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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은희 May 11. 2023

제주 갱이 몽돌이

14.  라울이의 나쁜 꿈

  영식이 형이랑 살던 집과는 참 달랐던, 허름하고 냄새나던 그곳의 첫날밤은 아주 길었다. 며칠 동안 밥도 먹지 않고 영식이 형을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다...... 구석에 웅크리고 누워서 고개를 몸속에 파묻고 있었다.

  다들 라울이를 걱정했지만, 밥을 억지로 먹일 수는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라울이는 배고픔에 잠도 오지 않았다. 이러다가는 영식이 형도 못 보고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라울이는 밥을 먹기 시작했다.  

 늙은 개와 아픈 개가 대부분이었던 그곳에서 라울이는 사람들에게 꽤 귀여움을 받았다. 봉사하러 오는 사람들은 밝았고 친절했다. 점차 라울이는 그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그들이 오면  '헬리콥터 꼬리'로 멋진 개인기를 보여주곤 했다. 까르르 웃던 사람들의 모습에 라울이는 더 신나서 꼬리를 돌리곤 했다.

 "라울아, 네 주인은 널 잊어버렸나 보다. 이젠 돈도 보내오지를 않네? 전화도 받지 않고 말이야. 에이고, 불쌍한 라울이, 이젠 너를 어쩌냐?"

 몇 달이 흐른 어느 날, 동물 보호소 선생님이 나를 가엽다는 듯이 바라보며 말을 했고, 라울이의 가슴에서는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냐, 아냐. 영식이 형이 그럴 리가 없어. 나를...... 나를 버리지 않을 거야. 영식이 형은 그런 사람이 아냐.'

 라울이는 벌떡 일어나서 선생님에게 매달렸다.

 "거짓말이죠? 영식이 형이랑 연락이 안 된다는 말, 그거 거짓말이죠? 괜히 저를 놀라게 하려고 그러는 거죠?"

  라울이는 흐느꼈고, 그 소리는 매우 간절한 것처럼 들렸다......

   동물 보호소 사람들은 참 좋았고 다정했지만, 살림은 점점 나빠졌다. 계속해서 더 많은 개들이 버려졌고 후원금도 줄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코로나 이후 봉사자들도 줄었다. 아픈 강아지들의 병원비도 큰 부담이었고, 사료 값도 점차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노력은 하겠지만, 여기를 문 닫을 수도 있어요......"

 선생님께서 봉사자에게 작은 소리로 하는 말을 들은 라울이는 아으아윽 울었다.

 "안 돼요. 그럼 영식이 형은 절 찾을 수가 없잖아요. 여기 있으면 영식이 형이 저를 데리러 올 거란 말이에요. 제발, 제발요."

 라울이는 나쁜 꿈을 꾸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다리를 물어보았다. 아파서 이빨을 뗄 때까지 라울이는 나쁜 꿈을 꾸고 있다고만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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