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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제보다 나은 오늘 Dec 14. 2024

기가 찬다. 기가 차.

언제쯤이면 평온하게 잠들 수 있으려나......

 2024년 12월 14일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투표가 있는 역사적인 날이다.

 이미 국민의 75% 정도는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신빙성 있는 여론조사 결과가 보도되었다. 국회의원에 의한 대의정치 민주주의가 제대로 동작한다면, 내일 찬반투표에서도 이 75% 비율과 비슷한 가결표가 나와야 정상일 것이다.


https://www.yna.co.kr/view/AKR20241213052500001?input=1195m


 하지만, 정치란 건, 늘 국민의 다수결만으로 되는 건 아니고, 깨어있는 정치인의 선도적인 지도력에 대중들이 의존할 때도 있는 거니까 국민들이 생각하는 방향과 정치인이 생각하는 방향이 꼭 일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또 아니다. 다만, 그럴 경우, 그 이유에 대해 정치인들이 국민에게 합리적으로 설득하고 보다 나은 미래상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정치뉴스 고만 보고 자려는데, 꼭지가 도는 기사를 보고야 말았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413524?cds=news_media_pc


 내, 앵간하면 개별 정치인들의 발언에 하나하나 반응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젠 못 참겠다.


 아니 내일 표결 안건의 제목이 뭔가?


 "이재명에게 정권 넘기기 찬반"이었나?

 "대통령 탄핵" 아니었던가?


 지금 국민들이 "이재명을 하루라도 먼저 대통령 만들어라"하며 집회중인가?

 "대통령 쫓아내라"고 말하는 거 안 들리냔 말이다. 한국어 못 하심?


 현직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총칼을 들이밀었다.

 헌법에도 없는 월권으로 국민 민의를 대표하는 "국회"를 옴짝달싹 못하게 꽁꽁 묶어두려 했다.

 조금만 반응이 늦었으면, "국회 계엄령 해제요구권"이라는 유일한 대통령 대항권을 영영 쓰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얼마나 많은 희생과 민주주의의 후퇴가 있었을까. 생각만 해도 살벌하고 끔찍하다.


 국민은 위법 위헌 계엄령에 대한 책임을 대통령에게 묻고 있다.

 그런데 왜 자꾸 특정 당원들은 "차기 대통령 선거"와 "탄핵"을 자꾸 연결하려고 하고 있는가. 그건 그다음 문제 아닌가? "이 사람 처벌해야 하긴 할 것 같은데, 이 사람 처벌하면 다음에 내가 불리해"라는 말하고 뭐가 다른가? 그게 정의인가?




 나는 오늘도 불안하다.

 여전히 합헌 최고권력자이며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은 언제든지 제2의 계엄령을 발동할 수 있고, 오늘 밤이라도 북침을 명령할 수 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쉽다고 했다. 이 불안불안한 마음을 언제까지 안고 살아야 하는가? 안 그런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나? 방법은 합헌적인 권한의 직무정지뿐이며, 헌법상 규정된 절차는 탄핵하야, 딱 두 개밖에 없다.


 행정, 외교 등 다른 통치권자의 권한 역시 지금 정상적으로 집행이 가능한가? 이미 국민의 역적이 되어버린, 국민 지지율 11%(이마저도 신기하다. 누가 아직 지지하고 있는 것인지.)의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가능하다고 보는가? "국정마비"를 피하려면 합헌적으로 권한을 이양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그런데.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 되는 게 싫다는 이유로 그걸 안 하겠다고?


 다시 질문.

 "탄핵 가결"하고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하고 같은 말인가? 두 개 연결되나? 왜? 왜애애애애애????

 나는 현직 대통령도 싫지만 야당 대표도 싫은데? 누가 뽑아준다고 약속했는데?????


 물론, 차기 대통령 지지 설문조사를 보면, 그걸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긴 하다. 하지만, 지난 박근혜 탄핵 이후 대통령 후보 출마자와 최종 득표을을 보면, 탄핵 직후의 후보 간 지지율과 실제 개표결과가 엄청나게 달랐음을 알지 않는가? 그건, 개표일까지 가 보기 전엔 누구도 모르는 거지.


 주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차기 대통령 선출의 권리는 국민의 것이다.

 내 비록 수천만 분의 1 지분밖에 없지만, 차기 대통령 선거에는 반드시 참여할 것이며, 아직 누굴 뽑을지 정하지도 않았다.(사실 후보로 누가 나올지도 모른다.) 그런데, 벌써 차기 대통령 운운하며 그 이슈를 현 탄핵하고 연결시키는 건 정말 국민을 아무 생각도 없는 멍청이 취급하는 짓이다. 생각할수록 열받네.


 다시 힘주어 말하지만, 내가 현 대통령 탄핵을 지지하는 이유는,

 국민의힘 여당이 싫어서도, 민주당 야당이 좋아서도 아니라, 국민에게 총칼을 겨눈 친위쿠데타에 대한 현 대통령의 책임을 묻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 좀 불안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싶다. 더 이상 아침에 불안한 마음으로 아침뉴스를 열어보고 싶지 않단 말이다.


 하아......

 그런데, 고작 탄핵에 반대하는 이유가 "이재명 대통령 만들어주기 싫어서"라고?

 (물론 그렇게 직접 말하진 않았지만, 내가 저 정도의 문맥도 읽지 못하는 바보는 아니다.)


 진짜.

 기가 찬다. 기가 차.


 내일 당장 2차 계엄령이 선포되어도, 전쟁이 나도 그 말 다시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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