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 대형마트를 가보면 아직 팔리지 않은 음식들이 남아있는 모습을 종종 보게 된다. 이것들이 오래도록 남아있게 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까이 가보면 왜 그럴 수 밖에 없는지 얼추 느낌이 온다. 품질에 비해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서. 식품 이곳저곳에 흠이 있어서. 신선도가 많이 떨어져서. 가성비가 좋지 않아서. 혹은 특정한 알러지를 유발할 수 있어서.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남게 되는 것들에게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차가운 시선이 가해진다. 다른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은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편견에, 새로 온 소비자들도 그저 눈으로 쓱 한 번 훑어보고는 유유히 자리를 떠나고 만다. 그렇게 공허한 시간 속에서 그들이 받을 수 있는 유일한 구원은 어두운 밤을 서성일 수밖에 없는, 가난한 누군가의 눈에 띄는 것뿐이다.
나는 정적이고도 싸늘한 이 공간 사이를 걸으며 얄궂은 깨달음을 얻는다. 사람도 이 음식과 그리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시간이 흘러도 선택받지 못하고 홀로 남게 되는 것들에게는 그만한 이유가 하나씩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그런 씁쓸한 마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