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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만식 Mar 03. 2024

고도를 기다리며

현대 고전 중에 하나, <고도를 기다리며>, 손에서 놓을 수 없어 단숨에 읽었다. 고전의 힘이어서일까, 말로 표현 못할 묵직함이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 명예로운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나 수상 자리에도,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의 칩거생활의 독보적인 특징은 그의 작품마다 깊이 배어있다.



극 중 주인공,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의 대화, 놀이는 반복의 반복을 거듭하고 의미 없는 듯 하나 의미 있는, 지루한 듯하나 지루하지 않은 무심한 듯하나 유쾌한 웃음을 자아낸다. 고도를 기다리는 그들의 행동과 시간의 흐름, 이어지는 배경의 단순함과 극 중 전개는 계속해서 고도가 누구인지를 묻게 한다.



고도의 정체와 관련해 수많은 해석들이 오갔지만 기독교적인 ‘신’으로서의 이해는 많은 오해를 낳는다. 물론 저마다의 이해에 따라 작품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정작 사무엘 베케트는 고도를 신이라고 정의하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럼 고도는 누구일까, 누구를 말하는 것일까, 이 책은 인간 존재에 대한 실존적 이해를 전달한다. 인간 개개인이 놓인 삶의 자리, 현실 세계, 그곳에서 그들은 고도를 기다린다. 아니 우리들도 고도는 아니라 할지라도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삶은 기다림의 연속이다.



<고도를 기다리며>는 기다림으로 시작해서 기다림으로 마친다. 기다림의 대상은 끝내 오지 않는다. 그런 이유에서 고도를 예수님으로, 예수의 재림으로 이해한 건 아닌지. 하지만 이 책은 종교적인 이해보다는 실존적인 이해로 다가가야 한다. 지극히 인간 실존을 다룬 작품이기 때문이다.



본질보다 앞서는 실존에 대한 인간적인 삶을 깊이 있게 다룬다. 세계 내 - 현존재로서의 인간, 현세계에 던져진 존재로서의 삶의 고뇌, 방황, 갈등, 고민, 죽음을 다루고 있지만 실존주의의 핵심인 기획투사를 힘써 실천하려는 인물들의 행동이 작품 안에 그대로 녹아있다.



고도는 그런 차원에서 살아가려는 의지, 이유 그 자체가 아닐까, 나름 혼자만의 생각을 하게 된다. 워낙 유명한 작품이기에 오랜 세월 전 세계 희극인들의 사랑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유명한 배우들의 공연이 있어 왔던 작품이다. 지방에 살다 보니 보고 싶은 연극이 있어도 볼 수 없는 현실이다.



원로배우 신구 선생님과 박근형 선생님 두 분이 블라디미르와 에스트라공 배역을 맡아 연기를 하셨다고 하는데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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