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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봄 Jan 23. 2024

1화. 삐빅, 결혼에 부적격합니다.

내가 '며느리'라는 걸 할 수 있을까?

나는 보수적인 집에서 자랐다. 우리 집은 기독교지만, 다른 보통의 옛날 한국 가정들과 같이(?) 유교사상이 남아 있는 그런 집이었다.


아빠는 내가 휘파람을 불면 여자가 무슨 휘파람을 부냐고 하셨다. 나는



'휘파람이랑 성별이 뭔 상관이야.'


하며 아랑곳하지 않고, 일부러 아빠 앞에서 휘파람을 더 불어대던 아이였지만.






아주 어렸을 때부터 한국 여자의 결혼생활은 정말 별로라고 생각했다. 

명절에 친할머니댁에 가면 여자들은 부엌에서 일하는데 남자들은 방에 모여서 놀고 있는 모습이 꼴 보기 싫었다.


그러나 마치 여자가 부엌일을 하는 것이 당연한 듯 불만 없이 일하는 큰엄마들+우리 엄마가 신기했다.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그럼 나는 결혼을 못하겠다. 외국인이랑 결혼해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도 난다.


그런 큰엄마들이 (막내며느리였던 우리 엄마는 자기가 더 일을 하면 했지 나에게 일을 절대 시키지 않았다.) 남자인 친척오빠들에겐 아무 말 안 하면서, 여자인 나에게는 일을 하라고 시키면 짜증이 났다. 


'왜 오빠들한테는 얘기 안 하고 저한테만 시키세요?' 하면서 놀고 있는 친척 오빠들을 다 불러와 '같이해야지.' 하면서 일을 나누던 그런 조금은 독특했던 여자아이 었다.


예의가 없진 않았지만, 이해가 안 되는 일에는 할 말을 꼭 해야 하던 그런 아이. 그래서 어른들에게 어쩜 한마디도 안 지고 꼬박꼬박 말대꾸를 하냐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던 그런 아이였다.


(말대꾸가 아니라 내 의견 말하는 거라고!!!)


 


이런 나의 성격이 연애할 때까진 문제가 없었다. 

다행히 그런 나의 당당한(?) 모습을 좋아해 주는 남자들이 있어서 연애는 쉽게 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되었다.



결혼하고 싶은 남자를 만나고 만 것이다.



그런데 그 남자 나보다 7살이 많았다..

그리고 그 남자의 부모님은 우리 부모님보다 10살 이상 많았다.


지금 우리 아빠도 나랑 말안통인데, 아빠보다 10살 더 많으면 얼마나 말이 안 통할까. 

(불행히도 내가 겪은 나이 많은 어른들은 다 꽉 막혀서 나와 말이 안 통했었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었다.)


결혼은 가정과의 만남이라는데.

한숨부터 나왔다.






시댁과의 갈등에 대한 두려움과는 별개로 가정을 꾸리고 싶은 꿈은 있었기에 '결혼을 하지 않을 거야.' 하는 생각은 없었다. 


결혼이 하고 싶긴 했는데, 매스컴에서 접하게 되는 여자(며느리)가 피해자가 되는 이상한 결혼은 하기 싫었다.


내 성격을 내가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이 나 같은 생각을 가진 며느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었다. 나도 힘들지만, 중간에 낀 남편이 될 이 사람이 너무 힘들 것 같았다.


남편은 아주 좋은 사람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이 힘들기를 원하지는 않았다. 

(의외로 나는 배려심이 많다.ㅋㅋ)


'며느라기' 같은 웹툰은 숨 막혀서 끝까지 보지도 못하는 내가 현실 결혼에 뛰어들어도 될까. 내가 '며느리'라는 역할을 할 수는 있을까? 나의 시댁은 어떨까. 


시부모님을 만나 뵙기 전부터, 벌써부터 색안경을 쓰고 '시'는 '시'러 하면서 거부하고 있었다.  






일단 서로 결혼하고 싶은 마음으로 연애를 시작했는데 남자친구의 부모님이 나를 한번 보고 싶다고 하셨단다. 오 이제 시작인 건가..



알았어~ 그때 뵙는 걸로 알고 있을게.



그래도 뭐 한번 해봐야지.. 

난 이 사람과 결혼하고 싶은데, 이렇게 좋은 남자는 못 만날 거 같은데. 

나는 그렇게 용기 내어 예비 시부모님(?)을 만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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