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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이 좁으면 치매 리스크 3배 높아진다

보폭은 뇌와 관계가 깊어 보폭을 늘리면 뇌에 영향을 미친다

by 리안천인

뇌경색 발병 2년이 지난 지금 발병 초기에 비해서 몸이 많이 좋아졌다. 이 정도라도 몸을 움직일 수 있고 걸을 수 있어서 너무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아직도 정상적으로 잘 걷지는 못한다. 오른발이 앞으로 나갈 때 마비 측 왼쪽다리가 충분히 지지해 주지 못하니 오른쪽 다리에 체중이 70% 이상 실린다. 그래서 걸으면 오른쪽 발목이 아프고 다리 바깥쪽의 근육이 늘 뭉친다. 또, 보폭이 좁아져 종종걸음을 걷는다. 그래서 재활치료사 선생과 함께 왼쪽 엉덩이, 코어 근력 운동과 함께 보폭을 늘리는 재활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잘 걷지 못하는 것은 근육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전에 읽었던 '보폭을 5cm만 늘려도 건강하게 장수한다'던 책의 저자 타니구치 박사의 자료를 다시 읽어보게 되었다.


뇌의 이상이 걸음걸이로 표출


다니구치 박사의 연구 결과를 요약하면 '보폭이 좁은 사람은 넓은 사람에 비해 인지기능 저하 위험이 3배 이상이고, 보폭이 좁은 상태로 나이가 들면 치매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된다는 것이다. 그는 "보폭의 조정은 뇌 속에서 많은 부위와 관계가 있습니다. 보폭이 좁아져 있으면 뇌의 어딘가에서 이상이 있을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고, 뇌의 이상이 걸음걸이로 표출되는 것입니다"라고 설명한다.


타니구치 박사는 강조한다. "전두엽에서 대뇌 두정부의 ‘두중엽’이 위축되었을 때 보폭이 좁아지고 걷는 속도가 늦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심장에서 보낸 혈액은 온몸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있는데, 뇌에는 무게에 비해 훨씬 많은 양의 혈액이 공급됩니다. 그런데 전두엽과 후두엽, 특히 '후대상피질*'이라 부르는 중심 부분의 혈류량이 낮아졌을 때에도 보폭이 좁아지거나 보행 속도가 떨어집니다.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물질이라 생각되는 아밀로이드 베타 등의 노폐물이 뇌의 중심부에 축적되어도 보행속도가 늦어집니다. 보폭이 좁거나 종종걸음을 걷는 사람은 가벼운 뇌경색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즉, 뇌의 크기, 혈류 저하, 노폐물 축적, 뇌경색 등 뇌의 변이가 보행기능 저하라는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다.

주*) 후상대피질(PCC, Posterior Cingulate Cortex): 뇌의 중심부에 위치한 영역으로, 자기 성찰, 기억 회상, 감정 조절 등 ‘내면세계’를 담당하는 핵심 뇌 구조.


보행속도는 ‘보폭’과 ‘템포’의 함수


보행속도는 '보폭'과 '템포[보조步調]'의 함수다. 타니구치 박사가 두 가지 요소를 나누어 조사해 보았더니 뇌의 움직임과 더 관계가 있는 것은 ‘보폭’이었다. 보폭을 중심으로 한 '걸음걸이'와 '뇌'는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거꾸로 보폭을 늘리면 ‘인지 기능을 유지할 수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가설이 가능하다.


이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22년 타니구치 박사의 감수 하에 NHK 프로그램에서 실험을 했다. 뇌의 움직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80대 12명에게 65cm의 보폭으로 걷도록 훈련하여 1개월 생활하도록 했더니 12명 중 8 명의 인지기능이 유지되거나 향상되었다. "겨우 1개월이었는데도 개선 효과가 있어서 놀랐습니다. 보폭이 좁아진다는 것은 뇌의 문제가 걸음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즉, '결과'에 접근하면 '원인'인 뇌에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것이지요."


최근 연구에서 보폭이 넓어도 '보폭이 안정되지 않는 사람'은 인지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타니구치 박사는 말한다. "예를 들면, 평균 65센티의 보폭이더라도 갑자기 55센티가 되거나, 70센티가 되기도 하는 등 ‘보폭이 안정되지 않는 사람’은 뇌와 다리 사이의 신경회로의 어딘가에 정보 교환을 저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걸음걸이는 지문이나 홍채와 마찬가지의 개인정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걷는 자세나 걸음을 옮기는 방법에 사람마다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걸음걸이로 나이와 건강 상태를 판단할 수도 있습니다. 보폭을 넓고 유연하게 하여 늠름하게 걸으면 외형이 젊어지고 뇌에 좋은 자극이 더해집니다. 일상을 즐길 생각으로 성큼성큼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사자걸음으로 힘차게 걷기

타니구치 박사는 펭귄처럼 걷지 말고 ' 사자걸음 '으로 걸으라고 어드바이스 한다. 사자걸음 이란 ' 항문에 힘을 주고, 골반을 세우고, 시선은 수평으로, 팔을 확실히 뒤로 흔들며 걷는 것'이다. 이렇게 걸으면 온몸의 근육이 활발하게 움직인다. 자세가 좋아지면 폐가 펴져서 많은 산소를 흡수하고 온몸의 혈액 흐름도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시선을 아래로 내리고, 앞으로 몸을 숙여 팔을 흔들지 않고 뚜벅뚜벅 걸으면 근육이나 뇌에의 자극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라고 강조한다. 운동으로 뇌혈류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뇌의 기능이 높아진다고들 하지만 운동과 뇌의 관계는 그뿐만이 아니다. 근육이 움직일 때 분비되는 마이오카인이라는 물질 중에 뇌의 신경세포가 줄어드는 것을 막을 뿐만 아니라 뇌의 신경세포를 늘리는 작용을 하는 것이 존재한다고 보고되었다. 근육이 움직이는 것 자체가 뇌의 활성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보폭을 넓히는 요령

펼친 보폭의 기준은 남녀 모두 65센티. 횡단보도 백선의 폭이 약 45㎝, 발의 사이즈를 약 24㎝라고 했을 때, 한쪽의 발가락 끝을 백선의 앞에 맞추고 다른 쪽의 발로 백선을 밟지 않게 넘으면 클리어할 수 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예상 이상으로 어렵다. 그래서 다니구치 박사는 갑자기 보폭을 크게 넓히려고 하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넓혀가라고 조언한다. 그 자리에서 두세 번 작게 제자리걸음을 하고, 평소보다 조금 보폭을 넓히는 느낌으로 걷기 시작한다. 원투 스리, 원투 스리 리듬으로 걷고 세 번째 스리로 보폭을 넓힌다. 이런 방법으로 매일 조금씩 보폭을 넓혀가는 것이 좋다.



펼친 보폭의 기준은 남녀 모두 65센티. 한쪽의 발가락 끝을 백선의 앞에 맞추고 다른 쪽의 발로 백선을 밟지 않게 넘으면 클리어할 수 있다.
좋은 보행(좌)은 골반을 세우고 가슴을 펴고 등을 펴고 시선은 수평으로, 팔을 뒤로 흔든다. 나쁜 보행은 시선을 아래로 앞으로 몸을 굽혀 팔을 흔들지 않고 터벅터벅 걷는다(우).
무릎이 발끝보다 앞으로 나오지 않도록 무릎을 1/4 정도 구부리는 가벼운 스쾃으로 근력을 강화하자. 걷기 전에 수건을 발에 걸어 당기는 스트레칭은 보폭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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