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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리샘 Oct 10. 2023

숨 고르기 : 아주 느리게, 쉼표 하나, 또 숨표 하나

지금 이룬 몇 가지를 꿈으로 꾸던 스물둘의 마리샘. 시간이 왜 이렇게 빠를까요?

삶은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며 끊임없이 이어집니다. 이십 년을 넘게 해온 일이면 지금쯤 무서우리만큼 단호하고 정확하게 또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건 또 아닙니다. 처음엔 어려웠던 일들이 지금도 어렵기만 한 일들이 많습니다.



기억이 처음 남아있던 시간부터 지금까지 가장 힘든 일은 바로 '사람'입니다. 아이러니하게 하고 있는 일은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입니다. 매일, 매년, 수십 년간 말이죠.


그런데 여전히 사람이 제게는 가장 어렵습니다. 최근 SNS나 여러 매체의 길고 짧은 칼럼 속에서 삶의 방향성에 조금이나 도움이 되는 글귀들을 만나게 됩니다. 때론 극적으로 위로가 되기도 하고 그 문구 하나를 누군가에게 공감받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자신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을 대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 참 많아진 것 같습니다. 조금은 수긍이 갑니다.


당신의 무례함을 저의 예민함으로 덮으려 하지 마세요!
-오래전... 했던 말.

사는 일들은 만나고 돌아서는 일들의 연속이니까요. 그런 속에서 개개인들은 나름 사람에 대한 통계적인 자료를 가지게 됩니다. 그래서 어쩌면 고집스럽게 개인적으로 수집한 통계적 경험에 기초해서 사람에 대한 판단 내지는 가늠을 하게 됩니다. 이런 우리 삶의 모습을 가장 잘 표현한 속담이 하나 있습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

사람들이 가진 앞선 시간들의 경험들은 옳고 그름의 가치를 배제하고서라도 사람의 삶에, 생각에, 가치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그리고 참 이상하게 그렇게 굳어진 생각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일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런 생각들이 부드러워지기 위해서는 두 가지 방법을 예상해 봅니다.


하나는 강렬한 사건 및 경험으로 인해 '깨닫는 것'과 '긴 시간 쌓아온 통계적 딱딱함을 또 비슷한 시간만큼을 들여 다시 부드럽게 하는 것'이죠. 그런데 더 놀라운 건 둘 다 일어나는 경우의 수가 상당히 작다는 겁니다. 이것 역시 개인적인 경험에 기초한 생각이니 수십억 사람의 생각 중에 하나라고만 참고하시면 되겠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순간만 스쳐가게 됩니다. 그래서 잘 알 수 없습니다. 더 알고 싶어 연인이 되고 지인이 되며 부부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너무 모르는 것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한번 깊게 상처받은 일들로 인한 경험으로 시작해 사람에 대한 이미지로 뻗어 나가는 모든 것들의 방향을 돌려놓긴 정말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 '벼락치기'가 안되는 것일 테지요.




첫 단추는 잘 못 끼우면 다시 끼우면 되지만 삶을 사는 일은 다시 시작할 수 없으며 다시 끼운들 제대로 끼울 수 있다 자신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지나간 일들은 과감히 놓고 현재로부터 그리고 현재로부터 이어질 일들에만 집중하기로 진작부터 마음먹고 지내고 있습니다.


서로에게 좋지 않은 순간을 지나갔거나 또 그렇지 않은 데 가장 좋은 순간을 지나쳐 갔더라도 나름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껴안고 가려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래서 잠시 빠르게 빠르게, 16분 음표가 가득한 일상에 느리게, 여리게, 늘임표까지 써가며 잠시 지나간 마디들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어디 숨표는 빠지지 않았는지 어디 박자가 부족한 마디는 없는지 살피면서요. 숨이 턱까지 차는데 왜 이렇게 빨리 달리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물도 마시고 뒤에 누구 오는 지도 좀 보고 앞에 누가 가는지도 봐야는데요 말이죠.

마리샘 창작동요 유튜브 채널 ( http://MarrieSam.tv )에 오시면 예쁜 창작동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온음표까지는 어렵더라도 16분 음표 대신 제가 좋아하는 8분 음표라도 채울 수 있는 삶의 마디를 소망해 봅니다. 생각해 보니 어떤 음표를 써도 전체 러닝 타임은 그대로네요. 그렇다면 되도록 호흡이 긴 음표와 쉼표를 가득 담으며 지금껏 굳어진 생각과 신념이라고 생각했던 편견들을 조금씩 내려놓아보기로 합니다.


2023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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