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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보이 Jun 21. 2024

멜로가 체질인 사람의 <하츠코이>

자기화가 주특기인 사람의 사족 절반 드라마 감상평

첫사랑 썰 쯤 되려니 하고 클릭을 하셨다면, 죄송.

사실은 비슷한 시기 연달아 봤다는 이유로 내맘대로 퉁쳐 보는 드라마 감상평이면서, 자기화가 주특기인 사람의 사족 절반 드라마 감상평이다.  

 

예전에 방영됐으나 뒤늦게 찾아본 한국드라마 <멜로가 체질>과 일본 드라마 <하츠코이>.

정확하게는 하루만에 다 본 <하츠코이>이고, 아직 보는 중인 <멜로가 체질>이다. 사실 후자는 다 볼까말까 여전히 생각 중이다. 그렇다고 <하츠코이>가 <멜로가 체질>보다 띵작이다, 뭐 그런 건 절대 아니지만.


먼저 <멜로가 체질>부터 간단히 치고 가자.

언젠가 각본 겸 감독였던 이병현 감독이 유키즈온더블록에 나온 걸 보고, 사람이 내뿜는 매력이 차고 넘쳐 작품까지 찾아보게 됐는데...


일단 명대사의 향연인가 지질 줄 모르는 말장난의 연속인가.

놀랍도록 모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말을 잘 한다. 3초 내에 맞받아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사람들마냥, 상대가 숨쉴 틈도 주지 않고 기가 막힌 말들로 말싸움을 주거니받거니. 그러니 처음엔 매우 흥미롭다가, 계속 보면 좀 지친다.

등장인물의 캐릭터도 확실하고 맛깔 난 대사들도 넘쳐나지만, 가만 보다 보면 등장인물이 말하는 게 아니라 이병헌 감독이 혼자 신나서 떠드는 것처럼 느껴진달까. (왤까? 뭘까? 나만 그래?)

아직 다 본 게 아니니 속단은 금물이지만, 일단 지금까진 대사빨에 혹했다 대사빨에 훅꺼진, 뭐 그 정도 느낌이다.


보면서 내내 작품에 대한 생각보다 더 크게 들었던 생각은,


'아, 나도 남편이 아닌 남자와 술 마시고 싶다!'

'아, 나도 다시 작가님이란 호칭으로 불리고 싶다!!' .... 였다면 (너무 좀 엉뚱하지?)


이어 본 <하츠코이>.

사실 처음 1,2화의 진입장벽이 꽤 높다.

여배우라고 하기엔 너무 평범한 외모의 여주인공, 아역과 성인역의 묘한 괴리, 진부하고 전형적인 설정, 느린 템포 등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토 타케루와 아름다운 영상에 기대 참고 보다 보면, 어느 덧 마음에 확 와 닿는 정서? 결? 이런 게 느껴지는 드라마다. 90년대 후반 이와이슌지의 <러브레터>에 열광했고, 그런 류의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이것도 극호일듯.


<멜로가 체질>과 비교하면 세련되고 맛깔 난 대사들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한데, 인물이 관계와 경험 속에서 스스로 체득한 말을 대사로 내뱉는 느낌이라 나에겐 더 큰 울림이 있었다.

아예 다른 작품이니 비교가 적당하진 않지만, <멜로가 체질>의 대사가 인공감미료가 들어간 입에 착 달라붙는 음식이라면, <하츠코이>의 대사는 오로지 우려낸 육수로만 맛을 낸 담백한(심심한)음식 같달까.

마지막 엔딩에 아예가 하루미치와 재회해 "나의 첫 사랑은 하루미치 당신 입니다" 할 땐, 필히 일본어로 들어야만 한다. 한국어로 들으면 손발이 다 오그라들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내 보기엔 뒷심 다 빠진 작가가 대본에  END 세 글자를 찍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짜낸 대사같은데, 문제는 혼신의 힘보다는 뒷심 다 빠진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졌다.


(나도 쓰는 사람이지만, 주둥이으로만 떠드는 나같은 것들 때문에 작품 만들기 힘들겠다; 에휴…)

 

 다음은 내가 꼽는 각각의 명장면.


* <멜로가 체질>은 다 본 게 아니라 좀 애매하지만,

손범수가 대작가 앞에서 작가의 말에 귀를 막고 "안들려" "안들을 거야" 어쩌고 저쩌고 했던 장면이 너무 유니크 해서 크게 웃었던 기억이 있고.


* <하츠코이>는 소실된 기억에도 불구하고, 또 하루미치에게 약혼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이끌리듯 키스를 해버린 남녀 주인공이 그 다음에 만나 나눴던 대화가 여전히 가슴을 울린다.

전날 키스의 잔상이 남아 운전에 집중하지 못한 야에가 손님을 태운 채 고속도로로 잘못 빠지는 실수를 하는데... 그 일이 있고 하루미치를 만나 아예가 하는 말.

"잘못 든 길을 계속 달리는 건 정말 힘들고 고통스러워요."


이건 진짜 사족 중에 사족이지만...

전혀 다른 이야기의 두 드라마가 개인적으로 나에게 비슷하다 느껴지는 이유는 여배우 때문이다.

나에게 한국의 천우희는 일본의 마츠시마 히카리 같은 느낌.

여주인공 마츠시마 히카리 만큼 여배우 느낌 1도 없으면서, 작품으로 들어가면 그냥 극 중 그 인물이 되어버리는 배우는 흔치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세련되고 예쁘진 않지만, 나는 극호! (천우희 배우에 대한 느낌도 이걸로 대신하겠다)

그리고 남자배우 사토 타케루는 말모말모. 예전 나의 오빠 기무라 다쿠야가 다시 돌아온 것 같아, 멈췄던 심장이 다시 뛰기 시작했다.  


 



실은 작년 23.06.21에 개인 블로그에 썼던 감상평을 일부분 옮겨 와 수정했습니다.

오랜만에 닫아뒀던 블로그에 들어가 예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읽어봤는데, 이 글이 작년 오늘 썼던 글이더군요. 그것이 신기해 옮겨와 봤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감상평, 생각만 하고 자주 쓰진 못했는데 이걸 계기로 많이 보고 많이 써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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