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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보이 Jul 12. 2024

청약당첨자가 침착하게 추천하는  <월간 집>

뒷북이 취미인 사람의 '안 봤으면 어쩔 뻔' 드라마 감상평  

 2021년 JTBC에서 방영됐던 드라마 <월간 집>을 요며칠 정주행 했다.

유튜브 알고리즘 영상들이 죄다 시시해서 반복적으로 새로고침만 하던 중, 드라마 리뷰 채널의 썸네일 하나가 눈에 들어왔는데...

  

<월간 집> JTBC에 이렇게 재밌는 드라마가 있었다고? (-->썸네일 위에 떠 있던 메인 자막)


이걸 본 순간 나는 두 가지 생각을 했다.

1. JTBC 드라마는 좀 별로인가 보지?

2. 그런데 이 드라마만큼은 너무 재밌어서 추천을 한다 이거지?

정작 이 영상은 클릭조차 안 해서 리뷰의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그 대신 나는 곧장 드라마 <월간 집>을 볼 수 있는 플랫폼에 가입했고, 정주행을 시작했는데...  

1. 로맨틱코메디인데다,

2. 나의 보석, 아니 내가 좋아하는 몇 안되는 배우 김지석이 주인공이고,

3. 유튜브 채널의 강력 추천이 있었으니 안 볼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다 보고난 지금은 내가 또 누군가에게 이 드라마를 추천 중이다.


참고로 이 드라마는 2021년 당시 TVN의 <슬기로운 의사 생활 2>와 동시 방영으로 시청률이 매우 저조했다고 하는데, 대진표가 좋았더라면, 조금 더 홍보를 했더라면, 지금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있지 않았을까.

드라마의 내용과 만듦새, 출연진의 케미로만 놓고 보면 <슬의생 2>에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러니 뒤늦게나마 운좋게 이 작품을 본 나는, 마치 드라마 홍수 속 흙탕 물에 손을 넣었다가 운좋게 보석 하나를 건져 올린 느낌인데...


일단 작법서에 주야창천 등장하는 로맨틱 코메디의 기-승-전-결이 한 치의 변형도 없이 그대로 등장하고, 로맨틱 코메디의 온갖 클리셰가 다 등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 진부하거나 지루하지 않다.

그건 입체적인 인물의 힘이고, 곳곳에 보는 재미를 더해 준 앳지 있는 연출력의 덕이다.

그리고 그 입체적인 인물을 내가 좋아하는 배우 김지석이 연기 하는데, 정말이지 그의 연기는 너무나도 찰떡이다.

칭찬받고 춤추는 고래...아니 극중 류자성

여기서 잠깐 샛길!

솔직히 배우 김지석은 연기보다 외모가 더 내 취향이라 내가 좋아하는 배우다.

배우로 봤을 때 내 첫 번째 이상형은 고 김주혁님이고, 그리고 그 다음이 김지석인데... 어라? 두 사람 어쩐지 좀 닮았다. 둘 다 훤칠한 체형에 얼굴마저 살짝 훤칠한... (여기서 잠깐, 샛길의 샛길로 빠지자면 현실 속 남자 나의 남편은, 그도 사실은 살짝 훤칠한 얼굴이다. 그런데 이들과 조금 다른 건 둥글 넓적하면서 길기도 한, 한 마디로 호주 감자 상이라는 거. 궁금하신 분들은 호주 감자를 검색해 보시길)   

그런데 발연기를 해도 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이 배우가 이 드라마에선 극중 류자성에 빙의한 것마냥 찰떡 같은 연기를 펼친다.

잘 생긴 배우가 멋진 역할에 찰떡인 건 너무 당연하니까 백점. 그런데 잘 생긴 배우가 망가지는 연기를 해도 찰떡이면, 그때는 만점이 백점이 아니라 이백점이 돼 버린다. 사심폭발 김지석에 대한 나의 평점은 그러니 당연 200점 만점!    

5회에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를 몸소 보여주는 극중 류자성의 에어로빅 장면은 정말이지 요즘 말로 현웃이 폭발한다.


다시 돌아와, 드라마 <월간 집>은 좋게 봐도 전형적인 로맨틱 코메디다.

그런데 조금 이색적인 점이라면 좀처럼 로맨틱 코메디에선 잘 다루지 않던 집, 부동산 이야기를 한다.

드라마의 주인공 류자성은 <월간 집>의 대표이자 부동산 투자 전문가이고, 여주인공 나영원은 <월간 집>의 기자다. 그러니 매달 잡지사에서 다루는 집에 대한 이야기는 이 드라마의 빠질 수 없는 테마들인데...  

주인공과 함께 일하는 잡지사의 동료들, 남상순, 여의주, 최고편집장 등은 각자 집에 얽힌 사연들이 하나씩 있다. 그리고 드라마는 그들의 사연을 통해 집이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줄곧 묻고 답한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시청자인 나도 덩달아 지금 살고있는 내 집에 대해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


재작년 10월, 결혼한지 6년 만에 청약당첨으로 자가를 구입하고 새로운 터전으로 이사를 온 우리 부부.

그 전에 살던 구축 전세와는 비교도 할 수 없게 깨끗하고 넓은 집이지만, 외곽 신도시인 탓에 교통편이 그다지 좋지 못하다.  그 탓에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왕복 세 시간의 출퇴근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편.

과연 남편에게 지금 집은 어떤 느낌일까?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자신을 위로해주고 토닥여주는 안식처일까? 아니면 고통을 감내해 가면서까지 하루의 끝엔 반드시 돌아와야만 하는 족쇄같은 원점일까?

아마도 양쪽 다 일 거다. 안식처로 돌아오는 길이 너무 멀고 험해 힘들 뿐, 어쨌든 돌아오면 여기는 내 집이고 아내인 내가 기다리고 있으니까.

그런데 만일 50:50의 균형이 깨져 족쇄같은 원점의 느낌이 한층 더 커진다면, 그때는 이사를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

집은 단순히 사는 공간이 아닌 재산의 의미도 있어 우리도 자가 마련이라는 미션을 수행, 어렵게 청약에 당첨되긴 했지만, 안식처가 되지 못하는 집은 제 아무리 재산 가치가 있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

그러니 그렇게 되면 어쩌면 우리는 다시 세입자가 될지도 모르는데... (이래서 중요한 게 직주근접!)

부디 내년에 개통 예정인 집앞 지하철이 지금의 이 상황을 조금이나마 개선시켜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면, "집"이라는 주제를 로맨틱 코메디 풍으로 무겁지 않게 푼 드라마이면서, 로맨틱 코메디에 "집"이라는 양념을 가미한 드라마이기도 한 <월간 집>

사실 드라마를 보기 전엔 배경이 잡지사이고 주인공의 직업이 기자인 게 좀 별로이긴 했다.

왜냐.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장 손쉽게 가져다 쓰면서 수박 겉핧기 식 묘사로 가장 가짜처럼 보였던 직업군이(다분히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잡지사 기자였으니까.

그런데 이 작품은 입체적인 캐릭터와 케미가 좋은 배우들의 연기로 이를 잘 극복했고, 도리어 스토리에 잘 녹여낸 해당 직업군의 다양한 활동들은 기자라는 직업에 흥미를 갖기에도 충분했다. 심지어 나는 어딘가에 진짜 <월간 집>같은 잡지사가 존재할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기도 했는데...


마지막 간단하게만 언급하고 넘어가는 여배우 이야기.

일단 여주인공 정소민은 이런 류의 드라마에 누구라도 떠올릴만한 정답같은 배우다. 역시나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좋았고, 뭣보다 좀 의외였던 건 선배 기자 여의주 역할의 배우 채정안.

그 옛날 드라마 커피프린스에서 공유와 윤은혜 사이를 고상하게 이간질 하던 여시 이미지가 강해서였을까, 때론 푼수처럼 웃다가 때론 걸크러쉬가 작렬했다가 때론 울기도 하는 그녀의 팔색조 같은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극중 여의주가 울 땐 나도 울었다는...)


저조한 시청률에 명작이니 띵작이니 소리를 듣는 드라마는 아니지만... (이상하게 한국의 관객, 시청자들은 로맨틱 코메디엔 좀 인색하지)

다분히 주관적인 나의 최종 한 줄 평은... (업계 비슷한 류의 작품을 작업해 왔던 작가의 입장에서)


로맨틱 코메디 중 띵작!


로코 좋아해?

그럼 일단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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