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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Apr 13.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8. 혼자 남은 꺼미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꺼미는 가끔 이런 생각도 했다. 건이는 꺼미를 매우 좋아했고, 아줌마도 건이와 잘 놀아주는 꺼미를 예뻐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는 아저씨, 건이 아빠도 꺼미가 있으니까 마음이 놓인다고 했다.

 "건이야, 아빠는 꺼미가 너랑 엄마랑, 곧 태어날 네 동생까지 지켜주는 것 같아서 너무 좋은데? 꺼미가 아주 든든하게 우리 집을 지켜줘서 말이야."

 사람 좋아 보이는 아저씨는 매주 집으로 올 때마다 꺼미의 간식을 잊지 않고 사 왔다. 특히 꺼미가 좋아하는 양고기 치즈 간식을 사 와서 "앉아!", "손 줘~", "하이 파이브!" 등을 시켰다. 꺼미는 건이에게 배운 대로 아저씨한테 재주를 보여주면 너무 좋아하며 간식을 주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헬리콥터 돌리기'를 하면 모두 손뼉을 치며 웃어대며 좋아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두어 달이 흘렀다......

 며칠 전부터 표정이 안 좋았던 아줌마는 꺼미에게 말을 걸었다.

 "꺼미야, 아줌마가 아무래도 건이 동생을 낳을 것 같아. 그러면 꺼미는 어떡하지?"

 아줌마는 아기를 낳을 때가 되자 꺼미 걱정을 하였다. 건이는 할머니 댁에 맡기고, 아줌마는 조리원에서 몸을 돌볼 거라는 것을 전화 통화할 때 들었기에, 꺼미도 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아줌마, 저도 건이랑 할머니 댁에 가면 안 돼요?"

꺼미가 아무리 말을 해도 왈왈왈~ 강아지 짖는 소리일 뿐. 그러나 아줌마는

 "꺼미야, 건이 할머니는 너까지 돌볼 정도로 건강하지가 않아. 건이 돌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 거야. 그렇다고 기숙사에 있는 건이 아빠가 너를 데려갈 수도 없고 말이야"

신기하게도 꺼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말했다. 아줌마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꺼미는 슬며시 아줌마의 손을 핥아주었다......

 드디어 아줌마가 아기를 낳으러 가는 날이 찾아왔다. 건이는 꺼미와 같이 할머니 댁으로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자 울음을 터뜨렸다. 꺼미와 같이 가겠다며 울고 있는 건이를 건이 외삼촌이 와서 데려갔다. 꺼미를 맡길 곳을 찾지 못한 아줌마는 마당에 꺼미를 놓고 가기로 했다. 옆집 할머니가 꺼미 밥을 챙겨주기로 했다고 꺼미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줌마는 말해주었다. 아저씨는 너무 미안해서 꺼미 얼굴을 못 보겠다며 차에서 나오지도 않았다. 그렇게 아줌마는 건이 아빠 차를 타고 아기를 낳으러 떠났다...

 꺼미는 건이와 같이 가겠다고 짖어도 보고 누워도 보고 헬리콥터도 돌려 보았지만, 마당에 혼자 남았다.

 "왜 밥도 안 먹누? 건이가 없어서 그랴?"

 옆집 할머니가 말을 걸어도 대꾸할 마음이 들지 않았던 꺼미는 몸을 웅크리고 잠을 자는 척했다. 어서 건이 가족과 다시 만나기만을 간절히 바랐을 뿐 꺼미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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