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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sinante Oct 20. 2022

리스프랑 골절이 의심될 때 유의사항

골절 일기 3 (4주 차 - 6주 차)

 
[4주 차]
4주 차에 접어드니 통증이 조금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는 여전하다. 주치의 선생님이 통풍을 위해 통깁스의 리스프랑 부위에 사각형의 구멍을 뚫어 주셨는데 오래 앉아있거나 무리해서 움직이는 날엔 통깁스 안에 발이 꽉 차고 넘쳐서 힘들었다. 발을 심장보다 높게 올리면 좋아지는 것이 느껴져서 되도록 장시간 앉아있는 자세는 피하려고 노력했다. 3주 차까지 힘들던 심리상태는 통증이 줄어들면서 점차 안정을 되찾고 있지만 비수술로 맘을 잡았다기보다 수술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시간을 보내고 있는 쪽에 가깝다.


가끔씩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불안함 때문에 심하게 다운될 때가 있는데 친정어머니의 전폭적인 도움과 가족의 응원으로 힘을 내고 있다. 집안일은 친정 엄마와 남편이 도맡아 주고 가까이 사는 여동생이 주말에 아이들을 봐주고 생필품을 사다 주곤 한다. 아직 초등생인 아들이 설거지를 도와주기도 하고 자기 할 일 알아서 해주니 진심으로 고맙다. 정신적으로 힘들지만 가족들의 사랑과 소중함을 진하게 느낀 시간이다. 당연한 줄만 알았던 건강함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는지도 새삼 깨닫는다.


 [5주 차]
처음 6주를 예상했었는데 한주 앞당겨진 5주 차에 통깁스를 제거했다. 5주 동안 단단하게 고정시킨 발목은 부자연스럽게 부어있고 씻지 못한 종아리는 각질이 하얗게 일어나 있었다. 부상 입은 쪽 발의 발톱은 거의 자라지 않았고 피부는 검붉은 색을 띠고 있다. 엑스레이 상으로 처음 다친 상태에서 크게 뒤틀린 부분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고 반깁스 3주 처방이 내려졌다.

이제부터 발을 살짝 디뎌도 된다고 했고 물리치료를 병행하면 된다고 한다. 막상 깁스를 제거하니 손상된 리스프랑 부위보다 발목 쪽이 훨씬 아픈 것을 보고 놀랐다. 쓰지 않은 종아리 근육은 훅 줄어들어 물렁하고 발가락 움직임도 어색했다. 발목은 잘 돌아가지 않고 뻑뻑한데 발뒤꿈치는 살짝 바닥을 데기만 해도 찌릿찌릿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있다.


겨우 깁스 5주 차인데도 발목이 이렇게 굳어 버리다니 만약 이 상태로 수술을 받는다면 수술 자리보다 발목 때문에 걷기 힘들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래서 수술할 거면 최대한 빨리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 거구나.. 새록새록 알게 되는 골절 치유 과정이 놀랍기도 하고 골절 상식이 빈약해서 초기 대응을 못하는 사람도 많겠구나 싶었다.



[6주 차]
리스프랑 부위는 다치는 경우도 극히 드물고 치유 과정도 까다롭다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생각도 서서히 들기 시작한다. 그런데 비수술 선택에 대한 확신은 아직 없어서 유명하다는 족부 전문의를 한번 더 만나보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병원에서는 지금으로서는 인대의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없다고 했다. 초음파로 골절 부위를 보면서 손으로 만져서 인대 손상 부위를 진단했는데 에어캐스트(=골절용 부츠) 3주에 재활치료용 세라밴드와 진통제 처방이 나왔다.


가장 궁금했던 수술 여부에 대해서는 현 상태에서 보존치료를 유지하다 나으면 좋은 거고 살다가 아프고 불편하면 그때 다시 수술해도 괜찮다는 소견을 받았다.(시간이 지나 수술을 한다는 말의 의미가 절대로 가벼운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지만..) 나이가 지긋한 족부 전문의 두 분의 의견이 일치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고 그간 수술이냐 비수술이냐를 두고 머리 아프게 고민하며 인정하기 싫었던 현실이 차분히 정리되며 현 상황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한번 손상된 관절은 다시 원상태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니 여기서 더 나빠지지 않도록 최대한 보존하며 재활에 전념할 것과 내 몸의 자연치유력을 믿어보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지금까지 우왕좌왕하며 느낀 점은 발등 리스프랑 인대 손상 시에는 최대한 빨리 여러 명의 전문의를 만나보고 손상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서 수술/비수술 여부를 결정하고 조기 대응하는 것이 부작용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길인 것 같다. 수술 잘하기로 유명한 젊은 의사분은 굉장히 전문적이고 친절했지만 왠지 적극적 치료 의지를 보였고(비수술 시의 단점을 훨씬 강조하였으므로) 나이 드신 족부 전문의는 너무 많은 환자를 상대하셔서 그런지 자세한 설명을 하시고 수술 후 후유증을 넌지시 만 언급하셔서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결론: 발등(리스프랑) 골절이 의심된다면


1. 다친 직후부터 4주간 다친 발을 땅에 디디면 절대 안 된다.

2. 족부 전문의가 있는 병원을 수소문해 수술은 2주 이내 하는 것이 좋다.(부기 때문에 반깁스 상태인 첫 주에 부지런히 족부 병원을 알아보고 수술/비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좋은데 통증 때문에 움직임이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이 과정이 상당히 힘들고 어렵다.)

3. 타 병원 방문 시에는 CT나 MRI 등 발의 내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뿐만 아니라 다친 첫 주나 둘째 주의 부기와 멍을 파악할 수 있는 사진을 보관했다가 내원하는 것이 정확한 진단에 도움이 된다.

4. 비수술(관절 벌어짐이 2mm 이내이거나 인대 손상이 적은 경우에만 해당)로 결정했다면 2주 정도 입원을 하는 것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비용, 염치 불구하고 집안일 도와줄 사람을 찾는다.

5. 에어 캐스트나 골절용 부츠를 중고로 미리 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통깁스를 제거한 시점(5~6주 차)부터는 걷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전히 통증이 남아있기도 하고 관절 벌어짐에 대한 불안감을 떨칠 수 없어서 반깁스 상태로는 걷기가 힘들었다. 이때 에어캐스트가 신고 벗을 수 있는 통깁스 역할을 한다.

6. 의사의 허락이 있기 전까지 까치발을 하지 않는다.

6.5 병원에서 해줄 수 있는 건 수술 or 깁스해주고 경과 지켜봐 주는 것 밖에 없다. 지금 생각하면 상식 같지만.

7. 그러므로.. 시간이 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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