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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May 08. 2023

빙하 삼각주 마을 이야기

 카페를 나와 다시 독수리 둥지 호텔로 복귀하는 길.


 반대편 경치를 보니, 아까는 눈에 안 들어온 광경들이 들어온다.

 계곡 사이에 만들어진 거대한 삼각주. 여긴 강도 아닌데??? 니가 왜 여기서 나와???

 역시 지질학과 안 나왔지만 이과는 나온 내 머리로 추측컨대, 이건 빙하 삼각주다.(아니면 어쩐다....?)


 판단의 근거는,


1.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강 하구에 가면 볼 수 있는 삼각주와 똑같이 생겼다.

2. 저 뾰족바위산의 모체와는 토질성상이 완전히 다르며(흙이다. 바위가 아니고.)

3. 계곡 상단에 크진 않지만 상부에서 내려온 빙하가 보이며, 이 삼각주에 빙하수에 의해 다시 침식된 작은 계곡이 있다.


 아마도, 과거에 엄청난 빙하수가 내려오면서 해당 지형을 만들었고 그 이후에 산악지형이 변했거나 기온이 올라 빙하가 사라졌거나 등 여타 이유로 내려오는 빙하수 양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지형이나 기후가 변한 이후로는 대규모의 빙하수는 사라졌고 저것처럼 졸졸 도랑 정도의 빙하수만 흐르면서 이런 신기한 지형을 형성했을 것이다.


황량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삼각주 평지와 산의 경계즈음에 나무도 집도 보인다.


빙하 삼각주를 관찰한 위치. 애석하게도 나 말고는 아무도 관심을 안 두나 보다. 구글맵에도 아무 흔적이 없다.


https://www.google.com/maps/place/36%C2%B026'20.2%22N+74%C2%B052'42.0%22E/@36.4393057,74.8747194,16.48z/data=!4m4!3m3!8m2!3d36.438942!4d74.878319


 황량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렇지 않다. 삼각주 평지와 산의 경계 부분에 초록초록 풀과 나무가 보인다.



 망원으로 당겨서 자세히 관찰해 보면,


 오,


 저런 곳에도 마을이 있다 세상에!


 이런 곳까지 한국 신도시 개발처럼 상하수도/통신선/전력선 지하관로를 만들었을 리 만무하고(한국에도 신도시에만 있는데) 당연히 전신주도 수도관도 보이지 않으니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자는 환경친화적으로 사는 마을인가 보다. 자동차 또는 오토바이 바퀴자국으로 다져진 듯이 보이는 길도 보인다.




 상기 삼각주를 유심히 보면, 삼각주 정 중앙에 녹색 일자선이 보이는데, 확실히 주민들이 땅을 파서 일부러 개간한 인공수림이 맞다.

 물이라곤 뿌연 블랙워터 빙하수가 전부고, 전기도 없고, 땔감으로 쓸만한 나무가 많은 것도 아니고, 빙하수가 흐르는 강에 물고기가 사는 것도 아니고 여기서 대체 뭘 해 먹고 어떻게 살아가는 거지? 어쨌든 시간이 더 더 더 지나면 여기도 휘황찬란 발전된 도시가 될 수 있으려나...?


왼쪽 아래 두 줄. 확실히 바퀴자국이다. 사람이 만든 흔적. 자세히 보면 강바닥에 두 사람이 걸어가고 있다. 마을 주민인 듯?


잘 안 보이시는 분들을 위해 다시 확대


삼각주 강 건너 우리가 바라보았던 전망대 주변의 풍광들


 마음 같아선 삼각주 마을길을 따라 보도체험을 하고 싶지만, 강 건너편이니 이쯤 구경하고 돌아감.


돌아다니는 길 주변 풍광도 여기저기 다 아름답다. 심지어 터널도 예쁘다.
터널 통과 타임랩스. 딱 1초 분량이지만 실제론 수십 초를 압축한 영상이다.
언제 치울지 기약없는 낙석들...
한 번 도로 쪽으로 산사태가 났다 하면 이 지경인 거다. 저걸 언제 다 치우나.
물론 구간구간 사방공사가 잘 된 곳도 있다. 많지 않아서 그렇지...


 사방공사가 전혀 안 된 곳곳의 절벽 위험도로. 돌이 굴러 떨어지면 그냥 길 가던 사람이 알아서 차 한 대 겨우 지나갈 정도만 돌을 치우고 지나가는 셀프 시스템. 도로관리국에서 관리하기야 하겠지만, 저 정도의 가벼운 낙석은 곳곳에 너무 다반사라 이제 새삼스럽지도 않다. 저런 낙석들이 비 오면 나가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이유이다. 우리가 오기 하루 전에도 큰 산사태가 나서 길이 차단되는 바람에 통행이 많이 지연되었다고 했다.





잠시 곁다리 이야기 하나.



 우리가 빌린 차량은 도요타 랜드크루저 프라도 모델.

 벤츠, 베엠베 등 럭셔리 브랜드를 제외하고 현지 대중차 중에서는 가장 고급으로 쳐주는 차량모델이다.(파키스탄 대중차는 도요타, 닛산, 스즈키 등 일본차가 꽉 잡고 있고 그래도 현대 기아차가 간간이 보이긴 한다.)


 문제는, 차는 고급인데 차에 시트비닐을 안 벗겨준다. 환장하겠네.


 제품을 비닐포장 째 쓰는 문화는 아주 일반적이고 당연한 파키스탄 문화.

 이렇게 비닐을 안 벗기고 써야 새것처럼 보이고 중고로 팔 때 훨씬 비싼 값을 받기 때문에, 차량이고 TV고 가전이고 다 비닐을 안 뗀다. 족히 10년이 다 되어가는 TV도 측면 스크래치 보호필름이 여전히 붙어있고 떼어버리려고 하면 기겁을 한다.


 제품을 보호하지 말고, 사람을 보호해 주세요. ㅠㅠ 시트가 가죽이면 뭐 하냐고. 미끌미끌 비닐 위에 앉아가는데.


 나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 설계 엔지니어 출신. 내 그래서 차량 개발에 관한 스토리를 일반인보담 조금 더 아는데, 자동차 시트는 출시 전 정말 다양한 테스트를 거친다. 내화성, 내광성, 충돌안정성, 실내공기 오염도, 방오염 성능 등등. 그런데, 시트를 덮는 비닐시트는 그런 테스트 일체 없다. 당연히 불나면 잘 타고, 환경호르몬 팍팍 내뿜는, 저건 공장 출하장부터 고객에게 인도되기 직전까지만 붙어있는 임시 보호재일 뿐이다. 고객에게 인도되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제거되어야 정상이다. 이 사실을 잘 아는 나는 내 첫 차를 출하장에서 직접 인수했었는데 그 자리에서 "모든 비닐은 다 떼주세요"하고 받았다. TV 스마트폰 등 나머지 제품에 붙은 보호비닐도 다 마찬가지니까, "제품을 보호"하지 마시고 그걸 만지는 "사람을 보호"하시려면 "제품을 받자마자" 보호비닐을 제거하시길 꼭 권한다. 제품은 다시 사면되지만 나는 다시 살 수 없는 거니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환경호르몬 범벅의 비닐을 만지지 말고 원래 쓰라고 만든 가죽, 유리, 스테인리스 스틸을 만지며 고급지게 가치 있게 쓰시라.


 비싸게 주고 빌린 고급차량인데, 비닐커버 때문에 망했다. 내 차가 아니니 내 맘대로 뜯어버릴 수도 없고.


 어쨌건 물자가 귀하고 중고시장이 발달한 파키스탄 문화의 아주 단면이라 살짝 얘기하고 가고 싶어서 여행기에서 다른 길로 빠져버렸다.




 빙하 삼각주 마을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다음 얘기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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