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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간병인이 필요 없는 일본 병원

병원과 사회가 간병과 개호를 책임지는 일본의 의료 시스템

by 리안천인

우리나라 병원의 간병과 관련된 상반된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 지인이 '간병인 보험에 가입했다'는 이야기와 '대통령이 간병비 부담 완화를 위해 효율적인 간병인 근무제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는 소식이다. 보험사가 직접 간병인을 파견해 주거나, 간병인 고용 비용을 일당으로 지급한다는 '간병인 보험'은 일본에는 없는 보험이다. 왜냐하면 일본의 병원에서는 입원환자를 24시간 치료하고 간병해 주기에 가족이 간병을 하거나 개인이 간병인을 고용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자의 가족조차도 병실에 들어갈 수가 없다. 일본에서 입원 환자의 간병은 선택이 아니라 응당 병원의 몫이다.


일본 병원에서는 당연히 간병 비용도 의료비에 포함되고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또, 환자의 소득에 따라 개인이 부담해야 할 입원 치료비의 최고액이 정해져 있고, 그 상한액을 넘으면 초과 금액은 납부 면제 되는 '고액요양비제도(高額療養費制度)'를 시행 중이다. 그러니 일본에서는 우리나라처럼 월 수백만 원이 들기도 한다는 개인 간병인 비용 때문에 개인이 파산할 우려는 없다.


65세 이상의 고령자는 '개호보험'이 간병과 개호를 책임진다. 일본에는 간병과 개호를 개인이 아닌 사회 전체가 책임지는 시스템이 확립되어 있다. 이런 일본 병원의 간병시스템과 개호보험의 목적 가족의 ‘시간과 비용 부담 경감’이다.

가족의 ‘시간과 비용 부담 경감’


팀의료 표준화로 병원이 24시간 간병 가능

일본의 병원은 '의사, 간호사, 약사, 물리치료사, 영양사 등 다른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각각의 전문성을 살려 제휴해 환자에게 최적의 의료를 제공하는 '팀의료'가 표준화되어 있다. 특히, 간호사는 간호 본연이 업무를 하는 간호사 외에도 '간호조무사, 간호복지사*'가 있기에 병원에서 모든 환자의 간병이 가능한 것이다. 매일 병실의 베드 시트를 교환해 주거나, 중증환자를 케어하는 일은 간호사가 아닌 간호복지사가 담당한다. 입원 경험으로 보면 天仁을 휠체어에 앉혀 7층 병실에서 2층의 재활 치료실까지 데려다주고, 치료가 끝나면 다시 병실로 데려오는 일은 간호복지사 담당이었다. 근무 상황에 따라서 간호사나 간호복지사가 중증환자의 목욕도 시켜주고, 밥을 먹여 주기도 한다. 간호사나 간호복지사 모두 업무량이 그리 많지 않으니 자신의 업무에 충실할 수 있고, 환자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주) 간호복지사: 장애인이나 고령자의 간호를 담당할 수 있는 자격을 가진 사람. ‘케어워커(care+worker)'라고 부르는 병원도 있다.


사회 전체가 개호를 책임지는 개호보험

일본의 개호보험은 40세 이상이 가입하여 일정액의 보험료*를 내고, 개호나 간병이 필요할 때 서비스 비용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여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회보험 제도다. 피보험자는 만 65세 이상의 제1호 대상자와 만 40세부터 만 64세까지의 ‘제2호 대상자’로 나눠진다. 제1호 피보험자는 원인과 관계없이 개호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는 개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제2호 대상자'는 뇌혈관질환, 치매, 말기 암 등 16종류의 특정질병에 해당하면 심사 후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天仁은 제2호 대상자의 특정질병에 해당되어 ‘요개호 2’의 피보험자가 되었다. 비용의 10%를 본인이 부담하며 방문재활치료, 병원용 침대 렌털 등의 혜택을 보고 있다. 개호보험의 재원은 1, 2호 피보험자가 납부하는 개호보험료 50%와 정부에서 25%, 도도부현(都道府県)이 12.5%, 시 또는 구에서 12.5% 부담하여 충당한다.

주) 40~64세인 도쿄 시민은 신고 소득 금액의 10%의 기본 건강보험료와 1.82%인 개호보험료를 합해 11.82%의 건강보험료를 낸다.


우리나라 병원은 2027년부터 병원에서 환자를 24시간 간병하는 간병통합서비스 시행을 목표로 한다고 한다. 제도를 기획할 때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사회를 경험한 일본 병원의 간병시스템과 개호보험도 분석하고 연구하여 우리 실정에 맞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간호복지사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의 베드를 식사 장소인 데이룸으로 이동시켜 밥을 먹여주고, 손이 불편한 환자에게 안약을 넣어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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