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오늘 점심은 뭐야? 오늘 저녁은 뭐야? 내일 아침은 뭐야??
아침 눈뜨고부터 잠들기 직전까지 밥 차리고 치우고 간식 차리고 치우고 또 밥 차리고 치우고 무한반복의 궤도.
애 셋 낳은 거 니 선택 아니었어?
내가 힘들다 하니 피식 웃으며 조소하는 막내 이모.
막내 이모는 내 사정 뻔히 다 알면서 저렇게 심장을 쿡쿡 찌르는 말만 한다.
선택했으면 힘들다는 말도 못 하나ᆢ
감기 기운에 안 좋은 컨디션으로 냉장고 정리를 했다.
어휴. 난 환경오염 주범 자네. 유통기한 지난 음식이 왜 이리 많아. 하느님 죄송합니다ᆢ혼자 중얼거리며
음식물쓰레기를 버리러 갔다.
그곳엔 쓰레기 배출을 도와주시는 중년 여성분이 바지런히 재활용 쓰레기를 정리하고 계셨다.
"음식물쓰레기 양을 보니 어린애들 있나 봐요."
음식물쓰레기 양이 많아 제 발 저린 나는 멋쩍게 웃으며,
"애가 셋이라서요."
하는 얼토당토않은 변명을 한다.
"그때가 그립네요.
애들이 어려서 힘들지요?
나도 애가 넷이었는데 부엌에서 하루 종일 살다시피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때가 너무 그리워요.
눈물이 날 정도로ᆢ"
고개를 숙이며 재활용 쓰레기 정리를 하고 계셔서 그분의 표정은 보지 못했지만 목소리는 목이 메어 있었다.
요즘 힘든 일 계속 겹쳐 우울한 날을 보내고 있었다.
계속 엄마만 찾아대는 세 아이에게 나 좀 그만 내버려 두라고 성질낸 적도 있었다. 누군가 나 좀 꼭 안아주고 토닥여줬으면 했지만 언제나 혼자였다.
그런 내게 여성분의 말씀은 날 꼭 안아주고 힘들어도 조금만 힘내 라고 위로해주기에 충분했다.
낯선 사람에게 눈물이 날 정도의 위안을 느끼다.
그러고 보니 난 이곳에 와서 위로를 참 많이도 받았다.
모두 이웃들이었다.
사람들을 피해 도망 온 곳에서
사람들에게 위로를 받고 치유하고 있다.
오늘도 길고양이가 문 앞에서 야옹거린다.
그래. 알았어 밥 줄게.
고양이가 지쳐 가버릴까 부리나케 사료를 챙긴다.
제주는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