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313
그 사람은 투명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이다. 금붕어 한 마리가 담겨 있는 투명한 비닐봉지를 들고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비닐봉지를 들고 있지만, 우리는 그 사람이 금붕어를 들고 있다고 말한다. 금붕어를 들고 있기 위해서는 손이 하얘지도록 비닐봉지를 쥐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손은 대체로 한 손이기 마련이다. 손에 경련이 올 것처럼 불편해지면, 잔뜩 긴장한 채 조심 조심 다른쪽 손으로 옮긴다. 손을 옮긴 김에 비닐봉지를 눈높이로 올려 금붕어를 바라본다. 금붕어는 예쁘고, 제자리에서 분주하다. 분주한 금붕어를 보며 귀여워 함과 동시에 그 분주함이 자기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에 곧장 비닐봉지를 쥔 손을 내린다. 그 사람은 커다란 물방울 같은 비닐봉지의 바닥을 손바닥으로 만져보기도 한다. 비닐봉지가 시원하다고 느낌과 동시에 자신의 체온이 곧장 비닐로 옮겨 간다는 생각에 손바닥을 뗀다. 그 사람은 문득 금붕어의 촉감이 궁금해진다. 그러나 이내 나쁜 상상을 한 것처럼 죄스러운 마음이 된다. 죄스러운 마음은 가끔 용감한 마음으로 불쑥 변하기도 한다. 다시 한번 커다란 물방울에 손바닥을 대 본다. 바닥에 손을 대 보았을 뿐인데 물방울 전체가 손바닥이 된다. 금붕어가 손바닥 위에서 분주하다. 금붕어가 빙글 돌면 느껴지는 것이 있다. 금붕어는 아름답고 비닐봉지는 따뜻해진다. 손을 떼야 하는데, 이대로가 무척 좋아서 조금만 더 죄스러운 마음이 되기로 한다. 비닐봉지를 쥔 손과 물방울을 받치고 있는 손바닥 가운데 어떤 손이 금붕어를 들고 있는 손일까 생각한다. 생각하기가 무섭게 비닐봉지를 쥔 흰 손을 바꾼다. 손이 하얘지도록 물방울을 쥐고 있는 사람은 금붕어처럼 분주하다. 금붕어가 아름답고 만질 수 없어서 그 사람은 분주하다. 그 사람은 한쪽 손이 번갈아가며 희어지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자신이 영원히 금붕어를 만질 수 없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다. 그러나 그 사람은 그것이 기쁜 것이다. 손이 하얘지도록 기쁜 것이다. 커다랗고 투명한 물방울은 손이 희어지는 사람에게만 있고, 그곳에는 금붕어가 있다. 만질 수 없는 방식으로만 만질 수 있는 것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