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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yubiny Aug 23. 2020

삶의 궤도가 변화되는 순간

상하이편-12월 둘째주

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와 행복이 있다. 함께 아침을 맞은 우리는 서로가 너무 좋았다. 처음으로 우리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꺼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서로가 좋기 때문에 만났던 우리가 서로의 미래에도 여전히 함께라면 좋겠다라는 고백을 했다. 우리 관계의 큰 발전이었다.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리는 상하이 , 오늘은 무언가를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뒹굴거려도 죄책감 느껴지지 않을 그런 날이다.


점심식사를 하고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함께 누웠다. 그가 자기의 여자 친구라면 꼭 알아야 한다면서 Prince의 노래를 틀어주기 시작했다. 함께 Prince의  노래를 듣다가 나는 스르르 잠에 빠졌다.


그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었다. 나는 Prince를 중얼거리며 자다 깨다 하였고 그는 내가 잠깐씩 깰 때마다 눈 맞추고 뽀뽀하고 껴안아 주었다.


잠에서 깨니 그가 그 귀여운 얼굴로 나에게 " You're so cute, when you sleep" 라면서 웃으면서 말했다. 나는 나에게 그 말을 하는 그의 얼굴이 귀여워 네가 더 귀엽다고 했다.

​나와 리온이는 상하이에서 자주 아팠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집 근처의 죽집에서 죽을 먹곤 했다. 퇴근 후 온몸이 으슬으슬해져 죽집으로 갔다. 비가 오는 날 마감 1시간 전에 들렀기에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고 죽집 아줌마와 남편이 식사를 하고 계셨다.


죽집 아줌마가 우리에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단골손님이다 보니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하셨던 것 같다. 남편분은 우리에게 고량주를 건네면서 같이 한잔하자고 하셔서 술을 나눠 마시게 되었다. 또 리온이는 우연히 만난 아일랜드 사람에게 죽과 함께 먹을 마차떡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그 아일랜드 사람도 함께 한 잔 할 뻔했다.


아줌마가 우리는 언제 귀국하냐고 물어봤을 때, 그가" I'm the last one who didn't back to country, because of you"  라면서 귀엽게 말했다.라는 말을 내가 중국어로 아줌마한테 통역을 해주었다. (번거롭..) 죽집에서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고 떠나기 전 다 함께 필름 사진도 찍었다. 정이 든 죽집과 오늘처럼 죽집에서 일어난 즐거운 순간들은 분명 그리워할 만한 추억이 될 것 같다.


밤에 그는 귀국일을 늦출 비행기 티켓을 드디어 변경했다. 예정대로라면 그는 다음 주에 떠나는 것이었다. 그는 나와 함께 있기 위해 상하이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때때로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조금씩 어쩌면 크게 삶의 궤도가 변화되곤 한다. 그리고 그 변화들이 있기에 삶이 더 즐거워지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한다.
 
그는 오늘 친구들이 학기가 끝나서 모두 귀국하는 바람에 처음으로 혼자 점심을 먹다 새로운 친구를 사귀게 되었다. 그리고 처음 만난 사람에게 마차 떡을 추천했고 딱 맞아떨아져서 고마워했다. 우연이 가져온 선물이었다. 나는 그에게 오늘부터 상하이 생활의 제2막이 펼쳐지는 거라고 했다. 예기치 못하게 얻은 시간인 만큼 앞으로 분명 새롭고 즐거움이가득할 것이다. 그는 나의 말에 동의했다.


다음날)
며칠간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하다 오늘은 결국 살짝 지각을 해버렸다. 덕분에 출근하자마자 상사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근데 오늘은 정말 회사 가기 싫었단 말이야.
아침에 부랴부랴 출근 준비를 다하고 이불로 온몸을 감싸고 얼굴만 빼꼼 내미며 자는 그의 입술에 쪽 하고 나가려는데 리온이가 잠결에 눈을 감은 채로

“Stay, don’t leave me...”

심쿵해버려서 발을 떼기가 어려웠다...


상하이에서 열린 독일 크리스마켓에 다녀왔습니다.
리온이는 독일인이라 그런지 굉장히 흥분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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