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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안천인 Oct 02. 2024

하체 근육 운동을 시작합니다.

엉덩이의 힘(お尻の力), 뇌경색 1년 10일째의 기록

한국에서 한 달간 한방치료를 받고 일본으로 돌아온 후 곧바로 하체 중심의 근력운동을 시작했다. 피트니스 클럽에서 운동 기구로 운동을 해 보는 것은 재활병원에 입원 중이던 작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다시 근력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무리는 하지 말되 피트니스 클럽에서 근력 운동을 해 보는 것도 좋겠다"는 동래 봉생병원 이태윤 원장님의 말씀과 "왼쪽 엉덩이 근육과 코어근육이 약한 것이 정상적인 보행을 할 수 없는 이유"라는 재활치료사 호시노(星野) 선생님의 판단이 계기가 되었다. 방문 재활훈련의 강도가 약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다. 매주 3회 재활치료사 선생님이 집으로 오셔서 재활 운동을 시켜 주시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만, 한정된 기구와 재활치료사 선생의 손과 몸으로 天仁에게 근육 운동을 시켜 주는 것에도 사실은 한계가 있다.


마비가 심했던 왼쪽 허벅지는 육안으로 봐도 오른쪽에 비해 근육량이 적어 보인다. 일본의 한방병원 간료인(漢諒院)의 구보(久保) 원장님은 아직 정상 근육량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발병 이후 편마비로 왼쪽 엉덩이 근육과 코어근육이 약해진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때문에 발병 초기에는 몇 초 앉아있지도 못했고, 걸을 수 있게 된 지금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걸을 때 좌우 밸런스가 맞지 않아 절뚝이며 머리가 울렁거리는 원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이제 꾸준한 근육 트레이닝으로 엉덩이 및 허벅지 근육을 보강해 나가야 할 때가 되었다.  


집 부근에 여러 곳의 피트니스 센터가 있지만 아내가 조사해 온 ‘부도칸 트레이닝룸(武道館トレーニングルーム)에서 운동을 시작해 보기로 했다. 이곳은 도쿄도(東京都)에서 운영하는 곳이라 사설 피트니스 클럽에 비해 공간이 넓고, 천장이 높아 갑갑한 느낌이 없어 좋다. 운동 기구도 충실하게 구비되어 있다. 天仁이 하체 근력운동으로 해 보고 싶었던 레그 프레스, 레그 익스텐션, 레그 컬 등을 포함한 웨이트 머신이 22대, 흔히 러닝머신이라 부르는 트레드 밀(Treadmill), 실내 자전거 등 유산소 머신이 24대나 갖추어져 있다. 체중계에 전동 안마 체어도 2대나 준비되어 있다.


첫날, 트레이닝 룸을 소개해 주는 트레이너에게 天仁의 상태와 희망하는 운동과 목표에 대해 설명했더니 참고로 하라며 ‘하체와 허리강화 메뉴’라고 적힌 인쇄물을 한 장 건네준다. 하체와 관련된 각 웨이트 머신이 영향을 미치는 신체의 근육 부위, 운동 횟수와 세트 수 등이 기록되어 있어 참고가 된다. 아직 몸이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운동을 해 보면서 강도와 횟수도 조절해 나갈 예정이라 PT 선생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라서 이 정도 메뉴만으로도 충분히 참고가 된다.


마침 교바시 도서관(京橋図書館)의 신간 코너에서 좋은 책을 발견했다. 이시오카 도모하루(石岡知治)의 ‘엉덩이의 힘(お尻の力)’, 9월 1일 발행된 아주 따끈따끈한 책이다. 반가운 마음에 후다닥 읽어보니 많이 참고가 된다. “두 발로 걷는 인간에게 엉덩이는 자동차의 서스펜션(Suspension)처럼 매우 중요합니다.” 자동차의 서스펜션은 주행 시 노면에서 발생하는 충격이 차체나 탑승자에게 직접적으로 전해지지 않게 충격을 흡수해 주는 장치다. “만약 서스펜션이 없는 차량에 타고 있다면 진동이 신체에 직접 전달되어 큰 스트레스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또, 승차감 이전의 본질적인 문제가 있는데, 서스펜션이 없다면 진동을 심하게 느끼게 될 뿐만 아니라, 그 진동으로 인해 차량 본체에도 상당한 대미지가 축적됩니다.”


인간의 몸도 마찬가지다. 걷고, 달리는 일상생활에서의 동작은 밸런스를 무너뜨렸다가 다시 바로잡는 움직임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때 고관절 부분에 순간적으로 큰 부하가 걸린다. 그 부하를 줄이고 흡수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 바로 엉덩이다. 엉덩이에는 체중과 발 밑에서 전해지는 중력의 반발력이 교차해 항상 큰 부하가 걸려 있다. “엉덩이 근육이 딱딱해지거나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은 서스펜션 기능이 저하된 상태와 같습니다. 엉덩이 근육이 뻣뻣해지거나 아프게 되면 그 기능이 약화됩니다. 엉덩이 주변은 물론 걷기, 달리기를 포함한 신체 전체에 악영향이 미치게 되지요. 엉덩이 근육은 항상 건강한 상태이어야 하고, 또 필요한 만큼의 양이 있어야 합니다. “


저자 이시오카 씨는 U-18, U-20등의 일본 대표로도 출전했던 아이스하키 선수였다고 한다. 인라인하키 일본대표팀 감독 겸 선수로 세계대회 출전 경험도 갖고 있다. 현역 은퇴 후에 유도정복사(柔道整復師, *주. 1) 국가 자격을 획득하여, 도쿄 외곽 사이타마현(埼玉県)에서 ‘이시오카 정골원’을 개원했다. “현역 시절에는 늘 허리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그때 만났던 정체 선생님께서 엉덩이를 치료해 주신 것이 지금 이 길로 가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는 경기가 열리던 날 오전에 들렀던 단골 커피숍에서 인생을 바꿀 선생님을 만난다. 평소 친분이 있던 가게 점장이 허리가 좋지 않으면 만나 보라며 손님으로 와 계셨던 체형 교정 선생님을 소개해 주었다.

“곧바로 가게 안쪽 방에서 엉덩이를 치료해 주셨습니다. 선생님이 힘으로 세게 누르는 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시술을 시작하니 '악'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아팠습니다. 그런데, 강렬한 통증은 점점 기분 좋은 느낌으로 바뀌었고, 시술을 받은 후에는 허리 통증이 완전히 없어졌고, 무거웠던 다리가 가벼워졌습니다. 그날 경기에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몸 상태가 좋아 시합에서 맹활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시오카 씨는 그동안 허리 통증이 운동 결과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고 한다. “제대로 된 치료나 시술은 환부의 통증을 없앨 뿐만 아니라 몸 전체에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경험으로 큰 깨달음과 마음속 깊이 감동을 느꼈고, 은퇴 후 세컨드 커리어로 의료계에 발을 들여놓는 계기로 이어졌습니다.”


그는 엉덩이 근육관리와 운동’ 두 가지가 모두 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상적으로 “부하가 걸리는 곳에 아무런 관리를 하지 않으면 그 부분의 근육에는 피로가 점점 쌓입니다. 피로가 쌓여 근육이 딱딱해지면 서스펜션 기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없지요. 엉덩이 근육 관리란 피로가 쌓여 경화되는 것을 막는 것입니다.”


엉덩이 근육 관리와 함께 운동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운동하지 않고 근육량이 감소함으로써 관절 가동영역이 작아져 몸도 움직이지 않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누구나 나이가 들수록 운동량이 줄어들고, 신체도 퇴화가 일어난다. 엉덩이도 마찬가지로 사용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줄고, 관절 가동영역이 작아져 몸까지 움직이지 않게 되어 버린다. 또 엉덩이가 처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는 엉덩이의 역할을 이해하고, 근육에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또, 책에는 저자가 임상이나 근육 트레이닝 레슨으로 얻은 다양한 실천 방법이 나와있다. 엉덩이 근육을 부드럽게 하는 셀프케어 방법, 효과적으로 엉덩이를 메이크업(단련)하는 근육 트레이닝 방법과 메뉴도 소개하고 있다. 선수, 유도정복사로 지내오면서 알게 된 타 경기 선수들과의 대담도 실려 있어 참고가 된다.


초등학교 동기생 밴드에 간단하게 피트니스 클럽에서 근육 운동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포스팅했더니 장애우의 재활훈련을 돕고 있는 운동 전문가인 친구 지택이가 희망이 되는 댓글도 달아준다.

“대단하심! 재활의 긴 여정에서 쇠질러가 되는 순간, 목표의 80%는 온 것이네. 다 아는 것이겠지만 도움이 되기를 빌면서 몇 자 적어 본다. 다음에 오면 같이 땀 한 번 흘려보자.

1) 처음 시작점에서 자세를 정확하게 만든 다음 운동할 것. 무게를 단 상태에서 자세 교정은 절대 금물.

2) 기구를 이용한 컬, 프레스, 익스텐션 시 로크아웃이 되지 않도록 항상 긴장감을 조성할 것.

3) 점진적 과부하의 원칙 : 보통 무게에만 집착하는데 횟수를 늘리는 것도 같은 이치임

4) 속근과 지근의 비율을 적절히 조정할 것. 당분간은 한 세트를 천천히 진행해서 크기 만들기에 집중할 것.

5) 운동순서를 한 달 간격으로 바꿔가면서 해 보실 것. 순서를 바꾸어 줌으로써 익숙해져 있는 몸에 다른 자극을 줌.


대학에서 체육학을 전공한 친구 철웅이도 전화로 "호흡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다. 호흡방법은 근육에 힘을 줄 때(수축) 숨을 내뱉고, 근육에 힘을 뺄 때(이완) 숨을 들이마셔야 한다고 배웠다.


자, 이제는 天仁의 차례다. 열심히 훈련할 일만 남았다.  


엉덩이 근육(대둔근, 중등근, 소둔근)이 담당하고 있는 동작을 하지 않으면 근육량이 감소하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엉덩이의 기능' 핵심 포인트 요약

1. 사람은 두 발로 걷기 때문에 무릎 관절에 늘 큰 부하가 걸린다

2. 엉덩이 기능이 악화(悪化)되면 몸 전체에 악영향이 미친다.

3. 엉덩이를 케어해야  엉덩이 근육이 경화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4. 엉덩이는 관절 부분의 부하를 줄여주고 흡수하는 자동차의 서스펜션 같은 역할을 한다. 대둔근이 딱딱해지면 엉덩이의 서스펜션 기능이 저하된다.

5. 중등근이 딱딱해지면 골반이 수평을 유지하지 못하고, 바깥쪽으로 힘을 보내면서 걷는 것이 습관화될 위험이 있다.




주 1) 유도정복술(柔道整復術, Sekkotsu, Judo therapy)은 일본의 대체의학 가운데 하나다. 유도정복술의 시술자는 유도정복사(柔道整復師)라 하며, 흔히 접골사(接骨士)라고도 불린다. 유도정복술은 그 외에 ‘도수정복(徒手整復)’, 혹은 ‘정골(整骨)’이라고도 불린다(출처 : 나무위키).


주 2) 아직도 天仁을 괴롭히고 있는 후유증 : 보행장애(왼다리 후들거림, 걸을 때 좌우 밸런스 맞지 않아 울렁거림), 외계인손 증후군(天仁의 의지와 관계없이 손 다리가 움직이거나 움직이지 않음), 감각장애(왼발가락 감각 애로, 왼손은 온도를 느끼지 못함), 우측 팔다리 저림, 왼쪽 귀 잘 들리지 않음. 단기 기억력 약화 등.


주 3) 복용 중인 약 : 항혈소판제 클로피도그렐 75mg/day, 공진당(원기 회복, 기혈 순환) 하루 한 개(9월 23일~10월 22일 한 달간은 아침저녁으로 하루 2개씩 복용), 한약(중풍 치료제) 아침저녁 한 첩씩.


주 4) 계속 치료 중 : 킬레이션 주사 2주 1회(현재 19회 완료), 팔꿈치의 곡지혈, 무릎 근처 족삼리, 복숭아뼈 위 현종혈, 엄지발가락 옆의 태충혈 등 4군데 뜸(1일 3장 1회).


주 5) 주요 건강 상태 : 혈압 125/82 전후, BMI 23.



트레이닝 룸을 소개해 준 트레이너에게 받은 다리, 허리 강화운동 메뉴. 각 웨이트 머신이 영향을 미치는 신체의 근육 부위, 운동 횟수와 세트 수 등이 기록되어 있어 참고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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