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싱어게인 30호의 무대를 몰아서 봤다. 나는 음악 무지렁이라 음악적인 그의 실력에 왈가왈부할 깜냥이 못됨으로 그저 감탄만 했으나, 그의 나이와 내 나이가 엇비슷한 것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인상 깊었다.
한창 커리어를 쌓고 사회에서 달려 나가고 있거나 혹은 가정을 꾸려 어엿한 아내로서, 엄마로서 살아가고 있는 동기들 그리고 그 두 개를 다해내는 존경스러운 친구들 틈 사이에서 20대 중반에 하던 진로 고민을 또다시 하고 있는 나. 지금까지 하던 것은 내 길이 아니라 느끼지만 이제 와서 새로운 것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미지수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멈춰서 있는 나.
그런데 세상이 주는 확신 없이도 길고 칠흑 같은 길을 오롯이 걸어온 그가 새삼 대단했고, 평가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남과 다른 자신을 주저 없이 보여주는 그가 놀라웠다. 그리고 어딘가 애틋했다. 애틋이라는 단어를 이런 감정에 붙여주는 게 맞는가 싶기도 했지만, 나는 그가 애틋했다. 그리고 오로지 자신에 대한 확신으로 세상이 주는 인정을 거머쥔 그의 모습에 위로받았다.
나는 그가 천재인지 아닌지 말할 음악적 소양은 없지만, 하나 확실한 것은 그는, 그가 하는 음악은 나를 벅차게 한다는 것이다. 손을 뻗어서 어둠 속을 더듬어 찾아가고 있는 나에게 희붐한 먼동 같은 시간이 찾아오고 있다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30호 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