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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OIs Nov 04. 2020

9. Then, welcome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스웨덴 생활에 있어서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은 "Where are you from?"이다. 키 큰 백인들 사이에서 드문드문 보이는 동양인이니 어쩌면 내 국적이 궁금했던 건 당연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자신 있게 한국에서 왔다고 대답했다. 너무 당연하게 생각했던 탓일까, 종종 그 대답에는 북쪽인지 남쪽인지에 대한 말이 생략되어 있었다. "Korea."


그래서일까? 내가 두 번째로 많이 들었던 질문이 "North or south?"였으니 말이다. 외국에서 자유롭게 다니는 사람이 한국인이면 당연히 남한 사람이라고 사람들이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어쩌면 내 편견이었나 보다.


2월쯤이었을 것이다. 학교에 가는 길에 버스정류장에서 한 할머니를 만났다. 할머니는 이 동네에서 동양인을 정말 오랜만에 보시는 듯 한 눈으로 반갑게 나를 보시곤 말을 걸어왔다. "Where are you from?" 구부러진 허리를 펴시며 내게 눈을 맞추시고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시는 그 모습은 이 질문이 그저 순수한 궁금증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듯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어졌던 정말 짧은 대화. 그 마지막은 어쩌면 조금 마음이 아팠다. 사람이 환영받기 위한 조건 중에 하나가 국적이란 말인가.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장난으로라도 북한 사람인 척을 해봐야 했나 하는 생각이 가끔 든다.


"Where are you from?"

"Korea."

"North or South?"

"South Korea obviously."

"Then, welc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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