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두들 조금씩 수년 전의 어느 날들처럼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바쁜 학기말을 보내고 방학을 맞아 가족들과 여행에 나섰습니다. 계획한 여행은 아니었지만 갑작스레 나선 여행은 확실히 더 많은 추억을 담아내는 것 같습니다. 계획도 중요하지만 일단 나서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포항, 경주, 울산.
세상에 가족들과 정말 수많은 곳들을 여행했지만 이 곳들은 가보지 못했다는 의견을 모아 다녀오기로 했는데 잊고 있어서 그렇지 울산은 많이 다녀왔던 곳입니다. 그래서 울산은 가보지 못한 곳 두어 곳만 들르기로 하고 나머지 일정은 포항과 경주로 향했습니다.
첫날은 조만간 영상 촬영할 일이 있어 사전답사 겸 '장생포 고래문화 마을'을 한바퀴 돌고 근처에 있는 해양생태관에 딸램들이 보고 싶어하는 돌고래를 보기로 했습니다.
돌고래가 뭐 항상 그 돌고래지 하면서 늘 수족관에 사는 돌고래를 안타깝게만 생각했는데 여수엑스포 한화아쿠아플래닛에서 만났던 수족관 만큼은 아니었지만 아주 가까이에서 돌고래를 만날 수 있어서 되려 제가 더 신기하고 설렜습니다. 딸램들도 한참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그곳에 머물며 돌고래들을 살폈습니다.
돌고래들은 생각보다 장난꾸러기였고 수족관에 얼굴을 가까이 대면 다가와서는 익살스러운 표정으로 대답을 해주고 사라지고는 했습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건지 가까이 와서 요런 표정을 지어줬습니다. 고마워! 돌식아...돌순이일까...
돌고래들이 정말 깜찍하고 발랄해서 잠시 머물기로 한 가족들의 계획은 어디 가버리고 아예 자리까지 잡고 앉아서 돌고래들이 장난치며 노는 모습까지 정말 긴 시간동안 살피다 나왔습니다. 덕분에 다음에 들르기로 했던 대왕암 공원에서는 모두가 지쳐버려서 힘들었습니다.
대왕암 공원은 말로만 듣다가 저도 작년에 처음으로 다녀오고는 그 위용에 압도당했던 경험이 있어서 가족과 함께 들렀는데 사진으로 본 거랑 다르게 규모가 커서 다들 놀랐습니다.
그 지역에 사는 분들에겐 일상이고 별것 아닌 것들이 낯선이들에겐 큰 놀라움이 되곤 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엔 모리조트 회사의 리조트가 하나 있는데 거길 사람들이 풍경이 좋다고 많이 오는 걸 보면 늘 생활 속의 풍광이라 별 감흥이 없는데 낯선이들에겐 좋은 추억이 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해질녘의 대왕암 공원은 더없이 아름다웠습니다.
다만 방문하신 분들이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아서 주차하는데만 40분 넘게 걸리고 돌고래를 만나느라 일정 자체가 늦어져서 지칠대로 지쳤는데 심지어 대왕암을 만나기 위해서는 한참을 또 걸어들어가야 해서 더 지쳤습니다. 덕분에 저녁이 더 맛있었고 씻고 더 푹 쉴 수 있었습니다. 사는 일이 결국 더하기 빼기하면 제자리네요.
호텔 꼭대기에 이런 프레임이 있어서 한없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숙소를 울산 정자바다가 있는 쪽 호텔을 예약했는데 풍경이 정말 너무 멋져서 밤에도 아침에도 한참을 구경했습니다. 바닷가에 살면서 다른 지역 바닷가 풍경에 반했다면서 가족들도 다 웃었습니다.
아침에 창밖엔 이런 풍경이었구요. 좋더라구요.
그렇게 하루를 푹 쉬고 두번째 일정은 바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의 촬영지였던 포항 구룡포로 향했습니다.
여긴 전에도 일 때문에 와봤었는데 그때는 드라마가 있는지도 모르고 다만 그렇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는데 한참 뒤에 드라마를 며칠간 밤새워가며 정주행해서 보고는 쏙 빠졌던 기억이 납니다. 저만 그런 게 아니라 가족들 모두 그랬는데 이번에 동선이 딱 맞아서 드디어 함께 들를 수 있었습니다.
처음 왔을 땐 모두 막혀 있어서 드나들 수가 없었는데 이번에 방문해보니 드라마 주인공 '동백'씨가 운영했던 술집은 카페가 되어 내부를 모두 공개하고 있었고 깊이 들어가면 마치 스튜디오처럼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많은 포토존이 있어서 말 그대로 '인스타 감성'의 장소가 많았습니다. 사진 찍는 사람들로 정말 붐볐지만 또 나름 눈치봐가며 많은 사진을 남겨 왔습니다.
동백꽃 필 무렵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는데 컵에 '까밀리아'의 꽃말이 적혀 있습니다.
포토존을 소개하려고 보니 다 인물 사진이라 올리기가 어렵지만 그래도 소개하자면 이런 느낌의 장소들이었습니다.
수다로 가득한 시간을 보내고 그 다음 날 일정은 바로 '경주'였습니다. 첨성대를 꼭 보고 싶다는 의견을 반영하여 첨성대를 살피러 갔습니다. 참, 가는 길에 호미곶이 있어 잠시 들러갔지요.
상생의 손. 조금 무섭네요. 이 손은 육지쪽에도 하나가 더 있어서 두 손입니다.
경주는 그야말로 첨성대를 살피러 간건데요 첨성대 주변도 정말 예쁜 풍경들이 많아서 경주는 유적도 유적이지만 자연 환경이 아름다웠습니다. 저도 학교 다닐 때 수학 여행으로 와보고, 또 교사가 되어 어린이들과 체험학습으로 자주 와보긴하지만 가족들과 오니 새로웠고 요즘 아이들은 경주로 수학 여행을 오는 게 아니라서 첨성대를 처음 본다는 것도 조금 새롭고 신기했습니다.
첨성대, 너 좀 멋지다?
경주하면 교리김밥이라길래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갈 길을 정리하면서 교리김밥에 들러 잔치국수와 함께 먹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행지 음식을 기분으로 먹는 거긴 하지만 맛은 집에서 싸먹는 김 한장에 밥과 묵은 김치 넣은 김밥이 더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음식은 그야말로 개인적인 부분이라 요 부분은 겪어본 분들의 판단에 맡겨보기로 합니다. 교리김밥님 저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저는 그랬단 것 뿐이랍니다.
뜬금없이 나선 짧은 여행길이었지만 중간에 행사 사회도 봐드리고 재밌는 이벤트가 좀 있었습니다.
오늘 계획해도 내일 안되는 경우가 정말 많아서 무계획이 계획이라지만 그 어떤 일도 실천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여행도 계획이 매우 중요하지만 계획이 허술하다 할지라도 실천, 박차고 나서는 일부터 하다보면 계획에서 무엇이 비었고 무엇을 채워야하는지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의 회장인 '에스티로더'의 이야기를 남겨보며 소소한 여행글을 마쳐볼까 합니다.
I didn't get there by wishing for it or hoping for it, but by working for i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