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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Nov 22. 2021

제주 갱이 동백이

15.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너

 "어머, 동백아~ 너 천재견 아냐?"

 일하고 돌아오는 엄마를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생각해봤어요. 끝없는 늦더위에 엄마가 요즘 많이 지쳐 보였거든요. 엄마는 나를 혼자 두고 나가는 것을 마음에 걸려 했어요. 엄마는 나가기 전에 뼈다귀 껌을 하나씩 나에게 주고 갔어요.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뼈다귀 껌... 나는 바로 먹기에는 너무 아까워서, 뼈다귀 껌을 지키고 있었어요. 일하고 돌아온 엄마가 오면, 혹시나 엄마가 빼앗을지도 몰라서 서둘러 먹었어요. 그 모습을 보고 엄마는 나 보고 천재견이라고 하면서 손뼉을 치며 좋아했어요.  나는 어쩔 수 없이 뼈다귀 껌을 안 먹고 엄마를 기다리게 되었아요. 그리고 기대하고 있는 엄마 앞에서 맛있게 뼈다귀 껌을 먹어치웠어요. 그게 바로 내가 엄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엄마의 웃는 모습을 위해서, 뼈다귀 껌을 먹고 싶은 것을 참고 또 참았어요. 가끔은 너무 먹고 싶어서 못 기다린 적도 있어요.  먹고 나서는 엄마의 실망하는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안 좋아졌어요... 하지만 그런 날도 엄마는 웃으면서

  "우리 동백이, 어디에다 뼈다귀 껌을 숨겨 놓았지?"

하며 내가 먹어버린 뼈다귀 껌을 찾는 시늉을 하지 뭐예요? 정말 우리 엄마는 나를 놀리는 데는 천재 엄마라니까요.

 "동백아, 좀 편하게 자면 안 되니? 왜 뱀처럼 똬리를 틀고 자는 거야?"

 엄마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는 나를 안쓰럽게 생각했어요. 유기견으로 살면서, 추위와 비바람을 이겨내려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이런 잠버릇이 생겼나 봐요. 아무리 엄마가 내 몸을 펴보려고 했지만,  쉽게 고쳐지질 않았어요. 엄마가 내 허리를 펴려고 할 때마다 난 내 배를 보여 주며 애교를 부렸어요. 그러면 엄마는 콧소리를 내며 내게 속삭여주고는 했어요.

 " 어휴, 우리 동백이~ 배 만져 달라고 하는 거야? 그래 엄마 손은 약손이야."

 엄마는 내 배를 살살 문질러주었어요. 거칠어진 엄마의 손으로 내 배를 문질러주면, 나도 모르게 잠이 솔솔 쏟아져서 눈을 감게 돼요.

 "우리 동백이 배는 어쩌면 이렇게 보드랍지?"

 나를 만져주는 엄마의 손도 어서 내 배처럼 보드라워졌으면 좋겠다고... 끝없는 별바다를 펼치었던 그 밤도 생각했어요. 이렇게 행복할 수 있는 게 믿기지 않았어요. 그래도 엄마랑 영원히  살 수 있을 거라고...그 날밤까지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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