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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 Sep 23. 2020

엘리베이터와 우는 아이

마스크 꼭 챙기세요!

오늘 잠시 외출을 하려고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을 때 일입니다.


문이 열리자 두 아이가 놀이터에 가려는지 가득 신이 난 표정으로 설렘을 즐기고 있더군요. 제가 엘리베이터에 타려고 발을 내디딜 때 문득 동생인 듯한 아이가 1층인 줄 알고 밖으로 뛰쳐나갔으니 아마도 그 아이의 마음은 미 놀이터에서 뛰놀고 있었는지 모릅니다.


동생이 다시 엘리베이터로 들어올 때가 되어서야 언니는 비로소 동생이 마스크를 쓰지 않았음을 았습니다.


"어, 너 마스크!" 언니는 한 손으로는 안절부절 못 하는 듯 마스크 위로 입을 막으며 다른 손으로는 동생의 입을 가리킵니다. 잠시 뒤, 놀이터로 향하던 그 설렘이 약간은 식은 듯 언니는 말을 잇습니다. "에이... 다시 갔다 오자."


동생은 문득 울음을 터뜨립니다. "어떡해 언니..." 언니 품에 안겨 서럽게 울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크 없이 밖으로 나와버렸다는 불안함은 순간 아이의 모든 설렘을 공포로 바꾸어 놓은 듯했습니다. 오늘이 자신의 마지막 날인 것 같은 표정으로 동생은 언니의 품 속에서 그렇게 흐느낍니다.


1층에 도착해서 내릴 때 아이들은 여전히 발을 떼지 않았습니다. 엘리베이터는 지하 1층으로 내려간다 말하지만 아이들은 결국 내리지 않고 기다립니다. 저는 자매를 뒤로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습니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을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미안합니다.


가끔 느낍니다. 그리고 직접 봅니다. 아이들이 너무나도 순수하고 착하다는 사실을요. 마스크를 다시 가져오겠다며 울음을 참고, 놀이터와 그 설렘 잠시 포기할 줄 아는 아이들. 그들이 하는 대로만 우리 어른들이 할 수 있다면 우리 사회가 다시 건강해지는 날이 오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 같네요. 결국 동심을 잃은 것은 우리 어른들 뿐이니까요.


마스크의 존재 자체를 잊어버린 아이들이 집 밖을 나설 때의 설렘을 그대로 간직해 1층에 내릴 수 있는 그날. 그날이 어서 오기를 두 손 꼭 모으고 기다릴게요. 어린이 친구들 항상 고맙고 미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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