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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11. 2023

훈자(Hunza)식 전통 수프

둘째 날 저녁메뉴

 독수리 둥지 호텔 전경.

 전망대와 가장 가까운 언덕 최상단 호텔이다.



 이 호텔을 지나서 100여 m만 더 가면, Sky Bar & Cafe HARD ROCK HUNZA가 나온다. 오늘의 저녁 만찬 장소. 루프탑 라운지도 있고 나름 고급 레스토랑 느낌이 있다.


Sky Bar & Cafe HARD ROCK HUNZA
실내에서 바라보는 전경도 굿 굿


 파키스탄 서민층이 오기 부담되는 가격대의 레스토랑이다.(파키스탄 물가 대비 그렇다는 말이고, 실제론 단품 메뉴가 1만 원이 넘어가는 메뉴가 극히 드물다.) 가죽커버로 힘을 준 메뉴판은 "나 뼈대 있는 수준높은 레스토랑"하고 힘주는 것 같다.


 뭘 시켰더라. 보름쯤 지나고 먹은 걸 쓰려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네. 사진을 보며 기억을 재조합해본다.


 - 훈자 전통 수프, 머튼 카라히, 짜파티 롤, 치킨 한디, 모로칸 스테이크


 개인적으로 추측컨대, 짜파티 롤(가이드님이 말해 주신 명칭)의 정식 명칭은 보러스 샤픽(Borus Shapik)이라고 하는 훈자 전통요리인 것으로 추측된다. 어차피 못 알아들으니 가이드님이 최대한 단순한 단어로 설명한 것 같은데 메뉴판 하고 구글 이미지하고 일일이 대조해 보니 아마도 저게 맞는 듯하다.


 조리까지 40여분이 걸린다고 해서 실내에서 나와서 루프탑 구경을 갔다. 전망대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위치한 뷰 맛집의 루프탑이니 어찌 경관이 아름답지 아니할 수 있으리오. 사방이 다 절경이다. 비싼 집은 다~ 비싼 이유가 있는 법. 전망도 밥값에 포함되어 있는 거다.


별과 달이 동시에 뜨면 늘 파키스탄 국기가 연상이 된다.


 초저녁 하늘에 초승달과 별이 하나 보인다.(천문학도가 아닌지라 저게 별인지 행성인지는 모르겠다. 초저녁에 너무 밝게 빛나서 행성-아마도 목성-일 가능성이 더 커 보이지만 일단 별이라 치자.) 빛나는 별과 달을 한 장의 사진에 동시에 담고 있으니 파키스탄 국기가 연상이 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10대 고봉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내가 위치를 아는 건 Lady's FingerGolden Peak 밖에 모르겠다. 여기서도 라카포시가 보이나 본데, 어디 있는지 찾아보진 못했다.


 루프탑에서 사진 찍고 노닐다 보니 금방 시간이 간다. 이제 밥 먹으러 갈 시간.

 아, 전망 좋은 루프탑에서 식사를 하지 않았던 이유는 명확하다. 해지면 춥다. 정말 춥다. 이 식당이 위치한 곳도 해발 2,700m가 넘는 곳이다.




 지금부턴 먹방, 아니, 먹 브런치. 여행에서 먹는 건 중요하다. 나는 사실 평상시에는 먹는 것에 매우 인색한 사람인데(배만 채우면 되지 맛은 중요하지 않다는 주의), 지난 이탈리아 여행 때 가장 기억에 강하게 남은 건 피렌체에서 썰어먹은 미디엄 레어 쇠고기 스테이크였다.(조회수도 가장 많았다... 사람 다 비슷...)


https://brunch.co.kr/@ragony/193


 벌써 기억이 희미하긴 하지만 나 대신 사진이 기억을 해 준 거니까 최대한 그날의 기억을 꺼내서 정리해 보자.




1. 훈자 전통 수프(Hunza Traditional Soup, Dao Dao Soup)

 메뉴판에는 그냥 훈자 전통수프라고만 되어 있는데 레시피가 궁금해서 구글링을 해 보니 Dao Dao Soup, Dowdo Soup, Dawdo Soup 등 대충 다오다오 또는 다우도 수프라고 하는 것이 현지 명칭인가 보다.

 이 수프는 생강, 마늘, 쿠루트(Quroot), 국수, 양파, 닭고기, 강황가루 등이 다양하게 들어간다.(요리사에 따라 닭고기 대신 양고기를 쓰기도 하고, 말린 과일을 넣기도 하고 레시피는 조금조금 달라진다.) 쿠루트(Quroot)는 요구르트 볼이라고도 알려져 있는데 길깃 발티스탄,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요리재료로 흔하게 사용되는 음식이다. 쉽게 말해 플레인 요거트를 말린 거라고. 훈자 수프에서 쓰이는 국수는, 한국식 잔치국수가 아니고 짜파티를 대충 칼질해서 만든 밀가루 조각 개념. 국수라기보다 사이즈가 작은 수제비라고 하는 게 더 가깝겠다. 걸쭉~하고 약간 시큼하면서도 밀가루 단 맛도 잘 어우러진, 한국인이 먹기에도 거부감 없는 맛이었는데, 사실 정확하게 묘사하기엔 시간이 너무 흘러서 정확히 기억이 안 난다. 이래서 맛도락 맛기행 다니는 작가님들은 먹다 말고 메모하고 사진 찍고 그러시는 거구나. 나는 그 정도 열정이 있는 사람은 아니라서.




2. 머튼 카라히(Mutton Karahi)

 카라히(Karahi)는 남아시아에서 흔히 사용되는 작은 웍(wok)의 일종이다. 카라히(Karahi)는 대부분의 다른 카레와 달리 전통적으로 양파나 요구르트와 함께 요리되지 않는 토마토, 생강, 마늘이 많이 들어간 카레의 일종인데, 강황가루를 쓰는 전통 카레와는 맛에 큰 차이가 있다. 강황가루 대신 마살라와 쿠민 파우더 등 남아시아식 전통 양념이 사용되며 고기의 맛을 덮어버릴 만큼 양념의 맛이 매우 강하다. 고기를 뭘 쓰냐에 따라 치킨 카라히, 머튼 카라히 등으로 구분된다. 양념이 매우 강해서 양고기 특유의 누린내가 전혀 안 난다. 특유의 생강맛이 잘 배어 맛있게 잘 먹은 요리다.



3. 보러스 샤픽(Borus Shapik)

죄송합니다. 두 개 먼저 먹었습니다.

 내가 시킨 메뉴가 아니라서 저게 뭐였더라 한참을 찾아봤다. 이건 심지어 구글 이미지에도 안 나오는 초 레어템. 인도/파키스탄 기본 주식인 짜파티에 훈자식 치즈와 다진 양파 등 야채를 돌돌 말거나 끼워 먹는 음식. 시큼하고 담백한 플레인 치즈빵 같은 맛. 달거나 기름지지 않아서, 보이는 것처럼 건강한 맛이 난다.


 보러스 샤픽(Borus Shapik) 만드는 법 - 영문으로 구글링을 해봐도 정보가 매우 제한적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J44nKY_fmK0




4. 치킨 한디(Chicken handi)

 Chicken Handi는 전통적인 북인도(파키스탄) 스타일의 카레로, Handi는 본래 구리 또는 흙으로 만든 냄비를 일컫는 말이다. 향신료, 요구르트, 크림 및 향긋한 허브와 함께 천천히 요리되는 것이 특징. 강황가루가 사용되므로 예상하는 카레 맛이 나긴 하지만 단맛이 강한 한국식 카레와는 달리 특유의 향신료로 좀 다른 맛이 난다. 경우에 따라 마살라를 강하게 쓰는 경우도 있지만 마살라 향은 한국인에게는 고수처럼 호불호가 매우 갈린다. 불행히도 내 주변 파견자들은 마살라 향을 대부분 매우 싫어한다. 나는 마살라 향이 강한 음식을 한 끼 정도는 무난히 먹겠는데, 매 끼 연속해서 먹는 건 좀 힘들다. 마살라 향은 비스킷에도 치킨 너겟에도 음식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매우 광범위하게 사용되므로 포장식품도 잘 확인하고 사야 한다. 내가 사는 깡시골은 마살라를 진하게 쓰지 않는 편인데, 되려 이슬라마바드 현지 식당에서 마살라를 진하게 쓰는 경향이 강하다. 현지인들에게 왜 그런지 물어봤더니, 도시 음식재료가 덜 신선하고 상하기가 쉬워서 마살라로 맛을 덮어버리는 거라고 합리적인 설명을 해 준다.

 어쨌든 이날 주문했던 치킨 한디 메뉴는 향신료가 강하지 않고 대체적으로 무난했다. 카슈미르 쪽에서 먹던 맛과 크게 다르지 않은, 마살라 향이 거의 안 나는 기대했던 수준의 현지 카레맛.




5. 모로칸 스테이크(Moroccan Steak)

칼질을 해 버리고 나니 사진을 안 찍은 게 생각이 났음...

 이왕 플렉스 하러 왔으니 스테이크나 썰어보자 해서 무리해서 시킨 메뉴인데, 닭고기가 나왔다. 이게 뭥미? 메뉴판을 재확인했더니 이제서야 Grill Chicken이란 글자가 들어온다.... 안 보고 시킨 내 탓이요...

 아마도 모로코 식 양념을 해서 나온 닭요리라고 하는 것 같은데, 쇠고기가 아니라서 실망이 컸던 탓이었는지 일반적인 닭고기 양념 그릴구이와 별반 다른 점이 기억이 안 난다.


 가뜩이나 비싼 집에서 너무 많이 시켰나. 경제난도 심한데 음식을 다 못 먹고 남기고 나오는 것에 살짝 죄책감이 들긴 했지만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이런 요리를 먹어보겠어. 돈으로 브런치 글감을 샀다고 생각하자.






 저녁을 든든하게 먹고, 다시 독수리 둥지 호텔로 복귀. 확실히 옮긴 방은 어제보단 덜 춥다.(좀 적응이 되기도 했고)


 둘째 날은 남쪽에서 미리 공수해 온 초록병을 앞에 두고 호텔방에서 여행동료와 담소를 나누다가... 죽는 줄 알았다. 가져온 거 다 마시고 자느라고. 역시 기분 좋다고 나이 무시하고 무리하면 안 된다...





(다음 얘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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