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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둥지 전망대에 가다

To go to the Eagle's Nest View Point

훈자에서의 첫날 여정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돌아온 독수리 둥지 호텔.

전날 얼어 죽을 것 같았다고 강하게 컴플레인하니까 방을 바꾸어준다. 난방기(A/C)가 있는 방으로 바꿔달라고 해서 OK를 받았는데, 들어와 보니 어딜 봐도 난방기 실내기는 안 보인다. 관리인이 몇 분 있다가 또 전기난로를 하나 넣어준다. 하여간, 이 나라에선 끝까지 확인하기 전 까진 OK도 OK가 아닌 거다...



그래도 바뀐 방은 햇살이 바로 비치는 방이라서 전날 그 방보단 훨씬 온기가 있다. 적어도 어제보단 덜 춥겠네. 심지어 오늘은 온수도 나온다. 사실, 더운물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대단한 사치라는 것 모르지는 않는다.


30분만 쉬었다가 훈자의 일몰을 감상하러 가기로 했다.

독수리 둥지 호텔은 독수리 둥지 전망대 바로 아래 명당자리 위치한 호텔이다.



입구에 무언가 무서워 보이는 공고문이 있다. 뭔 말인교???


[ 공고 ]
모든 방문자 보시오. 여기는 공공/소풍 장소 또는 관광 리조트가 아니며 ALTIT/KARIM ABAD를 위한 AGAKHAN SHIA IMAMI ISMAILI 협의회에 속한 사유 재산임을 알립니다. 그 모든 내부 및 외부 재산권이 보유됩니다. 어떤 방문객이나 단체도 상기 사유 재산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통지를 위반하는 경우, 본 위원회는 위반자를 상대로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책임이 있습니다. 위원회는 이와 관련하여 대중의 상당한 협력을 기대합니다.
[ALTIT /KARIM ABAD HUNZA를 위한 관리 ISMAILI 위원회]


해석한 걸 다시 요약하면 "사유지니까 들어오지 마" 되겠다. 그런데, 저 다른 사람들은 다 뭔데? 아무도 안 잡네? 나도 들어가야겠다.


독수리 바위

여기가 독수리 둥지 전망대(Eagle's Nest View Point)라 불리는 아주아주 명확한 이유.

햐~ 어쩜 정말 저렇게 완벽히 독수리처럼 생겼을까나.



어슬렁거리는 곰처럼 보이는 바위도 있고,



아이를 안고 있는 어머니처럼 보이는 모자상 바위도 있다.



이 전망대와 가장 가까운 건물이 독수리 둥지 호텔


파노라마로 긁어 봄. 참 편리한 세상.


여기까지 와서 사진을 안 남기고 갈 순 없지. 독사진 몇 투척해 주시고...



친절하고 영화배우처럼 멋있게 생긴 우리 가이드님 사진도 찍어주시고~


짧게 담아 본 360도 전망 영상



풍광이 다 예술이다. 주요 유명한 고봉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망대.



그러니까, 저 산이 레이디스 핑거 피크(Lady's Finger Peak)

주먹 쥔 상태에서 새끼손가락만 펴 보니까 형상이 매우 닮았다. 저 봉우리는 에누리 없이 정확히 6,000m 높이.



이 시간에 맞추어 전망대에 올라온 이유가 다 있다. 해가 있을 때, 해가 넘어갈 때 산 빛깔이 변하는 걸 보기 위해서다. 사진의 거의 딱 한가운데 수직선이 보이는 말쑥한 봉우리는 Golden Peak인데, 해넘이 때 빛깔이 딱 황금색으로 변한다. 높이는 7,027m.


훈자 일대는 공기가 매우 깨끗해서, 산 그림자가 저렇게 길게 생겨도 산란광처럼 번지지 않고 또렷한 그림자를 형성한다. 햇빛과 그림자의 명확한 대비는 Golden Peak를 더더 돋보이게 해 준다.


손각대로 찍어 좀 흔들렸지만 해넘이 느낌 살짝 나는 타임랩스. 햇살이 변하는 각도와 빛의 변화를 느껴보시라.



해가 떨어지니 급격히 추워진다. 아까 본 바위 독수리 날개도 어쩐지 더 움츠러든 것처럼 보인다.

너무 깜깜해지면 위험하니까, 이쯤 해서 하산 결정.

삼각대를 가져와서 해 지는 실시간 광경을 타임랩스에 담아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들었다.



전망대 내려오자마자 있는 기념품점. 냉장고 마그네트를 각 300루피(약 1천5백 원)에 판다. 기념으로 몇 개 샀다.


해도 졌으니 밥 먹으러 갑시다.

이왕이면 훈자 전통음식 잘하는 곳으로 안내 부탁드립니다, 가이드님.






(다음 얘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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