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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시퀸 이지 Oct 13. 2024

얼굴이 화끈거려 혼났다

수북한 생선, 수치심 자아

수북한 생선은 내게 더부룩함을 선사 했다. 위장의 거북함이 아닌 심장의 거북함이었다. 집에서 도서관까지 걸어서 40분이다. 시간도 적당하고 탄천로를 따라 산 속 도서관까지 가는 풍경은 애피타이저다. 도서관 밖도 공원이지만 안에도 공원이 있다. 도서관 열람실 옆 하늘공원에서 걸으면서 책을 읽으면 심신이 세탁된 기분이다. 그러다 밥 때 되면 구내식당에 내려가 6천 원 한 끼 식사를 한다. 이른바 '걷고-보고-먹고' 삼박자다.


구내식당 마감시간은 저녁 일곱 시다. 갈 때마다 반찬이 많이 남아 있어 오늘은 많이들 안 먹었나, 눈 빠지게 손님 기다리는 이모님들 기운 빠졌겠다, 생각하며 돌아오곤 했다. 남 걱정인지 내 걱정인지 모르게 그 틈을 타 난 생선 반찬을 덥수룩하게 담기도 했다. 지난 번에는 조기 반찬이 나와 여섯 마리를 식판에 담고서 산(産)달 맞은 고양이가 됐었다. 앞에 내놓지 않은 조기 한 통이 안에 더 있음을 확인 했다.


지난 금요일, 반찬으로 고등어 자반이 나왔다. 마감 시간 20분 전에 도착해 고등어를 여섯 조각 담았다. 반찬통에 남은 것도 여섯 조각, 절반을 가져온 셈. 저번처럼 아직 내놓지 않은 통이 있으리라 합리화 하며 동물적 욕구를 발산 했다. 오는 손님도 뜸 한 것 같고 자리도 많아 먼 데 갈 것 없이 배식구 코 앞에 앉았다. 먹는 순서가 채소 -> 단백질 -> 탄수화물이다 보니 양배추, 오이, 김치 순으로 몸에 들였다.


배식구에 누가 다녀 갔는지 내 곁을 누가 스쳐 지났는지도 모르게 맛, 소리, 향에 취해 부어라 먹어라였다. 헌데 갑자기 웅성웅성 소리가 들렸다. 귀를 쫑긋 하니 배식구 안에서 이모님이 난처해 하며 식판에 반찬 담는 부부에게 이러는 게다.


"생선이 다 떨어져서 계란으로 바꿔서 얼른 해 드릴께요"      


식당 문 닫는 시간 일곱 시 오 분 전. 육십 대로 보이는 부부. 도서관 앞에 써 붙인 일주일 식당 메뉴표에 고등어 자반을 보고 내려온 사람이면 어쩌지? 이놈의 얼어죽을 순서. 채소 다 먹고 고등어 탑이 존재 한 타이밍 일 게 뭐람. 펑펑 남아도는 구석 자리 놔두고 왜 하필 맨 앞에 앉아 가지고. 식판에 손 대기 전이라면 고등어 반납할 텐데 도로 갖다 놓을 수도 없고. 나라 일을 하는 인간이 나라에서 운영하는 6천 원에 이토록 가증스럽게 뽕을 뽑다니. 흰밥 먹지 않는다고 생선까스 한 덩어리씩 더 얹어 주시는 이모님인데 이런 배은망덕 하다니. 소식은커녕 소심하기 짝이 없는 나 자신.


졸지에 방석 깔았다. 가시방석. 한기가 서린 식당이었는데 방금 운동 마치고 온 사람처럼 얼굴까지 달아 올랐다. 제아무리 혼밥을 해도 그 맛에 취해 주변을 돌아보지 않거늘, 저 멀리까지 다른 사람 식판 훑느라 동공이 바빴다. 다른 사람들은 흰밥이 있어 그런지(그렇게 믿고 싶다) 고등어자반은 평균적으로 두 조각이었다. 싱싱하게 갓 잡아 올린 고등어 한 마리 크기를 퍼즐 조각처럼 끼워 맞춘 여섯 조각이라니.




© CoolPubilcDomains, 출처 OGQ



우주의 기운이시여. 원리는 통했다. 육십대 (같은) 부부는 앉아 드시는 중간에 계란요리를 받으러 배식구에 한 차례 다녀갔다. 식사를 다 마치고 난 후 배식구를 들러


"계란도 괜찮았어요.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하고는 식판 반납구로 발걸음 가볍게(?) 이동했다. 뒤통수를 바닥에 떨구는 밤에 하루 일과를 스크리닝 하는 버릇이 있다. 무의식 세계에 기쁜 마음으로 돌진 하는 의식행사다. 헌데 잠들 때까지 얼굴이 홍당무였다. 화기가 쉬이 꺼지지 않았다. 스크루지 같은 자신이 부끄러워서. 성경에 손이 죄를 짓거든 손을 자르고 눈이 죄를 짓거든 눈을 빼버리라든가 그런 문구가 있다. 내 입과 내장을 도려내야 할 판.  


꿈에서라도 대범함 물탱크 뿜는 소방차를 만나고 싶다(정작 꿈에서는 전에 모셨던 실장님이 등장했다, 우주도 잠 든 건가). 오늘밤 꿈엔 생선 뷔페 식당이 나왔으면 좋겠다.


밤 풍경이 아침 풍경으로 바뀐 듯 내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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