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자 살구 케이크의 집
파수 무지개 다리를 보고 난 후 다음 목적지로 또 이동하는 길.
가이드님께서 얼마 안 가 차를 멈춘다.
"피곤하시죠? 차 한잔 드시고 가실게요~"
저~저~ 높은 언덕 위에 있는 작은 건물. 저기가 찻집인가 보다.
사흘 내내 우리를 안전하고 친절하게 여기저기 데려다준 현지 훈자 청년 드라이버. 성격 밝고 친절한 친구였다.
언제나처럼, 도착했을 땐 입간판이 보이지도 않더니만 사진 정리하다 보니 저 구석에 서 있네. 이 집 이름이 뭐였나 확인해 보자.
"훈자 살구 케이크의 집, Glacier Breeze(빙하 산들바람)"
구글링을 해보니, 이 일대에선 꽤나 유명한 까페인가 보다. 구글 지도에 등록된 사진이 2천 장이 넘는다.
https://goo.gl/maps/iBi5HqopoPbjYr1WA?coh=178572&entry=tt
몇 걸음 올라가기도 숨이 헉헉 찬다. 이곳은 기본 평지가 해발 2,500m가 넘는 곳이다. 고산병까진 아니지만 확실히 공기밀도가 낮다.
이슬라마바드에서부터 가방에 넣고 온 술안주용 과자봉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봤더니 아주 그냥 헬륨 풍선마냥 빵빵빵하게 부풀어 올랐다. 어? 뭔 일이지? 나는 이과 나온 사람. 감자칩 보호를 위해 충진 된 질소가 주변 대기압이 현저하게 낮아지니 내부에서 팽창해 버린 것. 이거 말고도 나머지 과자봉지도 모두 이렇게 변했다. 내가 엄살이 아니라는 증거.
그러니까, 8,000m 이상 고봉을 무산소로 등정하는 산악인들은 정말 대단하신 거다.
까페 정상에서 볼 수 있는 뷰. 저 아래 가운데 흰 차량이 우리가 타고 온 차니까, 나름 등반한 거 맞다. 체력이 안 되면 이런 까페도 못 온다. 이 와중에 저 왼쪽 상단의 투퐆단 악마산은 존재감 뿜뿜이다.
Glacier Breeze 까페 내부와 주문해서 먹은 메뉴.
살구 케이크가 유명한 집이니 당연히 살구 케이크 먹어야지. 여행 일행분들은 커피를 드시고 나는 녹차를 마셨다. 살구 케이크, 인생 처음 먹어봤는데 매우 맛이 고급지다. 케이크는 브라우니 마냥 쫀득쫀득하고 살구는 적당하게 숙성되고 으깨져서 케이크와 함께 하단에서 층을 이루고 있는데 설탕맛 아니고 과육 자체의 고유한 달고 깊은 맛이 난다. 오, 이거 한국에 공수해서 사업 한 번 해 봐? 인기템 되겠는걸?
저 멀리 쉬스파레 첨봉은 여전히 홀로 하얀 블리자드를 흩뿌리고 있다. 특이하게 생긴 첨봉은 어딜 가나 눈에 잘 띈다.
차 마시고 케이크 먹었으니 이제 하산합시다. 계단이 가파르니 조심조심.
평상시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는, 체력이 안 되면 이런 기본적인 여행맛집도 못 따라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다음 행선지를 향해 다시 출발~!
(다음 얘기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