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지망생의 다이어리 오픈
안녕하세요? 김영입니다. 언젠가 김영 작가라고 불릴 날을 꿈꾸며 이 글을 시작합니다.
새해를 맞이하여 ‘올해는 한 권의 책이 될만한 분량의 글쓰기를 해 봐야지’라는 다짐으로 필명도 짓고, 브런치 책 제목도 짓고, 표지 디자인도 하고, 책 발행도 했는데…….
3월이 되어서야 첫 글을 발행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가지 말도 안 되는 사건들이 있었지만, 결국은 조금 게을렀습니다. 누구도 기다리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기다린 나 자신을 위해 더 이상은 글쓰기를 미루지 않겠습니다. 매주 한 편씩 작가지망생의 다이어리를 쓰겠습니다. 혹시나 생길 구독자님에게 조금의 재미라도 전할 수 있는 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보훈 가족을 위한 수필 공모전에서 상을 탔다. 가작이었던가, 동상이었던가,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시상식에 참석해서 상을 타 왔던 것 같다. 글쓰기에 내가 재능이 있구나 하고 느낀 첫 사건이었다. 가족들도 나의 수상을 무척이나 대단하게 여겼고, 이후에도 백일장 대회에서 대상, 금상은 아니었지만 입선을 여러 번 했다. 이때의 일들이 아마도 대학 입시에서 학과를 정하는 데에도 꽤 영향을 미쳤던 것 같다. 고등학교 3학년 나의 성적은 애매했는데, 운이 좋게도 보훈 전형이 있어서 내 성적에도 국어국문학과와 사회복지학과 중에 한 곳을 지원할 수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안전하게 조금이라도 경쟁률이 낮은 사회복지학과를 지원하기를 바라셨고, 엄마 역시 국어국문학과보다는 사회복지학과가 좋겠다고 했다. 엄마는 ‘책도 안 읽는 네가 국문학이라니’라고 했고, 다른 가족들도 이에 동의했다. 분하게도 그건 사실이었기 때문에 크게 대꾸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나는 사회복지가 뭔지는 모르지만, 확실히 나하고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알았다. 결국 내 뜻대로 국어국문학과에 지원했고, 인생에서 쓸 모든 운을 쏟아부어서 합격했다. 이쯤 나는 어쩌면 글쓰기에 재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작가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입학한 대학의 국어국문학과는 한 학년 정원이 서른몇 명 정도였다. 전공 학문에 크게 뜻은 없지만 수능 점수에 맞춰 들어온 몇몇의 동기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대단한 독서왕이었다. 독서, 글쓰기로 동네에서 방귀 꽤나 뀐 동기들이 대부분이었다. 더 유망한 과에 진학할 수도 있었는데 국어국문학을 선택했다는 어떤 동기, 서울대에 다니다가 문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온 언니, 늦깎이 공부를 시작해서 문학소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언니, 육군사관학교를 다니다가 문학을 공부하려고 수능을 다시 보고 온 오빠도 있었다. 그중에 문학 특기생 전형으로 들어온 동기들은 풍기는 아우라부터가 달랐다. 당장 내일이라도 등단할 것만 같은 포스였다. 당연히 작가가 될 줄 알았던 나는 즉시 현실에 눈을 떴다. 마치 전공 학문에 크게 뜻은 없지만, 점수에 맞춰서 들어온 사람인 듯 행동했다. 내가 가진 재능이나 재주는 그들 앞에서 너무나 미천해 보였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내가 쓴 글들은 과제로 쓴 에세이 아니면, 싸이월드 다이어리 정도였다. 감성적 글을 표방한 감정 싸지르기 수준의 글만 주야장천 썼다. 당연히 작가가 될 것이라는 어릴 적 꿈은 잊힌 지 오래였다.
그러다가 취업을 할 때가 됐을 때, 정말로 하고 싶은 것이 없었다. 대기업 취업을 해서 돈을 빨리 많이 벌고 싶기만 했다. 목표는 좋은 곳, 이름난 회사에 입사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냥 취업이 하고 싶었지만, 하고 싶은 일은 없었다. 당연한 결과로 졸업을 앞둔 해에 취업을 하지 못했다. 최종 면접까지 갔던 곳은 은행 2곳이었는데, 최종 면접에서 너무나 뻔하게 ‘국문학과가 은행에서 무슨 일을 하고 싶냐?’라는 질문에 답을 어설프게 하는 바람에 떨어졌다. (그렇게 생각했다.) 조금의 가능성을 본 나는 졸업을 유예하고, 겨울부터 은행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돈을 계획 없이 흥청망청 써서 친구들이 '저축왕'이라고 부르는 내가 재무 설계 자격증을 공부했다. 금융권 취업 스터디에 매주 나가 시장 경제가 돌아가는 것을 떠들어가며 공부했다. 이제 다시 봄이 와서 채용 공고가 뜨면 당장에라도 은행에 취업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시 봄이 오고, 기업들의 채용이 시작됐다. 나는 재무 설계 자격증 시험도 쳤고, 지난 취업 시즌보다 더 많은 자기소개서를 썼다. 그중 유일하게 ‘국어국문학’ 전공자를 우대하던 회사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나의 첫 직장인 교육 출판사였다. 그렇다. 나는 운명처럼 다시 책과 글쓰기의 세계로 돌아온 것이다. 이게 바로 작가가 될 운명, 관상, 뭐 이런 것 아니겠는가! 교육 출판사에 입사하게 되어 애써 공부했던 재무 설계 자격증은 허공에 날리고, 다시 꿈꾸게 되었다. 작가를.
그래서 작가가 됐냐고? 그랬다면, 이 글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여전히 작가 지망생이다. 출판의 세계에 뛰어든 어설픈 작가 지망생의 고군분투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