을 모은 것입니다. 출판사에서 출간 제안이 오고 원고 청탁이 와서 계약하고 책을 낸 것이지요. 물론 원고료도 받았습니다. 제법 반응이 좋았고, 적당이 팔렸습니다.

10여년 전에 출간한 <행복해지는 약>은 북아트 전시회 브로셔 대용으로 낸 책이었습니다. 북아트 작품들이 어떤 영감으로 만들어졌는지 각 작품에 해당되는 수필을 엮어서 낸 책이었습니다. 전시회장에서 관람객들에게 직접 판매했습니다. 무료 증정은 하지 않았어요. 모두들 좋다고 하였지만 판매는 많이 하지 못했습니다.

저의 첫 번 째 책은 <독일에서 온 편지, 그리고 사랑>입니다. 편지글 모음입니다. 독일에 거주하면서 가족에게, 지인에게 쓴 편지를 서울에 남아있던 남편이 출판해줬습니다. 판매보다는 증정이 더 많았던 책입니다.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은 꼭 책으로 내고 싶었습니다. 자비출판이라도 하고싶었지만 참고 기다렸습니다. 별것도 아닌 자존심이랄까... 드디어 출판사를 만났고, 텀블벅 펀딩으로 인쇄비를 보태어 출판했습니다. 많이 팔려 어려운 출판사에서 출판비 손실이 없기를 바랍니다.


브런치 매거진에 발행하는 "지식이 아닌 감성으로 명화보기" 글들도 다듬어서 책으로 엮고싶지만 그럴 수 없습니다. 저작권이 풀리지 않은 현대 그림들이 많기 때문이죠. 게재하기를 원하는 그림들의 저작권료를 다 주고 책을 내자면 얼마나 많이 팔아야할지, 짐작도 안갑니다. 저작권이 살아있는 현대 그림들을 수록한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나 작가들이 정말 부럽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28183074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341952175


https://product.kyobobook.co.kr/detail/S000213641740


고백하자면 저는 소셜미디어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이 글을 읽는 구독자님들께서 저의 책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을 많이 홍보해주시기를 부탁합니다. 읽을만한 책이라고 생각하시면 온라인 서점에 리뷰도 써주시고요.




다음 책이 또 나오냐구요? 글쎄요... 아직은 생각도 하고, 눈도 보이고, 자판도 두드릴 수 있으니...

옆지기에게 얘기했습니다. 다음 책은 잡설을 쓰고싶다고. 시집살이(!), 이런 걸 써야겠다고. 남편의 표정이 굳어지는 것 같았습니다. 대꾸도 안 합니다. 왜? 왜 왜 왜? 시집살이에 대해 쓰겠다는데 당신 표정이 굳어질 이유가 뭔데? 왜 한 마디 대꾸도 안하는건데?

구독자님들, 저의 다음 책 기대하십니까?







작가의 이전글 조선과 서양의 풍속화, 시대의 거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