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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쪽 남자 선생님 Jan 14. 2023

그거 몇 푼 안 되는 거 가지고

내가 돈 떼먹고 도망칠 것 같아서 그래요?

오늘은 고객들이 말하는 '그거 몇 푼 안 되는 것', 내가 보는 '그러니까 그 몇 푼 안 되는 거 가지고'


병원 원무팀 업무의 꽃 '미수금'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미수금이란, 말 그대로 받지 못한 돈을 뜻한다. 받지 못한 돈이 생기는 이유로는 상당히 다양한데 대부분은 고객이 추가로 내야 하는 수납 비용이 부득이하게 발생되었거나, 고객이 당장 수납할 비용이 부족해서 발생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미수금을 관리하는 일 즉, 돈을 받아내는 일이 원무팀 업무 중 가장 중요한 일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원무팀 업무 중 미수를 담당하는 일을 하는 미수 담당자를 제일 고생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나는 원무팀에서 19년도 후반부터 미수 업무를 인계받고 지금까지 하고 있다. 미수를 관리하는 일은 병원마다 차이가 크다. 우리 같은 경우는 창구 담당자들 개개인이 각자 업무 중 발생한 미수금에 대해서 1차적으로 수납 안내와 비용 독촉을 진행한 뒤에 받지 못한 금액에 대해서 나에게 인계를 해준다. 먼저 인계를 받고 나면 해당 건에 대해 파악을 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어떻게 미수가 발생이 되었는지, 발생된 미수에 대해 안내했을 때 고객이 어떻게 반응하였는지, 언제까지 납부하기로 했는지, 납부를 하지 않겠다고 하면 왜 납부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 인지 등 다양하게 파악하고 분석하여 최종적으로 내가 독촉 연락을 취하고 전화 상담, 내원 상담 등 상담을 통해 고객이 왜 납부를 하지 않았던 것인지 불만을 들어주거나 해결해 줄 수 있는 방법으로 유도한다. 이렇게 했는데도 고객이 미수 납부를 하지 않는다면 독촉 공문을 거주지 주소로 보내 납부를 유도하고, 이렇게도 안되면 전자소송 혹은 채권추심과 같은 법적 절차도 진행하는 업무를 한다.


미수금이 발생하는 이유는 다양한데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병원의 업무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미수금과 고객의 여러 개인적인 이유로 납부하지 않은 미수금 이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병원의 업무적인 이유로 불가피하게 발생되는 미수금의 예로는 다음과 같다.

1. 고객이 수납을 하고 귀가한 시점 이후 의사가 내는 처방이 변경되어 추가납입금이 발생한 경우

2. 입원한 후 퇴원한 환자의 경우 퇴원심사가 이루어지는데 이 심사가 다 끝났다 하여 고객은 수납을 하고 귀가를 했는데, 재심사가 되어 추가 납입금이 발생한 경우

3. 원무 창구 직원이 업무 실수로 정확한 수납을 하지 못한 경우

4. 진료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하여 병원에서 환자의 병원비를 책임져줘야 하는 경우


고객의 여러 개인적인 이유로 납부하지 않은 미수금의 예로는 다음과 같다.

1. 진료를 다 보고 나서 돈이 없다고 다음에 내원했을 때 내겠다고 하는 경우

2. 병원의 업무적인 이유에 대해 발생한 미수금을 이해하거나 납득하지 못하여 비용이 있음에도 납부하지 않는 경우

3. 병원비가 비싸다는 이유로 자신은 못 내겠다고 우기며 그저 납부하지 않는 경우

4. 병원비를 내줄 사람이 따로 있다며 계속해서 납입 책임을 타인에게 미루는 경우


등등 뭐 위와 같은 예시 말고도 무수히 많다. 그저 내가 생각나는 것들을 적은 것이다.


미수금 관리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수금이 발생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첫째도 예방, 둘째도 예방


환자가 병원에 와서 진료를 보고 귀가를 하는 과정에서 환자가 진료를 보기 전까진 병원이 갑인데, 환자가 진료를 보고 난 후에는 환자가 갑이 된다. 환자가 처음 병원에 왔을 때는 진료만 보게 해 달라며 창구 직원과 외래 진료과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진료를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진료를 본 후에는 이제 진료에 대한 비용을 수납받아야 하는 병원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받기 위해 환자 혹은 보호자에게 비용 안내를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병원에 가면 진료비를 내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 생각한다. 하지만 간혹 병원의 진료가 자신이 마음에 안 든다면 진료비는 안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도 이런 사람들에 대부분은 병원이 '진료 거부를 할 수 없음'에 대한 것을 너무 잘 알고 악용하는 경우일 것이다.


원무 창구 직원들이 상대하는 환자나 보호자 중에 가장 힘든 케이스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비용을 못 내겠다는 케이스들이다. 


한 번은 이런 환자가 있었다. 환자가 자신이 몸이 너무 좋지 않다며 특별히 증상은 없지만 자신의 몸에 혹시 큰 병이 있을까 봐 걱정이 된다며, 내과 진료를 보면서 검사받을 수 있는 건 모든 것을 해달라고 요청하여 기본 피검사와 CT, 초음파 등 진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처방을 다 해주었다. 그리고 그 검사들에 대한 결과로는 다행히 큰 이상은 없었고 딱히 진단을 내릴만한 내용은 없었던 것이다. 보통 이렇게 되면 다행이지 않은가? 검사 결과가 큰 이상이 없다면 너무나도 다행일 것이다. 그런데 이분은 의사에 세 결과를 듣고 수납하러 나한테 와서는 이렇게 얘기를 했다. 


환자 : 아니, 의사가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다는데 그럼 이걸 왜 한 거예요?

나 : 예? 고객님께서 원하셔서 검사 진행해 달라고 하신 것 아니세요?

환자 : 아니 그건 맞는데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다잖아요

나 : 그렇죠 검사를 하셨으니까 결과가 나오신 거죠

환자 :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는데 내가 이 돈을 왜 냅니까?

나 : 예...? 검사를 하신 거에 대해서 비용은 납부를 해주셔야죠



글을 적으면서도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너무나도 비상식적인 대화라 잊히지가 않는다. 저분은 결국 한 번에 비용을 납부하지도 않았었고 미수금을 남겨놓고 몇 주가 지나 외래로 다시 한번 진료를 보러 와서 의사와 상담하고 나서야 비용 수납을 했다. 검사를 원해서 검사를 했고 검사 결과가 이상이 없다는데 왜 돈을 내냐니...    이렇게 생각할 수가 있나? 싶다





미수금 독촉을 하다 보면 정말 화나는 순간들이 많은데 미수금이 있는 환자들의 단골멘트가 있다. 내가 고객님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렇게 비용이 발생된 부분이 있습니다~ 비용을 내주셔야 합니다~라고 설명하고 안내를 하면, 고객들은 항상 이런 말을 한다. "아 그거 뭐 몇 푼 안 되는데 일일이 전화해서 내라마라야", "아 그거 그냥 다음에 갔을 때 얘기해 주고 내라 하면 되지 얼마 한다고 그거 내라고 이렇게까지 합니까?"


또, 미수금을 납부해기로 한 기한이 지나서 환자에게 전화를 하면 "아 거참, 낸다니까?"


또, 진료 다 보고 수납 안내를 했는데 돈이 없다면서 집에 가서 이체해 주겠다고 하는 고객에게 "지금 여기서 내주셔야 합니다", "서류는 비용 수납 없이 먼저 드릴 수 없습니다"와 같이 말을 하면 고객들은 이렇게 말한다. "아니 내가 이거 뭐 몇 푼이나 된다고 돈 떼먹고 도망갈 사람처럼 보여요?", "아니 이거 얼마나 한다고 나중에 낸다고요~" 그럼 나는 다시 이렇게 말한다. "아니 고객님 그러니까, 이거 얼마나 한다고 지금 내시면 되잖아요~"


얼마 안 된다는 그 푼 돈을 왜 안내는 걸까...? 얼마 안 되면 그냥 내는 게 덜 귀찮지 않나..? 본인들이 큰돈이 아니고 푼 돈이라면서 그 푼 돈도 못 내는 사람 취급받는 게 싫다면서, 본인들 스스로가 그런 사람을 만들어 놓고 직원들이 그렇게 사람 취급을 한다며...   이야기하는 게... 참 힘들다





미수 관리를 하다 보면 참 힘든 일이 많다.


직원이 실수를 해도 미수금이 생기고, 고객이 일부러 돈을 내지 않아도 미수금이 생긴다.


나는 직원들이 실수를 해서 생긴 미수금을 번거롭게 해 죄송하다며, 내가 대신 사과하고 내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 직원들조차도 네가 하는 일이 그거잖아?라는 식의 태도를 취한다.


의사가 처방을 잘못내서 생긴 미수금도 번거롭게 해 죄송하다며, 내가 고개를 숙인다.


간호사가 싹수없다며 병원이 불친절해 돈 못 내겠다고 소리치는 고객에게도 내가 대신 사과하고 내가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돈을 내니까 말이다.


병원에서는 고객들에게 받아야 하는 비용을 당일에 받지 못하면 일이 매우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또 미수 관리 차원에서는 못 받을 확률도 더욱 높아진다.


내가 19년도 후반부터 미수 담당자로 업무를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0년, 21년, 22년, 3년간 미수금 회수율이 95%가 넘는다. 


병원은 때로는 고객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반성의 모습을 보여야 할 때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병원은 잘못을 인정하는 태도와 반성을 하려는 태도에 상당히 인색하다.


사람들이 비용 납부를 못하겠다고 하는데에 대부분 심리는 병원에 대한 불신이다.


병원과 고객은 서로 신뢰가 있어야 하는데 이 신뢰가 깨지면서 불신이 생기고 불신이 생기면 비용 납부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게 된다.


결국, 돈 받는 일을 하는 사람만 힘들게 된다.




병원들도 환자가 비용의 크기에 대해서는 납득하게 하기 힘들더라도, 적어도 비용을 내야 한다는 것에 대한 납득은 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저 비용 못 내겠다고 하는 환자들을 이상한 사람 만드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그래서 나는 미수 담당자로써 고객의 불만과 소리를 듣고, 병원과의 신뢰를 되찾아 비용을 납부하게 하는 것에 최선을 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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