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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봄 May 05. 2024

12화.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가고 싶었다. 


이 세상에서의 내 마지막이 언제 일지 모르지만, 감기 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삶을 사는 여전히 내 꿈이다.


그래서 인생의 목표를 정했고,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내가 죽기 전에 이것들만큼은 하고 가면 크게 아쉽지는 않겠다.' 하는 그런 것들의 목록을 정리해 두면 삶이 심플해진다.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큼지막한 것들도 있고, 자잘한 것들도 있다.


가장 큼지막한 목표는


1. 죽을 때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죽기 (신을 찾기)

2. 결혼해서 화목한 가정 꾸리기

3. 아이를 낳아서 기르기

4. 심리상담사가 되어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등이 있었다.


4가지를 다 이뤘다. 


물론 아직 젊은 나이이기에 지금 당장 떠나야 한다고 하면 아쉬울 것들은 있겠지만, 한은 없을 거 같다.


큼지막한 것들을 다 이루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결혼과 육아는 내 삶을 꽉꽉 채워주었다. 


아쉬울 것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로 마음을 풍족하게 해 주었다.


온전히 나로서도 존재하며, 누군가의 아내로, 누군가의 엄마로, 누군가의 딸로, 또 며느리로 존재하는 삶.


나에게 이런 귀한 여러 가지 역할들이 주어졌다는 것에 감사하다. 






요즘은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최우선순위인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돈을 벌기 위해 가족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홀히 하고, 돈이 많이 드니까 아이를 낳지 않는 등.


당연히 돈은 필요하지만, 그렇게 '많은 돈'이 '빨리' 필요할까 싶다.


집을 꼭 자가로 사야 할까. 월세로 살면 안 되는 건가. 그럼 불행한 건가. 정말 그럴까?


먹고살 수 있을 정도의 돈을 벌 수 있고, 자족하며 살 수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10년 동안 현재를 포기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파이어족이 된 뒤 그 뒤에 즐기겠다? 10년 동안 당신이 어떻게 될 줄 어떻게 확신하는가.


사람마다 삶의 가치와 맞다고 여기는 기준은 다 다르겠지만, 너무 '돈돈돈'하는 사회와 홀린 듯 그 가치만을 쫓아가는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다. 


24시간 뒤 죽게 된다는 가정을 하고, 그 24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라는 질문을 했을 때 돈을 벌러 가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우리는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착각을 하고 살아갈 때가 있는 것 같다.


유한한 삶을 사는 인간은, 죽음을 염두에 두고 살 때 가장 삶을 가치 있게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니고, 고작 백 년 정도 사는 인생에. 


내 인생에 뭐가 중요할까를 생각했을 때 나에게 중요했던 것은 '가족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내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남자와의 결혼을 결심했고, 어떤 단어로도 감히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보물, 두 아이를 가졌다.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 이뤘으니까!






둘째 출산을 일주일 앞두고 있다.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펼쳐질 것에 너무 감사하다.


내 삶을 오롯이 나를 위해서만 쓰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생명을 위해 나눠주며 한 생명을 길러낸다는 것은 상상 그 이상의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적어도 내가 경험해 본 육아는 그랬다.


나는 그래서 결혼과 육아를 적극 찬성하는 사람이다. 부족한 내 글이 결혼과 육아를 고민하는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결혼과 육아 속에서도 충분히 나의 삶을 영위할 수 있다. 당신의 삶도 충만하게 가득 차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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