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성 떨어지는 운동이라 차마 입에 담진 않으려 했다. 헌데 어쩌다 간만에 들렀음에도 여전히열심인 60대 회원 모습이 보이기에 입이 슬슬 가렵기 시작했다. 12월에 한 번 가고 지난 주말에 한 번 갔는데 두 번 다 만났으니 매일 오는 건가, 라는 의심이 슬슬 들기 시작했다. 바로 폴댄스 학원 얘기다. 게다가 최근 폴댄스질문도 받은 터. 질문 역시 두 번이나. 40대와 20대 여성이었다.
왜 폴댄스를 하게 된 거에요? 폴댄스 하면 뭐가 좋은데요?
살아온 인생보다 생겨먹은 성격이 순탄치 못해 내게 두 명은 꽤나 큰 숫자다. 하여 이 글을 통해답을 마저 하기로 했다. 감사 받듯 1차 구두 답변, 2차 서면질의식. '어쩌다' 시리즈처럼 하게 된 이유보다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전혀 아니올시다, 라고 생각한 게 의외의 결과를 만들어내는 게 인생이니.
폴댄스와 인연 맺은지 4년이 흘러 이제 5년차에 접어 들었다. 여전히 생각만 하면 가슴이 뛴다. 좋아하는 일만 할 수 없는 게 또 인생인지라 보고싶지만 아껴두는 애인이랄까.
그 어떤 장애물이 우릴 갈라 놓아도 계속 하게 하는 이유, 답변 들어간다.
1.심리적
일상에서의 '의무감' 옷을 벗게 해 줘요. 회사나 가정, 사회로부터 주어진 책임은 폴댄스 복장으로 갈아입는 순간 벗겨지죠. 날 것 그대로의 '순수'마냥 맨살이 '폴(봉)'과 소통하기 시작해요.
매 수업마다 메인 동작과 연결 동작을 배우는데요. 반드시 해내야만 하는 원칙도 없어요. 내 가동성이 허용되는 만큼, 내가 보는 기준으로 나 자신이 만족하는 만큼 펼치면 되거든요.
다리를 뻗든 구부리든 몸통을 회전하든 펴든 폴과 협상만 잘 되면 얼마든지 변형해서 '나'를 표현할 수 있어요. 그 누구에게도 눈치 보지 않고 그 누구라도 잘못이라는 사람도 없이 감추어진 '나'를 드러낼 뿐입니다.
2. 신체적
폴댄스 동작 하나를 위해 20분간 워밍업을 하는데요. 몸을 충분히 달구고요. 일상에서 건드리지 않던 구석구석도 넓히고 힘을 채우는 시간이죠. 주유소 기름 넣듯이. 시원함과 짜릿함을 이미 채운 셈이라 도전하고픈 열정이 싹 터요.
'하면 좋아진다'는 요가 1시간보다 본동작을 위한 사전 운동으로서 인과관계가 분명한 게 제 동기를 움직이는 데는 더 맞더라고요.
폴(봉)과 함께 벌어지는 동작은 고개를 떨구거나 굽은 등보단 그 반대가 많은데요. 손끝부터 발끝까지 근력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근력을 쓰는 만큼 몸도 변하고요. 몇 달 만에 한 폴댄스지만 근력, 유연성, 다이어트 효과를 금세 봤어요. 특히 내내 쓰는 코어로 복근 라인이 잡힐 때 미소가 절로 나옵니다.
3. 사회적
어느 운동이든 단체 수업이 주는 효과가 있죠. 올해 1월, 조선일보에 수명이 가장 긴 운동을 발표한 적이 있었는데요. 물리적 운동량보다 결정적인 영향은 혼자가 아닌 '관계'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