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직업 탐구 1

첫 직장 생활로 얻은 나의 직업, 편집자

by 김영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서 "무슨 일을 하세요?" 이런 질문을 받으면 보통 어떻게 답변을 하게 될까.


이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던 상황은 다름 아닌 ‘소개팅’ 자리였다. 상대방에 대한 기초 정보를 모두 획득한 뒤에 이뤄지는 소개팅일지라도, 인사치레로라도 무슨 일 하시냐고 묻기 때문이다. 나는 이 대답에 자신의 직업에 대한 정체성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구 남친이자, 현 남편을 만나기 전에 했던 무수히 많은 소개팅에서 이 질문에 대한 상대편은 답변은 이러했다. "XX전자요.", "XX자동차요." 같이 자신의 회사명을 자신의 직업으로 소개했다. 내가 유독 대기업 다니는 사람과 소개팅을 많이 한 이유도 있었겠지만, 남들이 추켜세우는 좋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일수록 직업과 회사를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회사 이름이 직업인 줄 아는 사람들, 나는 달랐을까.


그럼 나는 무슨 대답을 했을까? 교육 출판 회사에 입사한 후, 처음 했던 소개팅에서 나는 ‘유아 출판 편집자’라고 말했던 일이 떠올랐다. 꽤나 멋진 대답이었다. 편집자라니, 지식인의 먹물 냄새가 진동할 것 같지 않은가. 그런데 그건 내 착각이었고, 대부분 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정확히 모르는 사람이 더 많았다. 편집자라는 나의 직업 설명에 어떤 사람은 내가 인쇄소에서 책을 찍어낸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물론 나도 상대방이 무슨 일을 한다고 말했을 때 그 일이 어떤 일인지 잘 알지 못했다. 사회 경험이 없어서 ‘사회 초년생‘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내 일도 제대로 모르는데, 남의 일까지 제대로 알 리가 없던 시절이었다.


나는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일까. 내가 원하고 바래서 얻은 직업은 아니었다. 운 좋게도 출판사에 입사했고, 직무가 편집 업무였기에 ‘편집자’라는 타이틀을 거저 얻었을 뿐이다. 실제로 입사하는 순간까지도 내가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몰랐다. 어렴풋이 맞춤법을 잘 알아야 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입사 첫날에 팀원들 앞에서 그쯤 즐겨 봤던 미드 <어글리 베티>의 주인공 '베티'처럼 열심히 일하겠다고 자기소개를 했다. (이날의 자기소개는 나를 몇 달간 이불 킥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무지한 상태의 나는 신입 사원 OT 때 직무에 대한 강의를 듣다가 머릿속에서 스파클이 터지는 것을 느꼈다. 다른 팀 부서장의 강의였는데, 그 부장님의 강의가 내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를 정의해 주었다. 강의의 내용은 편집자가 하는 일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었는데, 내가 스파클이 터졌던 순간은 ‘편집자로 멈추지 말고 기획자로 성장하라’라는 대목이었다. 물론 오래전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나에게 와닿았던 단어는 바로 ‘기획자’였다. 책 편집이라 역할에 머물러 있지 말고, 책 한 권을 짓는 기획자가 되라는 뜻으로 다가왔다. 기획자, 얼마나 근사하고 멋진 단어인가. 나는 그 순간부터 기획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아니, 다짐보다는 기획자가 되는 것을 직업적 목표로 삼았다. 편집 일도 제대로 익히지 못해서 편집자가 되지도 못했는데, 갑자기 기획자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편집자, 기획자가 됐을까. 이 길이 나를 작가의 길로 이끌어 주고 있는 것일까.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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