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글쓰기 50일째..
브런치를 시작하고 50일이 지났다. 매일매일 일기든 레시피든 뭐든 글을 쓴다는 게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지난 50일 동안 느끼고 있다. 처음에는 꼬박꼬박 글을 쓰다가도 기분이 꿀꿀하거나 아니면 기분이 너무 좋아하고 싶은 게 많은 날에는 글 쓰는 걸 미뤘다. 100일간의 기록을 남기겠다는 내 야심 찬 계획도 다행히 절반의 성공은 거둔 셈이다.
글을 쓰는 걸 방해하는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일단 '시간이 부족'하다는 변명은 임시 백수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다. '글 솜씨가 부족'해서 글을 쓰는 게 어렵다. 이건 뭐 평소에도 느꼈지만 학교를 졸업하고 글이라는 걸 한 자도 쓰지 않다가 다시 쓰는 거니 당연할 수밖에. 처음부터 이 부분은 쓰면 나아지겠지라는 막연한 긍정주의로 이겨내고 있다. 나의 글쓰기를 방해하는 첫 번째 요소는 아마 '소재의 부족'인 것 같다. 이건 내 관찰력의 부족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매일매일 거의 비슷한 일상을 보낼 수밖에 만들었던 코로나라는 생각지 못한 복병 때문인 것 같기도 하다. 우리 부부의 성격도 참으로 원만한 스타일이라 남들처럼 지지고 볶고 싸우면 하소연이라도 하고 싶어 글을 쓸 텐데, 아직까지 한 번도 싸우지 않은 터라 부부생활에 대한 이야기도 자주 쓰지 못한다. 그나마 매일 먹는 건 달라지고 모든 게 다 정지된 락다운 상태에서 우리의 제1의 관심사가 먹는 게 되었기에 매일 먹었던 요리를 하나씩 올리게 되었다. 이러다 먹방 일기만 쓰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건 아닌가 슬슬 걱정이 된다.
먹고 살기 팍팍해졌을 때, 지금의 내 이야기를 다시 읽어보며 '아~ 그땐 잘 먹고 잘 지냈지' 생각할 수도 있겠다. 지금만큼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만 생각할 때도 없을 테니까. 미래에 팍팍해질지도 모르는 나를 위해 지금의 윤택한 매일을 계속 기록해보려고 한다.
+ 한국 갈 날이 슬슬 다가오니 살짝 불안해지고 있다. 몇 개월 동안 맨날 놀기만 했는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바쁘게 지냈던 내 일상에 내 몸을 욱여넣을 수 있을까. 맨날 집도 깔끔하게 정리하고 맛있는 요리 해 먹고 지냈는데, 일 하고 지친 몸으로 돌아온 더러운 집에서 맛없는 요리 먹으며 우울해지지 않을까. 또 사서 걱정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