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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노 Aug 09. 2020

세잎클로버는 많아

나에겐 특기가 있는데 이게 좀 독특하다.

최근에 지인에게 소개를 받아 서로를 알아가는 자리에서

취미와 특기를 묻는 질문에

취미는 책 읽는 거고, 특기는 네잎클로버를 잘 찾는다고 말하니

그분은 초등학생 때 이후로 네잎클로버를 본 적이 없다며 신기하다면서 웃었다.


나의 특기는 바로 '네잎클로버 찾기'이다.

한때는 취미이자 특기여서 네잎클로버를 찾는 시간을 즐겼는데

요즘은 굳이 시간을 내서 찾으러 가기보다는 길을 지나가다가 클로버들이 모여있는 곳이 있다면

한번 쓱 훑어보고 네잎클로버가 보이면 채취한다.


잘 찾는 스킬이 딱히 있는 건 아니다.

그저 남들이 쉽게 지나치는 풀숲을 관심 있게 봤고 관찰을 더 많이 했을 뿐이다.

네잎클로버를 찾는 이유는 행운이라는 상징성을 가지고 있는 네잎클로버를 찾았을 때의 그날의 내 하루가

행운이 잇따를 것 같은 묘한 설렘이 좋다.

실제로 네잎클로버를 찾았다고 그날 길을 가다가 돈을 줍는다거나 이상형의 남자가 찾아온다거나 하는

놀라운 일들은 없지만 그냥 그날의 하루는 좀 더 산뜻하게 시작할 뿐이다.


네잎클로버의 꽃말은 '행운',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어렸을 적에 어디서 본건진 모르겠지만

한 만화에서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들 사이를 헤집고 막 뽑아내는 한 친구를 보고

"넌 지금 행운을 찾기 위해 행복을 짓밟고 있어"

라는 말을 했다.

어렸을 적에 우연히 본 책에서의 문장이 2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다.

그 글을 본 뒤로부턴 네잎클로버 단 한 개를 찾기 위해 세잎클로버들을 망치지 않는다.

그저 지나가다가 클로버 무리들을 보았을 때 네잎클로버가 눈에 띄어서 보인다면

그것만 끊어서 휴대폰 케이스 안에 보관해둔다.


우리는 수많은 행복을 가지고 있지만 보통의 사람들이 세잎클로버에 눈길을 주지 않는 것처럼

행복도 그냥 그렇게 지나친다.

자세히 살펴보면 정말 수많은 행복들이 모여있는데 말이다.

아마 행복도 너무 익숙해져서 행복하게 느껴지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일상적인 행복보단 더 특별한 것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는데

행운을 찾기 위해 행복을 짓밟는 일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세잎클로버는 많다. 다만 눈길을 안 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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