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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인 Nov 21. 2022

기묘한 책, ‘쓰는 습관’

팀플을 마치고 강의실에서 나왔는데

버스가 12분 남았다.

맥이 탁 풀렸다가 다시 정신을 다잡았다.

뭐할까 하다가 어제 ‘쓰는 습관’이라는 책에서 읽은 게 생각났다.

버스를 기다리는 자투리 시간도 글 쓰는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 싶었다.


사실 이 ‘쓰는 습관’이라는 책 말이지, 아직 다 읽어보진 않았는데 기묘한 면이 있다.

분명 어디서나 다 들어봄직한 글쓰기 습관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묘하게 따뜻하단 말이지.

겉은 차갑지만 속은 앙금으로 가득 찬 따뜻한 붕어빵 같아.


예를 들어 일상에서 글쓰기 소재 찾는 법에 대해 소개하며 ‘일어나서 일하고 밥 먹고 자고’밖에 한 것 없는 것 같지만 사실 ‘강아지 배도 만지고 창문 밖도 바라본 하루’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일상도 그렇지. 늘 똑같은 것 같으면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늬가 조금씩 다른 하루.

다르기에 지겨움을 이겨내고 아침에 또 눈을 떠서 하루를 살아갈 수 있나 봐.


요즘은 날씨가 꼭 봄 날씨 같아. 떨어진 단풍잎이 따뜻한 기운이 섞인 바람에 날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이상하지만 그래도 좋아. 난 봄바람을 좋아하니까.

‘쓰는 습관’이라는 책에는 글쓰기 습관 자가진단표도 있었거든. 그걸 해봤는데 난 ‘좋아하는 게 없는 상태’에 체크하고 있는 거야.


근데 오늘 깨달았어. 난 좋아하는 게 없는 게 아니라 그것들을 들여다볼 여유가 없었다는 걸. 봄바람을 좋아하지만 ‘난 봄바람을 좋아해!’라고 쓰기 전에는 그런 줄도 몰랐던 것처럼. 가끔씩 이렇게 시간을 내 잠시 멈추고 나를 돌아보고 기록할 시간이 필요한가 봐.


‘쓰는 습관’의 작가 유키는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는 10분 동안 글을 쓴다고 해. 걸어가면서 어떻게 집중을 할 수 있지 궁금하긴 하지만, 내가 버스를 기다리는 10분 동안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한 것 같아. 글을 쓰는 시간 동안 유키의 하루는 정돈되고, 의미를 가지며, 여유가 스며들 틈이 생겼을 것이라고 믿어.  


그럼 오늘의 10분 일기는 여기서 끝! 언젠가 일본에서도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소망을 끝으로 ‘쓰는 습관’ 후기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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