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기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때가 되었다. 장기간 폭염이 계속된다 하니 조금은 조심할 일이다. 이런저런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아내와 둘만의 데이트를 보냈다. 폐함이 된 군함들이 지역마다 함상공원에 와 있는 것을 알고 오래전 한번 방문했던 기억을 더듬어 삽교호함상공원을 찾았다.
이름은 여전히 아산시 삽교호 함상공원이지만 정확한 소속은 당진시였다. 30여 년 전 32개월간 군복무하며 함께했던 전주함 925가 눈앞에 있었다. 이미 정박한 세월이 오래선 지 곳곳엔 부식이 심각했다. 함수에서 함미까지 또 비행갑판과 함교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둘러보면서 과거를 회상했다.
그때의 기억과 추억이 곳곳을 지나칠 때마다 계속 떠올랐다. 군함 여기저기에 아직도 나의 손때와 채취가 그대로 묻어 있는 것만 같았다. 특히 군시절 가장 힘들고 어려울 때면 꼭 찾던 장소도 있었다. 혼자서 보냈던 시간, 비밀의 장소,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며 눈물로 기도했던 곳이기도 했다.
아내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며 현재 군복무 중에 있는 우리 집 막내를 생각했다. 더위에 수고하고 있을 아들이 건강하게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공군 군사경찰로 초소 근무가 주력이기에 계절마다 취약한 어려움이 있는데 무엇보다 무탈하게 이 여름을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